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 둔산한방병원 영양관리팀 손희정 영양사

대전대 둔산한방병원에서 환자와 직원의 영양을 책임지고 있는 영양관리팀 손희정 영양사. 
"암 환자분은 기름기를  뺀 수육을 드시는 게 몸에 도움이 됩니다"
"살코기 만으로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게 요리하는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어요"

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8층 식당에서 환자와 직원들의 영양을 책임지고 있는 영양관리팀 손희정영양사(25)는 병원에 암 환자가 많기 때문에 음식 준비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

깔끔한 식당과 조리실, 옆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가면 하늘채 라는 옥상 정원이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근무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고, 언제나 가족같은 분위기의 영양팀은 병실에서 식사를 하는 환자들에게나 식당에서 식사하는 교직원들에게 마치 집에 온 듯한 편안함, 그리고 깨끗하고 맛깔나는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식사를 제공한다.

오후 2시, 점심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시간.
손 영양사를 멀리 보내고 조리사분들과 둘러 앉았다.

조리실 옆에는 하늘채라는 정원이 있어서 직원들이 쉬어가는 공간이다.

"성격이 소탈해서 탈이예요" "얼굴을 찡그리는걸 못봐" "저런사람이 왜 남자친구가 없는지 이해가 안되요"

손 영양사 험담을 하나씩 부탁했더니 험담은 하나도 없고 칭찬일색이다.

그만큼 나이어린 영양사 이지만 조리사들과 같이 생활하며 무리없이 잘 이끌어간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고 가족간에도 의견충돌이 있는데 직장이라고 없을까.

손 영양사는 "의견충돌이 있으면 식당의 책임자이면서 병원의 직원이니까 병원의 입장에서 생각하자고 말을 해요 서로가 애쓰고 힘든것을 아니까 스스로들 알아서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죠"라는 말로 가족같은 분위기를 설명했다.

대학때 인턴으로 근무를 시작해서 1년 5개월이 지난 손 영양사와 식당사장 등의 화려한(?) 경력을 가진 40대 조리사들. 이들의 아침은 오전 6시부터 시작된다. 6시부터 4시까지의 근무조와 9시부터 7시까지 근무조 둘로 나누었다. 가정주부일까지 해야 하는 조리사들이라서 돌아가며 아침 준비를 한다.

영양사와 조리사. 음식 잘 만들고 맛있게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일반인들은 하고 있다. 하지만 영양사는 환자들의 질환에 맞춰서 치료식을 준비하고 주치의로부터 식사요법에 대한 집중 교육이 필요한 환자들의 식이상담 의뢰서를 받아 임상 영양상담을 하고 환자의 식사만족도를 조사하고 환자들의 식사방법과 음식정보 등을 제공하는 역할이 영양사의 일이다.

둔산한방병원은 동서암센터를 운영하는 만큼 암 환자들이 많이 입원해 있는 특화된 병원. 이들에게는 식사도 치료의 과정이다. 환자들의 질환에 따라 각기 음식이 다르게 제공되지만 특히 암환자에게는 신경을 많이 쓴다.

조리사들과는 많은 나이차 이면서도 가족같은 분위기로 일을 한다.


손 영양사는 "암환자에게는 기름기 있는 음식은 삼가고 있어요 그래서 수육에도 살코기만 골라내서 따로 조리를 해요 조리과정에서 여러 과일을 첨가해서 부드러운 음식이 되게 하지요"라고 설명하면서도 정확한 조리 방법은 비밀이란다. 반대로 중풍환자에게는 일반수육을 제공한다.

"대학에서 배웠던 지식으로는 병원식을 만드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어서 음식의 효능까지 일일이 알아보면서 식단을 짜고 있어요" 대형 음식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받다보니 질환마다 각기 다른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병원식은 따로 공부를 하고 있다.

아무리 음식을 잘 만들어서 제공을 해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고 항의하는 환자들이 있다. "신경이 날카로우신분들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입에 맞지 않으면 화를 내시는 분들이 계세요 특히 우리 병원에서는 조미료를 전혀 안쓰기 때문에 처음에는 싱겁다는 분들이 많지요" 손 영양사는 항의가 들어오면 찾아가서 질환에 맞는 음식을 설명해 드리기도 하고 직접 식당에서 조리하는 과정을 둘러보시라고 권한다.

"조리과정을 둘러보시는 분들은 열이면 열분이 수고한다고 말씀하시고 내려가세요 그럴때 내가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환자들은 병실에서만 있기 때문에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조리실을 둘러본 사람들은 음식 투정(?)을 하지 않는단다.

또 하나의 자랑은 초음파 세척기. 대전대학교의 4개 병원중에 유일하게 갖추고 있는 고가의 장비다. 암환자에게는 하루 두번 녹즙과 과일즙이 제공되는데, 초음파 세척기를 통해 모든 재료를 깨끗이 씻어서 마련한다. 일반세척기로 닦여 나가지 않는 미세한 세균들도 초음파 세척기를 통하면 말끔해진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기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출근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신참때였다. 배식 5분전, 모두가 바쁘게 일이 돌아가고 긴장한 시간. 일반 반찬으로 준비한 나물이 맛이 이상해서 배식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렇다고 다른 반찬을 준비하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할 수 없이 모든 입원환자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반찬 한가지가 빠진 사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다음날 다른 반찬 한가지를 더 준비해 내어 놓았다.

"그때는 모두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배식은 해야 하는데, 반찬은 맛이 이상하고... 그냥 배식해 버리면 환자분들께 죄를 짓는 거잖아요 그래서 솔직해 지자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잘못한 거니까. 다행히 환자분들이 이해를 해 주셔서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조리실의 이영선(48)반장. 손영양사와 환상 호흡을 자랑한다.

이후로 음식을 준비하기 전에 들어오는 재료부터 저장, 세척, 간하는 것까지 더 세심히 신경쓰게 되었다.

딸이 영양사라면 집에 있을때 음식 준비도 시키련만, 손 영양사의 어머님은 당신이 손수 식사 준비를 하신다. "아직까지는 어머니의 손맛을 못따라가요 제가 하고 싶어도 손맛은 거저 생기는게 아니잖아요"라며 웃는다.

매일 매일 200명이 넘는 식사를 준비하는 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조리실.
이날 저녁 반찬으로 맑은 감자국, 치커리 생채, 느타리버섯전, 두부볶음김치가 나온다. 잠깐의 휴식시간을 뒤로하고 7명의 조리사들과 손 영양사는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오늘도 정성스럽게 사랑으로 식사 준비를 한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