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시험지 부정유출 파문으로 '곤욕'치러

길게 늘어선 수험생 줄. 오는 27일 치러지는 시험에는 328명 모집에 1만3천885명이 지원, 42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대전일보 제공

대전시가 오는 27일 시행되는 대전시 공무원 시험지 부정유출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법당국의 법적 처리로 파문이 가라앉기를 바라고 있으나, 수험생들의 관심이 곤두 서 있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결국 대전시는 이례적으로 인터넷에 떠 있는 시험지 유출과 관련한 의문 제기 글에 대해 공개적으로 해명을 하고 나섰다.

대전시 "시험은 계획대로..."

전의수 대전시 자치행정국장은 21일 기자실에 들러 "오는 3월 27일 시행되는 대전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을 차질 없이 치르기 위해 만반의 준비에 들어갔다"면서 "시험은 아무런 차질 없이 추진되며 원서를 출원한 응시생은 조금도 동요되지 말고 시험 준비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하는 언론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전 국장은 “시험지 부정유출 여진이 계속돼 시 홈페이지에 올린 1명뿐 아니라 대다수 수험생들에게 공식화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 자료를 내게 됐다”며 “시험을 치르는 데는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해명 보도 자료를 내게 된 것은 한 네티즌은 대전시 홈페이지에 시험지 부정 유출에 대해 궁금증을 제기해서 비롯됐다. '이효리'라는 익명을 사용한 이 네티즌은 20일 '대전시 공무원시험 문제지 유출에 대해서...'제목의 글에서 "27일 날 시행되는 공무원임용시험 9급 행정직을 지원한 수험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제가 들은 바로는(소문이 아니라...) 시청 20층 고시과에서 문제지가 담긴 컴퓨터 파일이 유출되었다고 하던데...그냥 그 시험지로 시험을 보는 것인가"라면서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네티즌은 "혹시 날짜나 시험지가 바뀌는 것은 아닌지...공식적인 발표를 해 달라"고 주문해 이날 대전시가 직접 나서게 된 것이다.
접수대 앞에 몰려 있는 수험생들.

어떻게 된 사건인가

대전시청의 시험지 유출은 지난 18일 언론에 보도돼 공개됐다. 이날 경찰의 발표를 근거로 보도된 내용을 보면 대전 둔산경찰서가 18일 대전시 직장협의회 홈페이지에 모 공무원이 아들을 위해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이 모 씨(33)에 대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15일 오후 11시 40분경 대전시 직장협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대전시청 이모 계장이 2005년도 제1회 지방공무원임용시험의 감독직을 이용, 자신의 아들에게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글을 게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주변에서 이 같은 소문을 듣고 자신이 혼자 추정해 글을 쓴 것으로 자료를 냈다.

이씨는 그러나 시청 내부에 있는 한 인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을 썼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15일 인터넷에 올랐다가 당일 삭제된 내용은 시청 직원 아들이 양심선언을 하는 형식으로 올려져 있었다. 아들이 직접 쓴 형태를 띠어 “시험을 보기 싫은데, 아버지가 강요해서 시험을 보게 됐다. 이 시험을 봐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형식이었던 것으로 올라가 있었다.

대전시는 이 내용을 확인 한 결과 몇 가지 내용이 맞아떨어져 사이버수사대에 고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시청 계장의 아들이 응시원서를 낸 것이 사실이고, 또 직렬부문까지 맞아떨어지면서 한 때는 이 계장을 의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계장은 시험 출제를 위해 시청 내 모처에 들어가 외부와 통제돼 있는 상태였다.

결국 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의 추적 결과 집에서 이 같은 내용을 쓴 이 모 씨가 허위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나 이씨는 현재 구속 상태에 있다.

시험 출제.관리는 어떻게...

이번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전시의 시험지 출제 방식과 관리가 공개됐다. 대전시는 이번 시험 출제를 위해 공무원과 출제 교수, 밥 짓는 아주머니 등 모두 8명이 시청사 모처에서 격리돼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 곳은 내부에 침실과 화장실 등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어 출제일로부터 시험이 끝날 때 까지 15일간 정도 격리되는 공간이라는 게 대전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가 됐던 시청 계장도 이 곳 책임자로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시험출제는 사전에 국내 교수들로부터 30배수 이상의 문제은행을 만들어 놓은 것을 바탕으로 난이도 등을 나눠 시험문제를 구성한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이번 사건이 일어 난 뒤 해당 계장을 시험지 출제관리에서 제외하고 다른 직원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험은 328명 모집에 1만3천885명이 지원해 42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시험은 27일 오전 10시부터 서구 둔산동 문정중학교 등에서 실시된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