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도마동 대성식당...콩국수 하나로 '외길 22년'

곧이어 삼복더위가 다가온다. 있던 입맛도 슬슬 사라질 때다. 새콤한 무언가로 입맛을 되돌리고 싶을 것이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우리 몸도 그에 맞춰 변하는데 이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여 건강을 유지하려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우선 체온이 너무 올라가지 않게 체내 기운이 피부 쪽으로 몰리고 이렇게 되면 땀을 많이 흘리면서 속도 허해지고 입맛도 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흔히 ‘더위 먹는다’라고 표현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계절. 이럴 때는 오장을 보하면서 몸을 서늘하게 하는 별미 음식으로 입맛을 살려주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음식이 콩국수다.

콩국수는 잠자던 미각을 일깨울 정도로 김이 무럭무럭 나는 면발을 시원한 물에 헹궈 좍 걷어 올리는 상상만으로도 탱탱한 면발과 쫄깃쫄깃한 그 맛이 절로 씹힌다. 여름이면 콩국수가 많은 곳에서 선보이지만 딱 떠오르는 곳이 있다.

22년째 그자리 그대로

대전 서구 도마동에 있는 콩국수 전문집 대성식당(대표 양정자 62세). 1983년부터 22년동안 콩국수 하나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이집은 대표 양씨를 비롯해 온 가족이 운영하는 가족식당으로도 유명하다.

큰딸 이은주(38세), 아들 이인석(36세), 작은딸 이선주(34세), 며느리 김주연(30세),조카딸 양인숙(31세)씨 등 온 가족이 하나가 되어 2대째 이어오고 있다.
1대 어머니 양정자씨,2대 아들 이인석씨
한 미모를 자랑하는 큰 딸.작은 딸은 결혼하고도 도마동에 살면서 가업을 돕고 아들 이인석씨는 제대하고 본격적으로 가업을 전수받기 위해 13년째 일하고 있다.

처음 문을 열 당시 식당 앞에는 논과 밭이었고 비포장도로였던 이곳은 변한 거라고 논밭이 빌딩으로 들어서고 도로도 포장을 해 도심의 면모를 갖추었지만 식당은 그 때와 변한 게 없다.

22년 시간이 말해주듯 실내와 주방 모두 허름하다.하지만 걸쭉하고 시원한 콩 국물에 국수를 말아먹는 뽀얀 콩국수의 맛은 예나 지금이나 입맛이 없고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여름이면 더욱 빛을 발한다. 그 이유는 더위에 지친 심신에 활력을 주는 보양식으로 시민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집 콩국수는 면발과 콩국. 그리고 반찬으로는 김치하나가 전부다. 보기에는 다른 집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다른 집에서 볼 수 있는 오이나 야채 등 고명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다. 오직 있다면 국산 깨가 들어있는 콩물과 면, 이게 전부다. 심지어 간을 맞출 소금도 없다. 그러나 진한 콩 국물 맛은 일단 맛보면 쉽사리 끊기 힘들다.

콩국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콩국. 100% 순수국산 콩을 사용하는데 요즘에는 국산콩 수급이 모자라 유성. 금산. 논산. 청양 등 장날에 콩을 구입하는 것도 큰일이라고 한다.

순수 국산 콩 사용

“원료인 콩의 질도 좋아야 하지만 콩국을 만들 때는 콩을 물에 불리는 시간과 물의 온도, 삶는 시간 등이 콩국의 맛에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적당한 시간과 온도가 제 맛을 내는 노하우라고 할 수 있지요" 아들 인석씨가 오랜 경력에서 나오는 비법을 소개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콩국은 어떤 방법으로 콩을 갈았는지 걸죽하고 고소한 콩 국물은 감히 다른 곳에서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면발은 보통 밀가루 계란 소금으로 반죽해서 만들지만 아들 인석씨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노하우는 여기에 첨가되는 다른 게 있지만 절대 비밀이란다.

얼마 전까지 손으로 면발을 만들었지만 늘어나는 손님들 때문에 요즘은 다른 건 모두손으로 해도 면발 뽑는 데는 기계가 도입됐다. 하지만 면발이 나왔다고 해서 모두 끝난 건 아니다. 이 면발을 끊는 가마솥에 삶고 찬물에 헹구는데 이것 역시 적당한 온도와 시간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면발은 적당히 쫄깃한 게 씹는 식감이 좋다.

김치는 지금까지 대표 양씨가 손수 만든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투박한 양재기에 담아내는 김치는 그 옛날 어린시절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얼갈이 새끼배추로 담그는 김치는 맛난 양념을 기가 막히게 버무려 적당히 매콤하고 아삭거리며 씹히는 특유의 맛을 잘 살렸다.

콩국과 함께 어울려진 면에 얼큰한 김치를 얹혀먹는 맛은 콩 특유의 구수한 맛과 어울려져 환상의 맛을 낸다. 몰려드는 손님들로 인해 일주일에 한 번씩 대량으로 김치를 담아 보관하는데 그 맛에도 특별한 비밀이 있어 보인다.

왼쪽부터 큰딸 이은주씨,양정자씨,조카딸 양인숙씨,둘째딸 이선주씨,며느리 김주연씨,아들 이인석씨와 손자
“김치에 들어가는 모든 양념들이 모두 국산입니다. 배추도 좋아야 하지만 양념을 좋은걸 쓰지 않으면 절대 맛이 나오지 않습니다. 고추 가루 하나만 좋은 걸 써도 김치는 맛이 틀립니다”며 원,부재료의 중요성을 양씨는 강조한다.

주차장 없어 손님들에게 미안

온 가족이 역할을 분담해서 운영되기 때문에 이집 분위기는 밝다. "앞으로 여건이 허락되면 분말이 아닌 생쑥을 넣어 반죽한 콩국수와 순두부등 콩 전문요리를 해보고 싶다"고 아들 인석씨가 포부를 밝힌다.하지만 주차장이 없어 손님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한다. 세월의 깊이가 말해주 듯 건물전체가 허름하다. 건물이 허름하다고 해서 맛이 허름한 건 아니다.

콩국수 하나만 만들어온 외길 22년. 그 맛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찾아주는 단골손님이 있기에 보람도 느낀다고 한다.점심때만 되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이집의 맛이 알 수 있다. 거기다 포장판매도 가능하기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더욱 붐벼 보인다.

소문 듣고 이집을 처음 찾았다는 이순자씨.(53세.대전 서구 관저동)는 “콩을 오래 삶아서 그런지 깊은 맛이 나고 국물이 진하고 걸죽해서 맛이 특별하다“고 한다. 동행한 딸 이지연씨(28세.대전 서구 관저동)도 “ 면발이 졸깃하고 부드럽고 고소해 입맛을 당겨 젊은 사람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콩국수를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1800년대 말에 나온 조리서 '시의전서(時議全書)'에 콩국수와 깨국수가 언급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꽤 오래된 음식임을 알 수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음식이 콩국수인데 여름에만 먹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겨울에도 먹는 보양음식이 콩국수입니다" 라며 여름철 별미로 인식되어온 콩국수에 대해 큰딸 은주씨가 의미있는 하소연을 한다. 현대인들은 건강식을 많이 찾는다. 콩이 우리 몸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다. 여름에는 땀으로 체내의 질소가 다량 배설되므로 단백질 보충이 필요한데 콩은 칼로리나 지방질, 당질은 적은 반면, 단백질은 풍부한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피로회복을 돕고 혈관을 튼튼하게 유지시켜 동맥경화 및 노화를 방지해준다.

또 식물성 섬유가 풍부해 변비를 막아주고, 콩 속에 있는 사포닌 성분이 비만 체질을 개선하는 효능까지 발휘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다이어트식으로도 좋다.

“아니 냉면은 겨울에도 먹는데 이렇게 몸에 좋은 콩국수는 왜 겨울에는 잘 안 먹는지 모르겠습니다.” 건강을 위해 사시사철 콩국수를 먹는 운동이라도 펴야겠다는 아들 인석씨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올 여름 건강만점 영양만점 콩국수 한 그릇에 더위를 물리치는건 어떨까.


연락처 : 042-533-4586 / 손전화 011-401-9418
영업시간 : 4월~ 9월 오전11시-오후9시까지 연중무휴. 
휴일: 일요일 공휴일은 휴무
주차장 : 대로변에 있어 별도 주차장이 없다. 대로변에 눈치껏 주차하고 건물 뒤편 골목에 적당하게 주차할 곳이 있다.

차림표 : 콩국수:4,500원
찾아오는 길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