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山사람들의 시시콜콜 산행기 ②계룡산(845m)


주5일 근무제의 도입으로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디트24에서는 등산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 지역 관광지를 보다 알리자는 취지에서 대전충남 근교 산들의 등산기를 연재합니다. 이를 위해 대전충남지역 산악인들의 모임인 '대충산사람들'회원 분들이 참여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편집자 주
* 대충산사람들 홈페이지(http://okmountain.com/okcafe)


10월 29일 수요일. 오전에 모든 일과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면서 문득 산에 오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물 한 병 챙겨들고 산행에 나선다. 호남고속국도 유성 나들목을 빠져 나와 국립현충원을 지나 박정자 삼거리에서 한적한 동학사 길을 따라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 20분이다.

동학사 진입로 숲 속을 메우고 있는 상가들과 먹거리가 즐비한 식당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가 진동한다. 매표소를 지나 맨 처음 만나게 되는 절 건물이 '일주문'이다. 일주문은 절에 들어가기 전에 세속의 번뇌를 말끔히 씻고 일심(一心)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닫히는 가을이 아쉬워 사랑하는 사람들과 추억을 남기기 위해 여기저기서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시멘트 포장길을 조금 걸어 올라가면 아담한 정자 하나가 보인다. 세심정이다. 오른쪽은 남매탑으로 오르는 길이고 직진하면 은선폭포를 거쳐 관음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직진해서 몇 걸음 옮기면 오른편으로 동학사가 있다. 인간사에 관여치 아니한다 할지라도, 어차피 이끌라 치면 그들 가운데 묻혀야 하는 것, 비구니들의 전문 강원인 동학사는 그렇게 화두를 던져놓고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갑사 5.3km 삼불봉 3.9km 관음봉 2.3km 은선폭포(대피소) 1.3km' 라고 씌여진 큼직한 산행 안내판이 보인다. 향아교(香牙橋)를 건너면서 산행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거리는 약 1.8km로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닭의 벼슬을 닮은 뿔을 쓴 용의 모습처럼 생겼다"하여 계룡이라 하며, 백두대간 중 금남정맥의 끝부분에 위치한 계룡산은 해발 845m의 천황봉을 중심으로 연천봉, 삼불봉, 문필봉, 관음봉, 신선봉 등 28개의 봉우리와 10개소의 계곡으로 형성되어 있고 그 자태와 경관이 매우 뛰어나 지리산에 이어 두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산이다.

은선폭포 1.3km 관음봉 2.4km라고 씌여진 안내판이 보인다. 조금 늦은 시간이라 이곳부터는 내려오는 사람들만 보이고 오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돌박힌 길을 걸어 은선폭포로 향한다. 계곡은 계속 이어지지만 물이 말라 훨씬 을씨년스럽다. 경사는 점점 급해지고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 절벽 구비구비 마다 잡목과 천년 노송이 뿌리를 내리고 서서 오르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2시 20분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나고 절벽의 허리를 잘라서 놓여진 오름길을 벗어나는 순간, 쌀개봉이 눈에 들어온다. V자 형 산봉우리 형상이 디딜방아를 양쪽에서 고정시키는 걸개를 닮았다해서 붙어진 이름이라 한다.

곧바로 왼쪽 나무계단으로 내려서자 은선폭포 전망대이다. 아름다운 경치 속에 옛날 신선이 숨어살던 곳이라 하여 은선폭포라 불리운다. 동학사 계곡의 유일한 폭포인 은선폭포에는 시원스럽게 흘러 내려야하는 물이 흐르지 않아 계룡산 7경인 운무를 볼 수 없어 안타깝다. 산의 정상부에 위치하여 폭포를 형성할 수 있을 만큼의 유수량을 계속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갈수기에는 낙수형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폭포이다.

물 한모금으로 갈증을 달래며 잠시 휴식을 통해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고 나서 3분 정도 걸으면 은선대피소가 보인다. 좌측 계곡에 있는 은선폭포와 쌀개봉 능선의 깍아지른 암벽을 보면서 관음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돌계단을 쉼 없이 오른다. 인생길 역시 이렇게 한 발 한 발 오를 수밖에 없고 또한 누가 대신 오를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암석의 풍화작용에 의해 암설(바위부스러기)이 쌓인 너덜바위 구간을 통과하고 지그재그 오름길을 반시간 정도 치고 오르자 관음봉과 천황봉으로 갈라지는 안부가 나타난다.

천황봉은 군사보호지역으로 폐쇄되어 있다. 가쁜 숨을 내 쉬며 관음봉으로 향하는 능선을 5분정도 치고 오르자 관음정이 눈에 들어온다. 3시 정각. 해발 816m 관음봉에는 관음정이라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쌀개봉, 문필봉, 연천봉 등 아름다운 연봉을 지척에서 조망할 수 있다.

계룡산에서 길게 뻗어간 향적산 능선과 정답고 아름다운 상월들판이 거침없이 눈아래로 쫙 펼쳐진다. 관음봉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동학사는 계곡 아래 멀리 작고 아스라이 보인다. 관음봉 표지석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머리를 드니 천황봉의 위엄있는 자세가 눈 앞으로 달려든다. 나무가지 사이로 보이는 국수봉의 통신탑은 하늘로 팔을 뻗어 올리고 있다.

올라오는 길에 산 삶은 옥수수가 훌륭한 간식이 된다. 겨울을 재촉하는 세찬 바람에 등 떠밀려 삼불봉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관음봉에서 자연성릉의 칼날 같은 암릉을 거쳐 삼불봉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계룡산에서 제일 스릴있는 난코스라고 한다. 자연스런 성곽의 능선같다는 자연성릉길로 접어들면 가파른 철계단이 몇군데 있고 용의 등줄기를 타고 가는 아름다운 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암봉과 암봉이 이어지는 자연성릉이 햇빛에 의해 반짝이는 광채를 내고 있다.

자연성능 끝자락에서 삼불봉이 의젓한 모습을 하고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관음봉에서 자연성릉으로 내려서는 철계단은 아찔할 만큼 가파르다. 전망이 좋은 장소에서 자연성능의 절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계룡은 이미 가을을 닫고 겨울을 열 준비가 한창이다. 소나무로 둘러 쌓인 바위턱에 앉아 따스한 햇빛을 받는다. 바람이 내 뺨을 스쳐 지나간다. 지나간 그 바람이 그리워지면서 따스한 햇살 또한 싫지 않다.

4시 정각. 755봉에 도착하니 삼불봉이 보이고 안내판에는 0.2km라고 씌여 있다. 잘 정돈된 나무 계단을 내려서고 조금 걸으면 삼불봉을 오르는 철계단이 나타난다. 하늘계단이다. 계단의 가파르기가 장난이 아니다. 백여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서야 비로서 삼불봉(해발 775m)에 닿을 수 있다. 삼불봉은 천황봉이나 동학사에서 멀리 올려다보면 마치 세 부처의 모습을 닮았다하여 붙어진 명칭이라 한다. 나뭇잎에 스치는 바람소리가 바위에 앉아 쉬는 내 가슴을 열고 들어온다.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면서 대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말없음의 의미를 바람소리를 통해 듣는다.

다시 반대쪽으로 150여개 계단을 내려와서 3분 정도 걸으면 삼불봉 고개가 나타난다. 왼쪽으로는 금잔디고개를 거쳐 갑사로 가는 길(2.7km)이고, 오른쪽으로는 남매탑을 거쳐 동학사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천천히 돌계단을 따라 300m를 내려가자 남매탑에 도달한다. 삼불봉고개에서 남매탑까지의 돌계단은 비탈이 심하고 돌계단이 일정하지 않아 내려가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여유가 있다.

남매탑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애절한 사연 한 토막을 담은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어떤 스님이 호랑이를 구해주고 호랑이가 은공을 보답하는 뜻으로 물어온 처녀와 남매의 의를 맺고 불도에 힘쓰다가 한날 한시에 열반에 들게되자 그 뜻을 기념하기 위해 옛 청량사 자리인 이 곳에 남매탑 혹은 오뉘탑을 세웠다고 한다. 오층석탑이 먼저 세워지고 후에 스님을 기리는 칠층석탑이 세워졌다고 적혀 있다.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정식 명칭은 청량사지 오층석탑(보물 1284호)과, 청량사지 칠층석탑(보물 1285호)이다.

계룡산은 바위능선과 바위틈에서 자라는 소나무가 많다보니 산수화처럼 경치가 아름답다. 저녁 햇님은 하루를 마감하려고 그 고운 빛을 창공에 떠다니는 구름을 잡아 붉게 물들이며 서서히 서산에 지려한다. 혼자 산길 전체를 차지하고 맘껏 여유를 부리며 내림길을 내려온다. 이렇게 혼자 산행을 하면 시간에 쫓기지 않고 행동에 제약이 따르지 않아 여유로운 산행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5시 정각. 다시 세심정에 도착하는 것으로 이날 산행을 마무리한다.




( * 대충산사 회원 '황태자' 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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