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병, 잦은 환기 금연 등 생활습관 개선이 최선책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모씨(여, 32)는 최근 두통과 콧물에 팔, 다리, 어깨 등 쑤시지 않는 곳이 없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증상은 열만 없을 뿐이지, 거의 감기몸살과 비슷해 약 먹고 하루 정도 푹 쉬면 될 거라고 쉽게 생각했다.

그러나 며칠에 지나도 상태는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설사까지 하는게 심상치 않아 병원을 찾았다. 이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냉방병. 업무 환경상 과할 정도로 틀어 놓아야 하는 에어컨 때문에 생긴 것이다.

냉방병, 만성질환자 특히 주의해야
냉방병의 증세를 살펴보면 대체로 호흡기증상, 전신증상, 위장장애, 여성 생리 변화 및 기존 만성병의 악화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호흡기증상으로는 감기에 자주 걸릴 뿐만 아니라 감기에 한번 걸리면 잘 낫지를 않으며, 목이 답답하거나 가래가 낀 것 같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천식에 걸리기가 쉬워지고, 이미 천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악화되기도 한다.
전신증상으로는 쉽게 피로해지고 두통이 흔하며, 어깨, 팔다리가 무겁고, 허리가 아파지기도 한다. 또한 몸의 한기(냉증)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위장장애로는 소화불량과 하복부 불쾌감, 더 나아가서는 설사 등을 들 수 있으며, 여성의 경우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생리통이 심해지기도 한다.
누구보다 냉방병으로 고생하게 되는 사람은 이미 기존 질환을 가지고 있는 만성질환자라 할 수 있는데, 심폐기능 이상 환자, 관절염환자, 노·허약자, 당뇨병환자 등은 자신의 병이 악화되거나 증세도 심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가정용 냉방기가 냉방병 더 일으켜
냉방병은 보통 실내와 외부 온도가 5℃ 이상 차이날 때 발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온도차 외에도 두 가지 요인이 더 작용한다. 첫째는 이러한 온도의 변화를 인체가 얼마나 자주 겪게 되는 가이고, 둘째는 이러한 변화를 신체에 얼마나 부분적으로 받게되는가 하는 것이다.  

실내외 온도가 5℃ 이상 차이가 나더라도 항상 그러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은 냉방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한여름에도 직장이나 자가용, 그리고 집의 온도가 거의 비슷하게 낮은 사람들은 냉방병에 잘 안 걸리지만 직장에서만 에어컨이 있는 사람들은 걸리기가 쉽다.

한편 냉방기에서 나오는 한기가 전체 공기를 차갑게 하지 않고 직접 신체에 닿으면, 몸의 일부만 노출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냉방병에 더 잘 걸린다. 따라서 가정용 또는 소형 점포용이 중앙집중방식의 냉방기보다 냉방병을 일으키기가 쉽다.

냉방병의 원인은 신체 조절기능의 부조화
냉방병이 발생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환경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따른 신체 조절기능의 부조화'라고 할 수 있겠는데, 냉방병의 경우에는 온도조절중추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온도조절중추는 인체의 뇌 중에서 중심부에 있는 '시상하부'라는 곳에 위치한다.

환경의 변화가 심하면 부조화가 일어나는데, 이것이 냉방병이다.

여기서 신체의 온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게 하는데, 예를 들어 외부의 온도가 높으면, 피부의 혈관과 땀샘에 신호를 보내 혈관을 확장시키고 땀이 나게 한다. 혈관이 확장되면 혈액순환이 촉진되어 인체 내부에 있는 열이 열전도에 의해 외부로 방출되고, 땀은 기화열 등을 통해 열을 방출한다.

온도가 낮은 겨울에는 반대현상으로 피부혈관의 수축으로 손발 등이 차가워지고 땀이 잘 나지 않게 된다. 따라서 계절에 따른 온도변화에도 불구하고 체온은 거의 정확하게 36.5℃ 전후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체의 항상성도 환경의 변화가 심하면 부조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냉방병인 것이다.

환경조절과 개인예방이 중요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환경의 조절과 개인예방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의 조절은 대체로 중앙집중식 냉방이 부분 냉방보다 더 좋고, 실내외 온도차를 5oC 이상이나 실내온도를 25oC 이하로 낮추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부분 냉방을 하는 경우라면 사람이 모이는 쪽보다는 안 모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한참 더울 때만 잠시 강하게 트는 것보다는 약하게 하여 여러 시간을 틀어놓는 것이 좋다. 이것이 힘들면 2시간에 5분 정도는 환기를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개인예방법으로는 냉방기에서 분출되는 찬 공기를 직접적으로 호흡하거나 피부에 닿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좋은 방법으로서, 특히 남성에 비해 노출이 많은 여성들은 얇은 옷이나 가리개 등을 준비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 외에 바깥공기를 틈틈이 쐬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 될 수 있다.

한편, 차의 에어컨으로도 냉방병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특히 장시간 운전을 해야하는 운전기사의 경우, 에어컨을 틀더라도 바람이 사람 있는 쪽으로 직접 나오지 않고 아래위로 나오도록 분출구를 조절하고 공기도 차내 공기를 재환류시키는 것보다는 외부공기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좋다. 물론 도로의 대기오염상태가 심할 때에는 어쩔 수 없겠지만 가능하면 틈틈이 자연환기를 시키는 것이 예방법이다.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김상환 교수는 "에어컨과 관련된 질환은 한마디로 환경의 변화에 대한 인체 조절기능의 부조화이기는 하지만, 이 같은 환경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걸리는 것은 아니다"며 "이는 개인마다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과 저항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인데, 좋은 보양식을 먹기보다는 꾸준한 운동과 금연 등 생활습관을 개선을 통해 저항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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