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대전지법 사태, 550여명 피고인들의 이야기(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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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전 10시경 550여명의 신탄진 주민들은 5개 법정에 나뉘어 재판부(제3민사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지난 2003년 봄, 원고측의 소장이 처음 피고측인 주민들에게 송달된 뒤 2년여만(피고인 중 상당수가 타지역으로 이사를 갔거나 사망했기 때문이다.)에 열리는 재판이었다.
일부 피고인들은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영문도 모르는 채(일부 피고인들의 자제들은 사건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음) 달려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법원에 출석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들이 많다는 이유로 5개의 법정으로 나눠 재판을 치루는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한 뒤 먼저 피고인들의 참석 여부 검토에 들어갔다.(한편 법원은 법정 혼란을 대비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고 이에 경찰은 외근형사 10여명을 투입했으며 전경 1중대를 인근에 배치했다.)
재판부의 호명이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왔고 급기야는 “원고의 소 내용과 증거자료를 열람하라”라는 재판부의 말이 끝나자마자 “재판부가 너무하는 것 아닌가”라며 고성이 법정 안을 메웠다.
“재판부는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를 아는가”
현 조합장의 자제이자 주민들의 대표격인 손영주씨는 이날 주민들의 분노에 대해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것도 환장할 일인데, 재판부가 원고측이 45cm의 분량에 가까운 증거자료 등을 제출했으니 피고인들은 이를 열람하라는 말에 흥분했다”며 “내가 알기로는 원고가 소를 제기했을 경우, 피고인측에게 사본을 한부씩 줘야 하는데 피고인들이 많다는 이유로 이를 열람하라는 것에 화가 났다. 정확히 말한다면 당일 참석한 피고인 550여명에 모두 배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재판부는 재판 전에 사건의 내용을 파악했을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대부분이 연로하신 노인들인데, 과연 이 증거자료가 무슨 내용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겠는가. 이러한 사정을 재판부는 참작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절차에 맞으니 그냥 가라, 결국 이 뜻이 아닌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손씨는 또 “재판부는 이날 사망한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원고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놈의 회사가 무엇을 어떻게 알아서 할 것인지 재판부는 아는가. 또 70살이 넘어 귀마저 어두운 부모를 대신해서 자식들이 설명하겠다고 말하니 재판부는 자식들은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슨 재판부가 이러한가”라고 토로했다.
덧붙여 손씨는 “재판부가 판단할 문제이겠지만 이번 재판은 정말 환장할 일이다. 문제 투성이의 원고측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기 전에 한번만 제대로 살펴봐 달라. 아무리 법적 절차에 맞는 재판이라지만 법에도 눈물이 있다고 들었다. 재판부는 1000여명의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의 피눈물을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서울 부산 등지에서 올라온 주민들은 참석여부만 확인한 채 재판이 끝나자 “언제 또다시 대전에 오는가. 우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재판부는 우리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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