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서구 둔산동 와인바 ‘르셀리에’

◆ 와인은 색깔·맛·향기로 즐기되 절대로 취해서는 안되는 술로 에티켓이 중요하다.

살얼음처럼 섬세한 리델 글래스에 루비를 녹인듯한 액체가 흘러 들어간다. 글래스의 크기에 어울리지 않는 약간의 양을 따랐을 뿐인데 소믈리에는 이렇게 얘기한다.

“한 번 시음해 보시죠.” 글래스를 테이블 위에서 가볍게 돌려 공기와 만나게 하면 향긋하게 일어나는 화려한 향이 비강을 간지른다. 순간 호화로운 꽃다발을 건네 받은듯한 감각, 천천히 혀 위에 놀려놓는다. ‘아니, 이것은 꽃다발이 아니다. 보다 복잡한 그렇다. 마치 백 가지 꽃 향기를 모아놓은 듯한……’. 90년 도멘드라 로마네 꽁티.

2006년 국내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의 첫 부분이다. 마치 와인을 자연이 빚은 예술품처럼 묘사하고 있는 이 만화는 술에게 술 이상의 대접을 하고 있는 묘사가 약간 낯 간지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불과 4~5년 전만해도 이런 와인 예찬은 ‘심한 오버’나 ‘잘난 척’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에게 와인은 서양 음식을 먹는 자리에 초대 받았을 때 그저 ‘주니까 마시는 술’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 르셀리에의 와인랙에는 150종류의 와인을 고를수 있다.

와인 마시기가 마치 유행처럼 퍼져나가면서 젊은이들과 비즈니스맨들을 중심으로 와인 애호가가 늘어났고, 최근 들어서는 주부들까지 와인의 주 소비 계층으로 떠올랐으며 대형 할인점 와인 코너에서는 값싸고 질 좋은 와인을 요령껏 고르는 가족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와인이 점점 대중화 되는 이유는 보통의 고급주류와는 달리 자연을 담은 음식이기 때문이 아닐까. 고대 시대 로마의 술로 출발한 와인은 땅과 자연, 그리고 사람의 노력이 맛과 향으로 나타나는 식품으로 건강을 위한 술이기도 하다.

하지만 와인의 종류는 수만 가지이며 우리나라 수입되는 와인도 부지기수이다. 멋지게 마시고 싶지만 한번 들은 와인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그럴 땐 소믈리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 와인바를 통해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아기자기한 프랑스 소품이 가득한 르셀리에는 와인의 미각을 일깨워 주는 곳이다.

둔산동에 위치한 르셀리에는 대전에서도 얼마 안 되는 정통 와인바 레스토랑이다. 르셀리에(Le Cellier)는 프랑스어로 지하 창고라는 뜻으로 와인 및 식료품을 저장하는 창고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곳은 앙리앙스 프랑스 문화원을 운영하는 박한표 원장이 와인아카데미의 원활한 교육을 위해 오픈한 업소이다.

박원장의 와인 아카데미는 회원 추천제에 의한 다소 엄격한 교육으로 알려져 있다. 와인입문자 코스를 비롯해 전문가 과정, 소믈리에 과정으로 나눠 있으며 와인을 대하는 에티켓에서 품종과 시음을 통해 맛을 음미하는 과정도 포함돼 있다. 현재까지 와인 아카데미를 통해 배출된 150명의 학생들은 대전지역 사회 각층의 저명인사 들로 와인의 매력을 한껏 전파하고 있다 한다.

르셀리에는 오픈한지 1달이 채 안되었지만 인테리어 면에서 상당히 익숙하고 낯익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이다. 은은하게 비치는 간접 조명 탓에 칸막이가 없어도 옆 테이블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업소 안을 장식하는 모든 인테리어 용품은 박원장이 프랑스의 벼룩시장에서 구해 온 것들이다. 홀을 가득 채우는 음색은 60년대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진공관 앰프로 연주되어 분위기가 만점이다.

◆ 독특한 향이 일품인 프랑스 홍차.

낯 시간의 오후 시간에는 마리주 홍차로 꾸며진 티타임이 시작된다.  볼레오 떼드훼뜨, 매티스등의 매혹적인 정통 프랑스 차로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이다. 저녁시간에는 필라를 비롯한 쇠고기 안심스테이크 등 프랑스 퀴진을 메인으로 와인을 즐기면 된다.

은은한 조명에 이국적인 르셀리에는 와인랙이 갖춰져 있어 와인을 소물리에의 도움으로 고를수 있어 편하다. 식사 및 분위기에 맞는 와인이 있다면 예산에 맞춰 직접 골라 먹는 즐거움이 있어 좋다. 이곳에서 고를 수 있는 와인은 150종류로 취향과 입맛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익숙하지 않은 와인 문화에 긴장할 필요는 없다. 식사 중에 나오는 요리 중 일부라고 생각하고 적절한 에티켓을 갖추면 쉽게 마실 수 있다. 또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사람도 손님이 즐겁게 식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있다고 생각하고, 모를 때는 이들의 도움을 받으면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


◆ 파리 벼룩시장의 소품들<맨위 왼쪽>, 모아진 코르크 마개<맨위 오른쪽>, 온도를 맞춰 보관하는 와인랙<아래왼쪽>, 무명 프랑스화가 작품들<아래 오른쪽>

와인은 천천히 마셔야 제대로 향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원샷'은 금물. 술은 잔에 3분의 1 정도를 따르되 마시기 전에 밝은 빛에 약간 기울여 색깔을 보자. 와인평론가처럼 빛깔로 포도의 품종을 맞추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맛을 음미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전국이 '신의 물방울'에 흠뻑 취한 지금, 정작 내 몸에 꼭 맞는 와인을 만나는 길은 마치 미로 같다. 어떻게 하면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 우선은 와인바의 무거운 문부터 열어보자.

연락처: 042-487-1662
영업시간: 오전 10시~ 오전 2시
휴일: 연중무휴(명절 때만 쉰다)
주소: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동 1455번지
포장: 불가
배달: 안함
주차: 이금당 빌딩 주차장 이용

차림표.
와인 3만원대~50만원대, 필레스테이크 30,000원, 까나르스테이크 28,000원, 카파치오 20,000원, 까넬로니 20,000원, 프랑스차(볼레오, 떼드훼뜨, 메띠스)5,000원

찾아가는 길
도시철도 시청역 6번출구로 나간다. 10미터 향하면 이금당 식당건물 2층에서 찾을수 있다. 


◆ 르셀리에 박한표 대표.
<인터뷰> 르셀리에 박한표 대표

와인 바는 기본적으로 외국에서 들어온 문화이고 아직은 낯설어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와인 바에서 특별한 예절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몇 가지 알아두면 좋은 상식들이 있다. 알아두면 와인 바를 출입하는 데 부담이 한결 줄어든다. 르셀리에 박한표 대표로부터 와인에 대한 상식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 계기가 있다면

“미국일변도의 문화에 프랑스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와인을 선택했다. 이제 와인은 국제 매너이며 삶을 추구하는 방법중의 하나이다.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법중의 하나로 와인문화를 소개하고 싶었다. 또한 현재 직장인들의 음주 문화인 빨리 취해야 한다는 결과 중심의 음주 문화보다는 음식이 있는 곳에 와인을 즐긴다는 문화중심의 음주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와인바에서 지켜야 할 약간의 매너가 있는지.

“지나치게 소란을 피우지 않는 게 좋다. 마음껏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 장소 아닌 만큼 정숙한 분위기를 지키는 것이 좋다. 와인을 고를 때나 순서 정하기가 어려울 때는 소믈리에의 도움을 청하거나 상의하는 게 좋은 매너다.”

-왜 와인바를 가는 게 좋은가.

“와인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레스토랑도 많다. 그러나 와인 바는 음식보다는 와인이 주가 되기 때문에 음식 또한 와인을 받쳐주는 차원에서 준비한다. 시설이나 서비스 또한 와인이 중심 축이기 때문에 와인을 마실 때는 와인 바가 좋다.”

-입문자들은 와인바에 가려고 할 때 부담스러워하는데.

“와인은 대화의 술이다. 와인 바의 소믈리에나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친절히 가르쳐 줄 것이다. 와인 바의 와인 가격대는 보통 4~5만 원 선에서 출발한다. 안주는 1만5,000~2만원대에서 시작하는데 저렴한 것을 주문해서 맛보면 된다.”

- 쉽게 마시려면

“와인은 많이 마셔 봐야 한다. 같은 와인이라도 색상과 향 맛을 음미하면서 3번 이상은 마셔 봐야 자신의 기호에 맞는 와인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와인은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매너라면 소믈리에나 호스트가 병을 쥐는 것이 원칙을 지킨다. 여성에게 먼저 따라주고 잔은 두 손으로 받지 않는다. 글라스는 다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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