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옛 명랑식당 (대전 동구 삼성동 삼성초 앞)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날씨다.이런 날이면 추위를 잊게 해주는 입맛에 딱 맞는 따끈한 보양국인 육개장이 생각나는 계절이다.육개장은 개장국을 꺼리는 사람들이 쇠고기로 개장국처럼 맵게 끓여 먹은 데서 시작했다고 한다.

육개장 한 대접 먹고 나면 속도 든든하고 몸도 따뜻해져 아무리 추워도 움츠러들지 않고 감기걱정도 없어진다. 담백한 맛과 뜨거운 맛으로 땀을 내며 먹는 그 맛이 일품이며 입맛과 원기를 회복시켜 준다.

          기름끼 없고 담백한 34년 전통의 맛 육개장

30년 전 대전역 앞 정동 원도심에 한밭식당과 상벽을 이루던 명랑식당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대전시 동구 삼성동 삼성초등학교 뒤 구세군교회 앞에 있는 육개장 전문집 ‘옛 명랑식당’(대표:여.석기숙72).지금은 ‘옛‘ 자를 붙여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가정집을 개조한 허름한 건물에 골목에 있어 찾기도 힘들다.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20평도 안되는 아담한 이집이 육개장 맛 하나로 34년을 한결같이 손님들의 입맛을 즐겁게 해주고 있는 곳이다.
      푸짐하고 고소하며 졸깃한 파전

이집의 메뉴는 육개장과 파전 딱 두 가지다.육개장 맛은 여느 식당에서 먹어볼 수 없는 특이한 맛이다. 보통 육개장하면 양지머리고기에다 고사리, 숙주, 토란 등 많은 야채가 들어가지만 이집은 양지고기와 대파 딱 두 가지만 들어간다.

육개장의 맛은 육수에 있다. 이집 육수는 사골과 잡뼈 그리고 양지머리 등을 불에 며칠이고 푹 고아 만든다. 그 과정에 반복해서 떠오르는 기름을 계속 걷어내어 기름기 없는 국물을 만든다.

여기에 된장,고추장,고춧가루,생강,마늘 등 양념과 대파를 듬뿍 넣어 끊여낸다.거기다 양지머리고기를 결대로 길게 찢어 수북하게 뚝배기에 담아 나오면 환상의 맛을 낸다.물 반 고기반일 정도로 고기가 뜸뿍 들어가 있어 4천원을 받아도 별로 남는 게 없을 법 하다.그래서 이집 육개장은 기름 끼가 하나도 없어 느끼하지도 않으면서 담백한 맛을 내는 게 일품이다.
특히 걸쭉한 진한국물은 시원하고 뒷 맛도 얼큰하며 개운하다.한마디로 한국전통의 맛이다.이 맛으로 지난 96년에는 대전시에서 개최한 한밭음식축제에서 향토음식 부분에 대전시장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름끼 없는 담백한 맛이 일품

보통 시중의 육개장은 고추기름에 버무려 끊여내는데 이집은 5시간 이상 장시간 끊여낸 탓에 맵지도 않으면서 대파의 시원한 맛과 함께 단맛이 느껴진다.고기 역시 부드럽게 잘 씹혀 감칠맛이 우러난다.이런 육개장의 맛은 한 번 먹으면 그 맛을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맛의 비결을 묻자

   밑반찬.정갈한 김치.깍뚜기 풋고추
“맛의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좋은 재료를 쓰기 때문입니다.내 손이 저울이고 양심껏 장사하면 손님은 오기마련입니다" 석 대표가 평범한 비법 아닌 비법을 말해준다.

파전은 오징어가 들어간 해물파전이다. 보통파전은 밀가루 반죽인데 이집은 찹쌀가루 반죽에 밀가루를 섞는다. 계란과 함께 파.고추 등 푸짐하게 부쳐 올리는 파전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고 졸깃졸깃하며 냄새 또한 입안에 군침이 돌게 만든다.

이집은 오후 3시까지만 영업하는 것이 특징이다.그래서 육개장 맛을 보려면 오전 9시부터 오후3시까지 가야한다.공휴일과 일요일은 쉰다.그래서 시간을 잘 맞춰서 와야 한다.
점심식사 때인 12시에는 동시에 손님들이 몰려 비좁은 장소에 북새통을 이루지만 30분만 지나서 오면 편안히 먹을 수 있는 곳이다.시간이 조금 여유있으면 12시 지나서 오는 지혜도 필요할 것 같다.

밑반찬은 연중 3가지가 나온다.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풋고추다.최근 중국산 김치파동으로 국내김치가 금치가 되었는데도 직접담근 김치는 변치 않고 나온다.그 맛이 정갈하고 깔끔하다.육개장에 들어가는 양념 중에 중요한 것이 있다면 고추가루다.국물에 고운고추가루가 쓰여지기 때문에 수요가 많다.그래서 고춧가루는 매년 가을에 가장 양질의 고추를 빛깔,크기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1년 치를 한꺼번에 구입해서 쓴다.그래서 가을이 오면 신경이 가장 많이 쓰인다고 한다.
34년 옛 명랑식당을 지켜온 석기숙 대표

석 대표가 34년을 육개장 하나로 명랑식당을 지켜왔지만 ‘옛 명랑식당’이 된 것에는 우여곡절도 많다.석 대표는 원래 충북 제천이 고향이다.친정이 부잣집이라 어려서는 고생을 모르고 자랐다고 한다.

어머니가 모든 음식을 잘 했지만 특히 궁중요리를 전문가보다 더 잘했다고 한다.그리고 육개장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집에서 자주 끊여주시던 음식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래서 어깨너머로 많은 요리를 배울 수 있었다.그 후 14살때 서울로 이사를 했다가 23살에 당시 흔치 않았던 토목기사였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해 청주에서 걱정 없이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명랑식당을 하게 된 동기가 재밌다.결혼 15년이 지난 후에 남편이 큰 사업을 하다 실패해서 와신상담하고 있던 중, 당시 다니던 교회 목사님이 평소 석대표의 음식솜씨를 알고 ‘좋은 솜씨’를 놀리지 말고 식당을 한번 해보라고 권해서 시작한 것이 지금의 명랑식당의 발단이 되었다.

34년 전통에 2대째 가업 이어

처음엔 청주 남문로에서 2년 동안 영업을 했다.그 후 대전으로 이사 와서 당시 대전에 제일 번화가인 대전역 앞에 명랑식당이 둥지를 틀게 된다.거기서 영업하다 다시 아카데미극장 앞으로 옮기게 된다.그러던 중 몸이 아파 17년 동안 운영한 명랑식당을 잠시 접고 타인에게 넘기게 되는 아픔을 겪게 된다.이후 몸이 나아 다시 지금의 자리에 식당을 내는데 기존 명랑식당이라는 이름을 도의상 쓸 수 없어 ‘옛 명랑식당‘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둥지를 틀게 됐는데 벌써17년이 흘렀다.

그래서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명랑식당을 아는 분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젊은 층에서도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 자주 찾는다고 한다. 한국전통의 맛은 세대를 초월하는 거 같다.

삼성초등학교 뒤 구세군교회 앞에 있는 옛 명랑식당 건물

“당시 어려서 오던 사람은 중년이 되어서 오고,중년에 오던 사람은 지금도 노인이 되어 옵니다.그런 단골손님들이 잊지 않고 찾아줘 자기 집 안방같이 생각하고 배불리 먹고 간다면 그게 보람이 아니겠어요?“ 석 대표의 푸짐한 인심이 배어나오는 말이다.식사 때가 되면 테이블을 돌며 "밥 좀 더 드릴까?" 하며 챙겨주는 모습이 고향의 따스한 어머니 모습을 연상케한다.저녁까지 영업을 하면 수입도 늘고 손님들도 좋을 텐데 왜 안하는지 이유를 묻자 단호한 대답이 나온다.

“저녁까지 하고 싶지만 매일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서 준비를 합니다. 3시에 영업이 끝나면 내일 장사 준비하기 바쁩니다. 그리고 이제는 나이가 들어 힘들어 못합니다. 그래서 서울에서 직장생활 잘 하는 큰아들 부부를 불러 내렸습니다.“아들 내외가 5년 전 내려와 2대째 가업을 잇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전수를 받고 있다.며느리는 주방을 아들은 홀 서빙을 책임지는 모습은 보기에도 흐뭇하다.

고기의 누린내도 안나고 단백질이 풍부한 육개장.'여기 육개장 맛들이면 다른 데서 못먹는다'고 입을 모으지만 오늘 해장속풀이로 육개장을 권해보고 싶다.

연락처:042-623-5031

영업시간: 오전9시~오후3시.
휴일: 공휴일, 일요일
차림표: 육개장 4,000원 파전 4,000원
주차: 별도 주차장은 없다. 하지만 식당 앞 구세군교회 주차장을 이용하고
        인쇄골목 주변에 알아서 주차해야한다.

찾아오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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