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의 김혜자 수녀는 호스피스를 '돌봄'으로 정의 한다.
호스피스는 '돌봄'

대전시 유성구 원내동에 사는 김모씨(32)는 3년간 다니던 회사에 조만간 사표를 낼 예정이다. 간암말기 진단을 받은 홀어머니 유모씨(56)를 남은 기간 동안 정성껏 모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지난달 김씨는 어머니가 소화가 잘 안되고 아랫배에 가스가 차듯이 헛배가 부르는 느낌이 있어 대전성모병원을 찾았다.

몇 주 뒤 나온 검사 결과를 보고 담당의사는 "이제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사형선고'를 접한 김씨는 억장이 무너졌다. 어디에,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이때 김씨는 담당의사의 권유로 호스피스팀장인 김혜자 수녀(62)를 만날 수 있었다.

김 수녀의 안내로 이 병원 5층에 있는 호스피스병동으로 어머니를 모시기로 했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호스피스 팀장인 김혜자 수녀는 "이 경우에 환자가 자기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상황을 살짝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20년가까이 호스피스 활동을 해오고 있는 김혜자 수녀.
김혜자 수녀는 호스피스를 '돌봄'으로 정의 내린다.



"환자가 남은 여생동안 인간으로서의 품위와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보살펴 주는 일이며 가족들의 고통과 슬픔을 덜어주는 총체적인 돌봄이 호스피스 입니다"

김 수녀는 지난 1997년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호스피스 활동을 할때 원목실에 간호사 출신으로 호스피스 활동을 하는 분이 호스피스교육을 하고 싶은데, 강의를 맡아줄 수 있겠냐고 찾아왔고 한다. 그때 1년과정으로 12명을 교육하면서 대전성모병원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대전성모병원에서는 2004년에 34명의 자원봉사자들로 시작한 호스피스 활동이 200여명의 호스피스 교육과 직원 호스피스교육으로 확대되었다. 2005년과 2006년에는 복지부 지원사업으로 호스피스 교육을 하기도 했다. 호스피스 교육의 운영은 김수녀의 몫.

전국 최고의 시설을 갖춘 호스피스 병동의 운영도 김수녀의 맡은 일이다.
'호스피스 병동(53병동)'은 국내 최고시설로, 지난 4월 24일 22개의 병상으로 개관한 곳. 환자와 가족들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 실내디자인이 밝고 편안하게 꾸며져 있다.

김 수녀는 호스피스의 정착을 위해 몇 해 전부터 교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꾸준하게 실시해왔고 2년간 호주와 미국 등 호스피스가 제도적으로 정착된 선진국을 찾아다니며 운영을 습득했다.

 호스피스 병동의 인테리어도 김수녀의 조언으로 꾸며졌다. 임종실 벽의 그림은 미국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병원에서 창밖으로 바라다보이는 호수의 모습을 그대로 그림으로 표현한 것.

김 수녀는 "병원내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한 환자 뿐 아니라 퇴원하여 가정으로 돌아가는 환자, 또는 지역내 소외된 환자를 위해 본당과 연계해서 가정 호스피스사업까지 추진할 계획입니다"며 계획을 밝혔다.

"죽음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모든 사람은 죽는다. 이 명제를 거스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진시황도 불로초를 찾아 헤매었지만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죽는다는 것은 삶의 연장이고 살아온 삶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수녀는 임종을 맞는 환자가 편안히 갈 수 있도록 환자와 가족간에 화해하도록 도와준다.

"환자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요. 우리는 모두 갑니다 이 세상에서 못다한 삶은 가족들이 대신 살아야 하는 것이고 자식이나 가족들간에 화해하고 잘 살아야 먼저 가신분이 슬프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요 그래서 가시는 분은 기쁘게 가실수 있습니다"

각종 편의시설과 아늑한 느낌의 임종실.
그리고 김 수녀는 가시는 분에게 귀에 속삭인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종교적인 부분을 떠나서 사랑이라는 말은 평화와 화해, 믿음의 의미이다. 비록 의식은 희미하게 멀어져 가지만 "사랑합니다"의 말에는 평화로운 미소가 어린다고 한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사랑의 섭리 안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말기 암환자들과 그의 가족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호스피스.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에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호스피스 병동을 늦게 찾는다. 더 살고싶은 욕망 때문이리라. 김 수녀는 늦게 호스피스병동을 찾는 분들이 안쓰럽다. "먼저 호스피스 병동을 구경시켜 드리고 잘 왔다는 느낌을 받게 해 드려요. 길은 외길이고 (죽음을) 수긍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설을 돌아보시고 결정하도록 하지요" 그래서 찾아온 환자들은 편안히 생활하면서 살아온 삶을 정리하는 기간을 갖는다.

가정호스피스 활동 필요해

호스피스 병동이 국내최고의 시설이지만 김 수녀에게는 아직 부족하다.
"항암치료를 위해 당일 치료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주사를 맞고 6, 7 시간정도 쉬다가 돌아가시는 분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도록 노력중입니다. 그리고 가정방문 호스피스 활동에도 관심을 가지고 역량을 더 키워야 겠어요" 말기암 환자의 70%가 집에서 숨을 거두고 있기 때문에 가정 호스피스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 정책에서도 바램이 있다. "저소득층 부분까지 호스피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보험수가가 인정되었으면 좋겠어요 복지사회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혜택을 받아야 하잖아요"

중부권 최고의 호스피스 활동을 하고 있는 김 수녀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함께 겪고 있는 말기 암 환자분들에게 감수해 낼 수 없는 죽음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 호스피스 병동이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의 시작을 알리는 "부활 메신저"역할을 톡톡히 담당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호스피스에 도움을 줄 따뜻한 손길을 기다립니다. 직접봉사와 후원으로 도움에 동참할 수 있으며 입금계좌는 우리은행 1002-329-199320 예금주 김혜자.
(연락처042-220-9004, 019-9193-3779, E-mail srkimh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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