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송인진 박사, 북핵선언 해법 제시

최근 북한의 핵 보유선언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에 충격을 줬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북핵문제의 제1의 당사자 이면서도 대처방식에 대해서는 분명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원자력안전기술원 송인진 박사가 북핵문제와 관련, 에 글을 보내왔다. 송 박사는 이 글에서 '한반도 비핵화 추구라는 기본원칙에 충실하여 대화와 협상'을 주문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대북 적대정책의 포기를 명시적으로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문을 게재한다.

최근 한국언론은 북한 핵무장관련 기사로 떠들썩하다. 북한당국은 2005년 2월 10일 외무성 대변인성명을 통하여 「일정 조건 충족시까지 6자회담 참가거부, 자위적 핵억제력으로 핵무기 제조,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과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최종목표의 불변」요지의 핵무기 보유를 공식적, 공개적으로 발표하여 한국을 비롯한 관련국가의 정책담당자들을 아노미상태로 빠뜨렸다. 이는 바로 핵무기가 갖는 국제적/정치적 함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으로서 그 동안 국제사회가 보여온 핵확산 방지 노력과 이의 달성을 위한 국제적레짐의 실효성에 커다란 의구심을 던져주는 충격적인 사태인 것이다.

그 동안 한국정부는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수단에 의한 외교적 해결이라는 정책기조에 따라 조용하고 상호협력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하여 왔는바, 이는 북한 핵문제의 󰡐민족공조󰡑유지와 북 · 미 대결에서 󰡐조정자 역할󰡑자임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기조 특히 조정자역할 자임론은 노무현 대통령의 이른바 LA 발언과 한국정부의 선택 가능한 정책수단의 제한으로 그 기조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위기에 처했는바, 특히 이번 2·10 북한 외무성 성명으로 민족공조 명분마저 무너져 한국정부는 북한 핵문제를 포함하는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하여야 할 시점에 있는 것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북한 핵보유 선언의 실체(facts)와 판단(views)을 면밀 분석하여 북한 핵보유 선언의 진실이 무엇인지? 이에 따라 한국정부의 선택 가능한 정책적 수단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북한 핵무기 보유선언

1).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성명(요약)

미국은 우리의 《제도전복》을 목표로 한 새로운 리념대결을 선포하고도 다른 한편으로 핵문제의 《평화적이며 외교적인 해결책》과《6자회담의 재개》에 대해 념불처럼 외우면서 세계여론을 기만하려 들고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으로 하여 조성된 엄중한 정세에 대처하여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첫째, 우리는 6자회담을 원했지만 회담 참가명분이 마련되고 회담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되였다고 인정될 때까지 불가피하게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할 것이다. 6자회담과정이 지금과 같이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 것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 때문이다. 부쉬행정부가 이번에 적대시정책을 초과하여 회담 상대방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락인하면서 우리를 전면 부정한 조건에서 6자회담에 다시 나갈 그 어떤 명분도 없다.

둘째, 미국이 핵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우리 제도를 기어이 없애버리겠다는 기도를 명백히 드러낸 이상 우리 인민이 선택한 사상과 제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고를 늘이기 위한 대책을 취할 것이다. 선의에는 선의로, 힘에는 힘으로 대응하는 것이 선군정치를 따르고 있는 우리의 기질이다.

우리는 이미 부쉬행정부의 증대되는 대조선 고립압살정책에 맞서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 단호히 탈퇴하였고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
우리의 핵무기는 어디까지나 자위적 핵억제력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오늘의 현실은 강력한 힘만이 정의를 지키고 진리를 고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원칙적 립장과 조선반도를 비핵화하려는 최종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2). 외무성 성명 분석

북한 외무성 성명은 크게 4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① 미국의 대북한 적대정책의 포기를 요구 ② 6자회담 참가와 관련하여 명분이 마련되고 회담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인정될 때까지 불가피하게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 ③ 북한은 부시행정부의 증대되는 대조선 고립 압살정책에 맞서 NPT에서 단호히 탈퇴하였고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 ④ 북한 체제보장과 안보를 위한 핵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해결한다는 원칙적 입장 및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의 천명 등이다.

북한 외무성 성명을 액면 그대로 논리적으로 분석하면 성명의 타겟국가는 대부분 미국이다. 즉 미국의 대북한 적대정책으로 북한의 체제보장이 이뤄지지 않으므로 현재 진행중인 북한핵 관련 6자회담에 참가할 수 없으며 더 나아가 자위를 위해 핵무장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6자회담의 결과가 북한의 체제보장과 관련하여 만족할 만한 성과가 예상된다면 회담에 참가할 수도 있으며 또한, 북한의 체제보장과 핵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해결책을 도모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표명하여 대미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또한, 한반도에서 핵무기 보유국가(Nuclear State)의 출현을 극력 경계하는 중국, 러시아 등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국가이며 동시에 핵강대국인 이들 나라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북한은 미국의 대북한 고립 압살정책으로 불가피하게 핵무기를 제조하였으나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하면 6자회담에도 복귀할 것이며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화와 협상으로 이를 추구해 나간다는 북한 나름의 󰡐주체적󰡑핵정책을 선언하여 그들의 불안감을 덜어주려는 의도도 나타낸 것이다.

더불어 일본에 대하여는 미국에 추종하는 대북한 적대시정책의 전개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조속한 국교정상화 추진을 요구하였다. 이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대북한 적대정책이 북한의 핵무장을 초래하였다는 논리이며 향후 6자회담의 진척 이후 북·일 국교정상화 회담시 더 큰 경제적 기여를 촉구하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또한, 북한의 핵보유가 일본의 핵국화를 앞당길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 한반도 비핵화라는 북한의 최종목표를 부연한 것으로 분석된다.

끝으로 한국에 대하여는 성명에서 언급한 내용이 전혀 없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아마도 그들이 내세우는 이른바 󰡐민족공조󰡑가 달성되었다고 판단하여 내부적으로 현재 진행중인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남북경협의 차질없는 추진을 원하여 한국정부를 자극할 필요성이 없거나,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입장을 어느 정도 대변해 주는󰡐조정자 역할󰡑의 현상유지를 바라는 의도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국가의 반응

북한 외무성 성명은 한국정부를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 모두에게 커다란 충격 그 자체였으며 특히 미국에게는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이라는 기존의 다자적 문제해결방식 틀 자체를 재검토하여야 하는 평화적, 외교적 접근방식에 대한 회의를 초래한 것이다. 이하에서는 미국 등 주변 4강의 반응과 파급효과를 살펴보겠다.

1) 미국

미국인 22%가 북한이 미국 최대의 적 1위라고 생각한다는 어느 여론조사 결과를 반증하듯 미국은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 매우 민감하면서도 신중하게 대응하는 태도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2·10 북한의 6자회담 무기한 참가 중단 및 핵무기 보유 선언과 관련, 미국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능력이 있다고 가정해 왔다고 밝히면서 미국과 한국이 한반도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위협이라도 다룰 수 있는” 충분한 억제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북한은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을 검증가능하게 중단할 경우에 한해 안전보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또한 미국은 6자회담이 다시 열리기를 희망하고, 6자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해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길을 피해야 한다”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거듭 촉구했다. 북한의 6자회담 참가중단과 핵무기 보유 선언은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선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당장은 마땅한 대응방법이 없기 때문에 북한의 핵보유 성명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는 시각도 있다. 즉 이라크전 마무리와 이란 핵문제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원론적 입장의 재천명 외에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이 현실적으로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시 행정부내 일부 당국자는 외교를 말하는 가운데서도 북한에 대해 새로운 경제적 압박 방안을 검토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즉 북한이 6자회담 재개를 어렵게 한데 대해 보상을 주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으로 6자회담 참가를 위해 양보를 할 것 같지는 않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을 요약하면 단기적인 정치적 입장은 6자회담에의 복귀를 촉구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메신저 역할 결과와 북한의 주장을 수용하여 북미 직접대화의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외교적 해결방안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경우 북한 핵문제의 UN안보리 회부 등의 절차를 거쳐 경제적, 군사적 제재조치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본격적인 경제적 제재조치 강구에 앞서 선택적인 경제제재 다시 말해 국제적으로 합법성을 부인할 수 없는 범위에서의 제재조치가 선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군사적 제재조치는 이라크전 수행 등으로 당장의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MD개발 및 실전배치를 서두를 충분한 명분을 제공해 주는 계기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2) 러시아

러시아의 반응은 6자회담의 지속적 추진이 러시아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2월 11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 등에도 불구하고 비공식 접촉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북핵문제를 둘러싼 접촉이 중단된 것은 아니며 6자회담 모든 당사국간의 국제적인 비공식 접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은 2월 12일 북한이 2월 10일 갑작스럽게 6자회담 불참과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북한을 비난했다. 그는 또 북·미간 양자회담 필요성을 강조한 북한의 태도를 일축하면서 “우리는 북한을 6자회담의 틀 속에 복귀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이를 위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절충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였다.

북한 핵보유선언에 대한 러시아의 태도는 6자회담에의 즉각적인 복귀와 한반도 비핵화 의지 표명이다. 이는 특정국가에 의한 대북한 영향력 독점을 방지하고, 러시아 국경지역에서의 사소한 핵동향에도 매우 민감하게 신경을 쓰는 러시아 대외정책의 소산이다. 또한, 핵비확산레짐에 대한 러시아 나름의 신념의 결과로 일본, 한국 등 주변국에 미치는 핵확산의 도미노현상(Nuclear Chain)을 우려하는 반응인 것이다.

3) 일본

일본의 반응은 다분히 양면적이다. 즉 대외적으로는 미· 일 동맹관계를 활용하여 미국과 보조를 맞춰 나가는 것이며 대내적으로는 군사대국화의 길을 열어주는 호재로 작용하여 일본 극우파의 염원인 군비확장과 핵개발의 명분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정책공조는 2월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외교. 국방 2+2 회담에서 북한의 최근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무기한 불참 선언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북한이 6자회담에 무조건, 신속히 복귀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우선시한다는 입장이지만 납북자 유골의 진위여부를 놓고 대북 감정이 악화되어 대북 제재론이 강하게 거론되면서 유화책을 내놓기 어려운 처지인 것이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하여 당장 일본이 핵무장을 시도할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만약 6자회담의 무산, 또는 미국의 제재방침이 현실화되어 북한정권에 대한 제재를 정책목표로 설정한다면 일본의 핵무장문제에 있어 커밍아웃이 될 것이다. 더구나 북한이 운반수단인 미사일 발사 등 추가적인 핵위협을 시도한다면 이는 일본의 전통적인 비핵정책 즉, 무증후전략(asymptomatic strategy)의 변경을 초래할 것이다.

4) 중국

중국은 북한 핵문제뿐만 아니라 북한체제와 관련하여 양국은 전통적인 혈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를 흔히 순치(脣齒)관계라 부른다. 이러한 특수관계 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남북한 모두의 핵무기 보유금지 및 한반도 비핵화 지지를 바탕으로 북한 핵문제는 당사자간의 대화와 협상에 의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그 과정에서 중국의 중재역량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번 북한 핵무기 보유선언과 관련하여 중국의 중재자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중국이 중재자로서의 역할로 끝날 것인가? 만약 북한의 핵보유를 현실로 인정할 경우 중국 내부적인 사정 즉, 대만의 핵무장을 초래시키는 결과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Nuclear Chain) 또한 북한 핵무장의 결과는 일본의 핵무장여부를 떠나 일본 군사대국화를 초래시키고, 미·일 안보동맹의 긴밀한 결속을 가져와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용이하게 하는 등 중국으로서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은 북한 핵문제의 당사국 위치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중국은 중재자, 당사자 중 어느 입장에 충실할 것인가? 우선 6자회담의 복귀까지는 중재자의 역할을 이행할 것이나, 6자회담 등 다자접촉에 의한 외교적, 평화적 해결시도가 무위로 끝날 경우 미국, 일본 등이 UN을 앞세워 본격적인 경제적/군사적 제재에 돌입할 시에는 당사자로서 북한 핵보유 문제보다는 북한체제의 생존을 위해 북한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 예상된다.

한국정부의 정책방향

일반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핵국이란 ① 핵분열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핵물질 ② 핵분열을 동시/대량으로 일으키게 하는 기폭장치 ③ 핵무기를 폭발시키고자 하는 장소까지 운반할 운반체계 등 3가지의 기본요소를 구비하여야 한다.

이번 북한 핵무기 보유선언은 위의 3 기본요소 중 일부는 실증적으로 확인이 안 되었지만 개략적으로 충족한다고 판단된다. 또한, 핵무장의 동기가 국가 안전보장의 확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 것이다. 따라서 한국 내부에서 일고 있는 󰡒북한 핵보유 성명은 선언 아닌 주장에 불과󰡓, 󰡒핵실험의 미실시󰡓,󰡒운반수단의 결여󰡓등 논의는 본질에서 어긋난 분석인 것이다. 즉, 이러한 논의는 핵확산 및 핵비확산에 대한 기초적인 인식부터 재정립하여야 하는 아마츄어적 접근으로 이는 이념과잉의 국내정치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이분법의 논리로 한국정부는 사태를 직시하고 올바른 정책방향 정립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바람직한 한국정부의 대북 핵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정책방향은 미국 카네기재단의 비핵화 전문가인 로즈 고테모엘라(Rose Gottemoeller)의 비핵화 추진방법인 제도적 접근방법(Institutional Approach)과 비제도적 접근방법(Non-institutional Approach)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겠다.

우선 제도적 접근방법으로는 1991년 12월 31일 남북한 간에 합의· 서명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있다. 이는 양국간에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상호신뢰의 결과 합의된 문서로 남북한과 국제사회 모두에게 국가 신인도의 문제는 존재한다.
또한, 1994년 10월 제네바에서 합의한 북· 미 기본합의문은 핵과 비핵에 관련된 실천목표를 설정하였는바, 핵문제는 북한의 핵능력 동결 나아가 폐기이며, 비핵문제는 북· 미 관계정상화 및 남북대화 재개이다. 이는 1999년 10월 페리보고서를 거쳐 오늘날 그 실효성은 거의 사라졌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평가할 만한 것이다.

현재 제도적 접근 중 가장 중요한 사안은 2003년 8월 시작된 6자회담이다. 이 다자회담 자체가 갖는 의미는 북한 핵문제는 순수한 북한 내부문제임과 동시에 국제문제임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핵무기 보유 여부는 국가 내부적인 정책적 판단으로 결정되지만 그러한 정책결정은 주변국가와 핵비확산 레짐의 관심대상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의 6자회담 불참 및 핵무기 보유선언으로 한국정부는 향후 남북간의 긴밀한 협력관계 유지라는 정책기조는 당연하지만, 순진하게 민족공조 차원에서 접근할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며 주변국가와 핵비확산 레짐 차원의 접근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핵비확산 레짐으로 볼 수 있는 UN, IAEA, 특히 NPT의 적극적인 활용과 6자회담 참가국 모두와의 긴밀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외교적 협력 이후 북한의 NPT복귀 설득, PSI가입 등의 추가적인 계획수립 및 실천이 요구되는 것이다.
비제도적 접근방법으로 남북한 국회, 정당간의 접촉을 시도하여 이른바 미국의 체제보장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유사시 주한미군이 우선적으로 공격대상이 될 것인바, 이는 바로 동족상쟁을 의미하며 구소련 등 동유럽의 붕괴에서 보았듯이 체제붕괴는 국가 내부적 정치적지형이 문제이지 외부세력에 의한 체제붕괴는 어렵다는 역사적 사실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술교류, 전문가 국제회의, 환경단체 등 NGO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문제이다. 사실 NGO문제는 북한에 진정한 NGO가 존재하는지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한국정부의 정책적 대안수립 및 실천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들 단체는 각종 국제기구· 단체, 인터넷 활용, 재외 북한 대표부청사 등에서의 의견표현 정도에 머물 수도 있는 것이다.

결론

북한은 그 동안 공식, 비공식으로 그들의 핵무기 보유사실을 10여 차례 언급하여 왔는바, 이번 2·10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공식적, 공개적 성명발표로 핵무기 보유는 기정사실화 되었다. 더구나 한국 등 6자회담 참가국의 반응은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그 대비책을 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 국가는 북한의 무조건적인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한국정부는 당사자이면서도 취할 수 있는 정책대안은 공식, 비공식 외교적 협력 외에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핵문제는 핵자체가 갖고 있는 국제정치적 함의를 고려하여 기존의 해결방식인 다자적 접근을 통한 해결책 도모가 최선의 방책일 것이다.

이번 선언을 다분히 내부적으로 주민 결속을 도모하고, 외부적으로는 6자회담에서 유리한 고지 선점을 노리는 협상용 성격이 짙다고 해석한다면 이는 전술적 판단에 불과한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민족분단 현실과 주한미군의 존재,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 등 주변 4강의 치열한 국익추구의 접점에 있는 한반도에서 핵무기 보유는 과연 국익의 극대화인가? 이번 선언은 한반도 내부적으로는 핵인질(Nuclear Hostage)이라는 핵테러 가능성이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핵확산(Nuclear Chain)으로 동북아에서 세력균형을 붕괴시키고 세계적으로는 핵비확산레짐에 대한 도전으로 매우 위험하고 무모한 대외전략인 것이다. 이에 북한 핵정책은 󰡐주체적󰡑정책에서 탈피하여󰡐현실주의적󰡑정책으로 변화되어야 하는 당위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오늘날 핵무기 보유여부는 기술능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책선택의 문제로 보는바, 북한의 핵무장 선언은 그들 나름의 정책선택의 표현인 것이다. 그렇다면 핵무기를 보유하는 정책은 그것을 통한 안보상, 국위선양, 심리적 이득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북한 핵문제를 민족 내부적 문제로 인식하는 한국 일부의 경향 역시 핵문제가 안고 있는 국제정치적 함의를 이해 못하는 소아병적 행태인 것이다.

더불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및 오랜 남북분단 상태를 고려할 때 약소국의 독립과 생존권을 위해서는 주변외세를 자극하지 않고 그들 간의 타협을 유도할 수 있는 중도적인 외교 즉, 현실주의에 입각하여 현실성과 적응성을 발휘하는 것이 진정한 국익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이번 성명에서도 명시한 바와 같이 한반도 비핵화 추구라는 기본원칙에 충실하여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의 과거· 현재핵을 투명하게 검증하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아울러 6자회담 참가국은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과 북한의 체제보장을 이루어 내는 국제적 합의를 도출하여야 할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은 대북 적대정책의 포기를 명시적으로 선언하여야 함은 당연한 전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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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990년부터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근무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 육군장교로 강원도지역 최전방 철책선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당시 주한미군의 전술핵 투발을 위한 모의훈련을 목격한 이후 한국의 핵정책에 관심을 기울여 2001년 8월 충남대학교 정외과에서 「한반도 비핵화정책의 이론과 실천에 관한 연구」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KINS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있어 필수적인 원자력 안전성 확보를 위한 원자력 안전규제 정책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연락처 042-868-0104, 016-406-6374, k239sij@kin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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