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대표음식 '시골 보리밥' - 마로니에

"그런 곳이 정말 있어", "한식집에서 밥 먹고 나면 후식으로 커피한잔 주나보지"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먹은 후 커피한잔을 마시면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을까. 일석삼조(一石三鳥)가 가능한 곳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이런 곳이 유성 어은동에 있다.
◈ 커다란 양푼에 담긴 보리밥에 보글보글 끓는 우거지 된장찌개, 상추, 생채, 깻잎무침, 콩나물, 고사리, 열무 물김치 등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다.


전통음식점 '마로니에'가 바로 그곳이다. 얼핏 상호가 주는 어감은 고급 레스트랑이다. 하지만 2층에 마련된 토속적인 식당을 들어서면 부조화에서 조화를 찾는 주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거기에서 파는 대표음식은 '보리밥'이다. 예상을 뒤엎는 발상이 고객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2층에는 보리밥 전문집, 1층은 잔잔한 음악과 붉은 색 계통의 조명이 가득찬 커피 전문점, 그리고 벽면을 장식한 그림들... 이 세 가지가 각각 독립적이면서 조화를 이룬다.

'마로니에'의 주 메뉴는 한국 서민음식을 대표하는 '시골보리밥'이다.
냉수대신 나오는 숭늉은 보기만 해도 구수하다. 거기에 커다란 양푼에 담긴 보리밥에 보글보글 끓는 우거지 된장찌개, 상추, 생채, 깻잎무침, 콩나물, 고사리, 열무 물김치 등 푸짐하다 못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다.

커다란 양푼에 우거지 된장을 몇 수저 떠 넣고 여기에 곁들여 나온 푸성귀 중심의 반찬과 고추장을 버무려 비비면 어른, 고소한 냄새와 고추장 특유의 향이 군침이 가득 고이게 만든다. 다 비빈 보리밥을 한 수저 떠 입안에 가득 떠 넣으면 맛도 맛이지만 그야말로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보릿가루를 넣어 만든 열무물 김치는 동치미 국물처럼 시원한 맛이 우러나와 비빔밥의 매운맛을 깔끔하게 해준다.
◈오인숙 사장.

최근 웰빙 열풍을 반영하듯 '마로니에'에 쓰이는 음식에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음식의 모든 재료를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종류별로 원산지 생산자와 자매결연을 맺어 음식을 재료를 공급 받고있다.

'보리밥정식'에는 '시골보리밥'에 추가로 쭈꾸미와 삼겹살 떡볶이가 어우러진 '쭈삼불고기'와 보리전이 곁들여진다. 해물과 고기, 떡볶이가 어우러진 '쭈삼불고기'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보리전도 보릿가루를 갈아 만들어 입안에서 씹히는 맛이 깔깔하면서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물론 추가 음식에는 추가 비용이 들지만 비용과 맛을 대비하면 맛이 훨씬 앞 선다.

여기에 '마리니에'만이 자랑하는 독특한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다. 2층에서 식사를 마치고 1층 독일 풍의 카페에서 차 한잔을 무료로 제공받으며 카페 한쪽에 자리 잡은 갤러리에서 지역작가들의 수준 높은 그림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은행동에 나가보면 제가 80년대 대학을 다니며 추억을 만들었던 장소들이 한군데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이 무척 안타까워요. '마로니에'를 찾은 손님들이 값싸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이와 함께 차와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가족, 연인들의 추억을 만드는 장소가 되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죠"

'마로니에' 오인숙 사장(43)은 15년 동안 화실을 운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던 미술가다. 그래서 '마로니에'의 수익일부를 털어 지역미술작가들의 작품전시회를 후원해주고 있다. 사실 밖에서 보이는 '마로니에' 건물 모습은 한국적 모습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유럽시골을 배경으로 한 달력 사진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곳을 자주 찾는 다는 대덕사 민경기 대표는 "처음 '마로니에'의 외관을 봤을 때 누군지 모르지만 돈 안 되는 곳에 돈 잔뜩 들였구나 생각했다"며 "하지만 막상 이곳에 와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미술작품을 감상하다 보니 '마로니에'의 독특한 멋에 중독이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마로니에'를 찾는 단골손님들은 음식과 차, 문화를 즐기기 위해서 보다는 옛 추억을 생각하고 또,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메뉴판>
시골보리밥 5,000원, 보리밥 정식(2인이상) 10,000원

<영업시간, 연락처>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 042-864-4300-1
◈'마로니에'의 주 메뉴인 시골보리밥과 쭈삼불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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