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동호이야기] ① 미술관에서 있었던 일


이 글은 '충남장애인부모회' 아산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성림 시민기자가 자폐성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 동호를 양육하며 경험했던 일을 정리한 것으로, 아산지역 인터넷 언론인 「NGO 아산뉴스」(http://ngoasan.net) 2004년 9월 7일호에 게재된 글임을 밝힙니다. 이성림 시민기자의 글은 ‘좌충우돌 동호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동호는 아직도 천진난만 순진무구하기만 합니다. 때로는 그 선한 눈망울로 '부모공로'할 짓을 저지르고도 해맑게 웃는 통에 잠시 혼내는 것을 잊기도 하지요. 문제는 이아이가 세상에 나가면 속수무책 형 문제아처럼 보여 지기 때문에 간혹 오해가 벌어지기도 한답니다.
바닷가를 찾은 동호네 가족.

그래서 세상에서 불리는 가장 간단한 이름을 소개하자면 '장애아'라고 하지요. 굳이 설명하자면 자폐성향의 발달장애아라고 구분되어지는 아이입니다. 문제는 세상이 이 아이에게 그리고 부모에게 그리 녹녹치 않다는데 있습니다.

엊그제 아이와 함께 미술관으로 캠프를 떠났습니다. 저녁식사시간에 나온 바비큐가 양이 적어 달랑 몇 개의 고기만을 먹고는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움직이면 아이를 쫓아 엄마도 덩달아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지요.

미술관은 호수를 끼고 너무도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식당은 편안한 소파로 이루어졌고 우리의 바비큐 저녁식사는 그늘 막을 치고 야외에 자리 잡혀 있었지요. 다른 가족들과 함께 온 캠프이고 자연이 주는 넉넉함으로 잠시 아이를 놓쳤습니다. 그리 위험한 곳도 아니고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이미 아이에 대한 정보를 드렸고 주변의 경관에 홀려 식당으로 들어간 동호를 찾으러 간 건 2~3분 정도 뒤였습니다.

“동호야! 동호 어디 있니?” 하고 식당으로 들어갔지요. 서나(동호의 여동생)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동호는 소파에 기대어 아주 편한 모습으로 얌전하게 앉아있었지요. 근데 문제는 근처에 다섯 식구가 식사하는 테이블에서 "쟤 엄만가 봐...."하는 수군수군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직감적으로 동호가 고기를 집어먹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동호와 같은 장애를 지닌 아이들의 특성은 대체로 자신의 것과 타인의 것을 구분하지 못 할 때가 있습니다.

그냥 너무도 자연스럽게 먹을 것이 있으니 먹어버리기 일쑤이지요. 아무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기도 해서 난처합니다. 때로는 회초리로 가르쳐보려고도 하지만 이래서 장애구나 싶을 정도로 장애의 벽을 실감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럴 때는 어미가 얼른 가서 수습을 해야 합니다.

조용히 다가가 최대한 공손하게 혹시 우리아이가 실례를 범하지는 않았는지 묻습니다. 괜찮다고 하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예상했던 대로 고기 한 점을 날름 집어 갔던 것입니다. 죄송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식사중이라 더 이상의 설명을 하지 않고 사과만을 하고 돌아섰습니다.

그게 문제였습니다. 잠시 뒤에 들으니 “이래서 우리나라가 안 된다”느니...우리나라 엄마들 전체가 욕을 먹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말을 했어야 했는데 동호가 너무 멀쩡해 보였나보다. 하는 짓이 설명하지 않아도 장애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구태여 설명하지 않았는데’

나 들으라고 하는 얘기이지만 너무 심한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식당 같으면 음식을 새로 시켜드리고 동호를 통해 사과를 드릴 텐데 이곳은 캠프장이라 여의치 않아 그러잖아도 마음으로 많이 불편해 하고 있는데 아마도 아이를 크게 혼내지 않은 것에 마음이 상했나봅니다.

더 많은 말을 하기 전에 아이에 대해 설명하여야 하는데 끼어들어 말하기가 조금 주저됐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 교육으로도 성이 안차는지 일본의 훌륭한 교육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교육이 훌륭한지 어떤지 저는 가보지 못해 잘 모릅니다. 아무튼 교육에 대해 꽤나 많이 알고 있나봅니다.

드디어 제가 일어났습니다. 다시 조용히 찾아가 혹시 눈치 못 채셨는지 모르지만 저 아이가 장애가 있는 아이라 설명하였습니다. 발달장애라고 말씀드린 뒤 다시 한번 사과를 했습니다. 뭐라고 그분들이 말을 했지만 이미 마음은 많이 상한 상태입니다. 때로는 동호 앞에서 동호의 장애명을 말하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어느 소가 훌륭하냐는 물음에도 소가 들을 새라 귓속말로 했던 그 옛사람처럼 동호를 놓고 아이보다도 장애명이 앞서는 게 어미로서 무척이나 속상할 때가 많이 있지요. 그리고 장애든 비 장애든 아이의 잘못을 놓고 너무나 쉽게 비난하고 매도하는 것에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본인들의 도덕성을 한번 점검해보라고 해주고 싶었지만 참았지요.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말했답니다. ‘우~씨 교육의 교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말이야~웃기지 말라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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