최근 병,의원을 중심으로 자가 진단 및 자가 처방 요구 환자 늘어나

A원장은 며칠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말로만 듣던 ‘꼴불견 환자’에게 당한 것. 자신이 몸살 감기라며 스스로 진단을 내리고 병원을 찾은 이 환자는 원장의 설명이 자신의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그게 아니라며 큰 소리로 따지고 들더니 결국 진료비조차 낼 수 없다며 병원을 도망치듯 빠져 나갔다.

최근 병,의원을 중심으로 ‘꼴불견 환자’가 늘어나 의료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의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환자는 ‘자신이 의사인척 병명부터 처방까지 모두 정해오는 환자’. “저는 A로 인한 증상이니까 B약을 처방해 주세요”라는 한마디도 듣기 싫은데, 그들은 의사의 진단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돌팔이 취급을 하며 됐으니까 처방이나 해 달라는 식이라는 것.

이는 내과·안과·소아과·이비인후과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진료과목에서 꼭 있는 환자들로, 인터넷 등을 통해 대충 알아온 지식만으로 의사를 사기꾼 취급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시장처럼 병원진료비나 시술비를 깎으려는 환자들도 의사들이 싫어하는 꼴불견 환자.

주로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비급여 진료과목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가끔은 마치 시장에서 흥정을 하듯 진료비 흥정을 시도해 불쾌할 때가 많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비급여 진료과목 뿐 아니라 보험이 적용된 진료비 5000원 조차 깎으려거나 아예 안내려고 하는 환자들도 있어 의료진을 난감하게 한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진료과목별로 저마다 ‘꼴불견 환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양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피부과에서는 시술할 때 말하는 환자들이 꺼려진다고 말한다. 레이저 치료 등은 시술의 강약이나 레이저의 파장 등을 항상 고려하며 시술에 집중해야 하는데, 시술실이 마치 미용실인 듯 이것저것 잡담을 하며 질문을 던지는 환자들 때문에 도통 시술에 집중을 할 수 없기 때문.

성형외과에서는 ‘연예인사진’을 들고 오는 환자들 때문에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한다. 분명히 불가능한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꼭 이렇게 해 주세요!’라며 요구하기 때문에 이런 환자들은 시술결과에 대해서도 불만족할 가능성이 90% 이상이라는 것.

심지어 C성형외과에 따르면 한 환자가 모 연예인 사진을 들고 와서는 수억이 들어도 좋으며 수술동의서도 다 쓸 테니 일단 똑같이만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환자들에게는 조금 어렵다고 말한 후 차라리 돌려보내는 것이 차후 분쟁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치과의 경우는 식사 후 양치질도 하지 않고 바로 치과를 방문하는 환자들이 밉다고 말한다. 아무리 마스크를 착용해도 파고드는 입 냄새는 정말로 참기 힘들다는 것.

의사 외에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 직원들은 ‘반말하는 환자’가 너무 싫다고 입을 모은다. 아무리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설명해도 반말로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이것저것 트집을 잡는 환자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비교적 나이가 젊은 의사들 또한 겪는 고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와 의사가 서로 꼴불견이라고 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신뢰에 의한 문제가 대부분”이라며 “서로가 서로를 못 믿는 상황에서는 상대방에게 꼴불견인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의사가 환자에게 신뢰감을 주고, 환자가 의사를 믿고 진료를 맡길 수 있게 서로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시스/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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