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영 한라공조 간호사..."24시간도 부족해요"

한라공조 직원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한선영 과장.
1100명의 직원들이 자동차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라디에터와 에어컨 및 히터 시스템 등을 생산하는 신탄진 제4공단 (주)한라공조 공장에서 직원들이 건강을 스스로 지켜나갈 수 있도록 지도 감독하는 열혈 여성이 있다.

지난 95년에 입사해 11년째 한라공조 대전공장의 건강관리실을 책임지고 있는 한선영 과장(간호사, 37).

한 간호사는 "병원에서 근무를 하다가 이곳으로 옮겨 와서 처음엔 많이 울기도 했어요 온통 남자들 뿐이니 짖궂게 구는 사람들도 있고 산업체라는 새로운 직장에서 혼자 모든일을 해야 하니까 어려움이 많았아요"라며 첫 근무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사방이 남자들 뿐이잖아요 지금도 여직원은 35명 밖에 안되요 그때는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었나봐요

메일로 데이트 신청하던 사람도 있었고 근사해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었는데, 사내커플은 되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모두 물리쳤죠 당시 젊은 직원들이 지금은 모두 결혼하고 잘 살아요" 뛰어난 외모 보다도 더 남자 직원들의 시선과 관심을 끈 것은 한 간호사의 상냥하고 밝은 이미지와 간호업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 간호사는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근무를 하는데, 보통 잔업을 하다보면 8시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산업간호사 업무는 쉽지 않아 보였다. 

건강관리실을 찾아오는 이에게 건강상담은 물론 각종 보건 정보를 제공한다.

아침에는 현장 직원들의 안전을 감독하고 사무실에서는 찾아오는 이에게 투약과 건강상담, 건강홍보물 제작, 응급환자가 생기면 응급처치, 개인보호구 지급, 재해자 관리, 건강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하루 업무가 바쁘게 돌아간다.

그러면서도 한 간호사는 간호사와는 동떨어진(?) 공부를 더 하고 있다.

"주말부부로 몇년을 살다보니 주말엔 따로 공부할 틈이 없어요 퇴근하고 틈틈이 공부를 해왔어요 1년에 두개씩 자격증을 따 보자는 다짐을 하고 달라붙었죠" 그래서 요리사, 꽃꽂이, 워드 자격증을 마련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요 언제 어떻게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자격증을 준비해 놓으면 상황에 따라 대처할 방법이 많아지니까요"라며 계속 공부할 마음이란다.

그러면서도 산업간호사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잊지 않았다.

"병원에서 소아과에 있었는데, 이곳에 오니까 다 어른이잖아요 게다가 공장이고... 응급 골절환자나 절단 환자, 협착 환자가 생기더라고요 처음엔 무서웠어요 어느 부서에서 사고가 났다고 전화오면 구급함을 챙기면서도 두려움이 앞섰죠
 
후배들은 모든 공부를 하고 왔으면 좋겠어요 대학에서 공부하고 바로 오는 것 보다는 임상에서 경험을 쌓고 오는게 큰 도움이 될거예요"라며 병원경험이 좋은 도움이 될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과 산업체의 차이점에 대해서 한 간호사는 "시간의 차이예요"라고 말한다.

"병원은 3교대 근무 잖아요 그래서 남들과 다른 생활이 되거든요 이곳은 출근과 퇴근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어서 자기 계발을 위한 투자를 할 수 있더라구요"라며 병원 근무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렇지만 병원은 의사들의 지시에 따라 일하면 되는데, 이곳은 자신이 일을 찾아야 해요 도와주는 사람이 없고 거의 모든 산업체가 간호사 혼자 근무를 하기 때문에 서로들 정보를 공유하면서 스스로 찾아서 교육도 하고 공부를 해야 되요 그래야 발전이 있지요"라며 후배들에게 공부를 권장했다.

"법이 완화가 되어 대행업체에서 건강관리를 하고 있는 곳이 많아요 경제사정때문에 그렇다고 해도 퇴보하는 정책이지요 대행업체에서도 잘하겠지만, 직원들이 건강해야 회사가 건강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잖아요 산업간호사의 역할이 더욱 필요한 시기인데 인식부족이 너무 안타까워요"라며 최근의 산업간호사 이야기를 꺼냈다.

"업체에서 산업간호사를 계약직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작은 업체들은 특히 많은가 봐요 그러다 보니 간호사들이 박봉에, 일반업무까지 봐야하는 경우도 있고 계약직이니 언제 관두게 될지모르는 생활이고요"라며 산업간호사라는 직업이 선망의 직업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내 책임이 커요 천여명의 건강을 관리한다는 생각을 하면 없던 힘도 불끈 불끈 솟아요 동료들이 처음에는 수줍음도 많았었다고 하는데 남자들 사이에서 생활하다 보니 와일드해졌다고 그러네요 남자성격을 따라가나봐요"라며 보람을 느낀단다.

회사 이야기를 물어 보았다. "특별히 금연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어요 남자들의 세계가 술 많이 마시고 담배 피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래서 금연약정을 받고 성공사례를 모아서 단계적으로 좋아지는 모습을 모니터 할 계획인데, 6월부터 시작해요"라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현장 순회에서는 '안전'이 최우선으로 중요시 된다.

어디서든 건강이 화두다. 몸에 좋다는 음식으로 소문나면 어느새 슈퍼마켓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새벽이든 밤이든 동네를 뛰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직장 내 근무환경에는 둔감한 편인지도 모르겠다.

가령 모니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 일을 몇 년 반복하다 보면 팔목이 상하고 만다. 자 동차 생산라인에서 너트 조이는 일을 똑같이 반복해도 어깨 손상을 불러올 수 있다.

한 간호사는 "몸에 이상이 있어도 파스 붙이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요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찾아와서 정확한 진단을 해야지요 건강관리실 안에는 휴식을 취하면서 물리치료까지 할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기 때문에 직원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상이 있는 직원은 음식조절도 필요하고 집에서는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 가족들도 알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직접 전화를 걸어서 자세히 설명해줘요 부인들이 남편말은 안 들어도 제 말은 믿는답니다"라며 건강관리 방법을 이야기 했다.

산업간호사는 건강상담, 혈압측정, 보건교육 등으로 근로자 건강을 관리한다. 작업자세 개선, 작업방법 지도, 보호구 착용관리, 작업장 정리정돈 등도 점검 한다. 그리고 한 과장에게는 한가지 더 역할이 주어져 있다. 직원들의 가족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산업간호사의 관리 영역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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