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안 때렸어요" 항변했지만 공범 처분

8일 오전 대전둔산경찰서 형사계 한쪽 구석에는 교복을 입은 앳된 남학생 11명이 앉아 있었다. 책가방을 맨 채로 서로 얘기도 나누지 못하고 고개를 깊게 숙이고 있었다.
◈같은 학교 학생을 폭행한 혐의로 둔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우리는 안 때렸어요. 왜 왔는지도 모르겠어요”
“우리는 구경만 했어요. 때린 건 1명인데 왜 우리까지 왔는지...아마 다 엮으려고 그러는 거 같아요”
“친하게 지내자고 약속까지 했는데 경찰에 신고를 하다니...”

경찰서 한 쪽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학생들의 정체는 D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J모군(17)을 비롯한 막역한 친구사이인 이 11명은 1학년인 S군을 때리거나 동참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온 것이었다.

사건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의 권유로 2003년 2월 중국에 유학을 떠났던 S군은 교통사고를 당해 다시 귀국해야만 했고 이듬해인 지난 3월 이 고등학교 1학년에 복학했다.

‘유학파’인데다가 1학년이지만 나이가 같은 S군은 2학년 학생들의 눈엣 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S군은 우연히 복도에서 이 학교 ‘짱’인 J군의 신발 뒤꿈치 부분을 밟은 것이 발단이 됐다. D고등학교의 경우 2003년 신설된 학교로 2학년이 최고 학년이었기 때문에 학생들 세계에서 J군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상대였다. 그런 J군이 발을 밟혔으니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J군과 일행은 4월 17일 토요일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S군이 지나는 지하보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짱’과의 상대는 무의미 한 일. S군은 “한대 맞고 말지”라는 생각에 저항을 하지도 않았다. 아니 11명과 맞상대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10명의 아이들은 J군과 S군을 에워쌌다.

J군이 나서 S군의 턱을 강타했고 S군은 이가 2개 부러지고 턱 뼈에 금이 가 5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부상을 입었다. S군은 차마 학교에서 맞았다는 얘기는 못하고 귀갓길에 모 백화점 근처이서 불량배들에게 맞았다고 부모에게 둘러댔다.

하지만 맞았다고 해서 일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학교에서 마주칠 때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경멸의 눈초리를 참아 낼 수가 없었다. 결국 S군은 사건이 있은 뒤 2개월만에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고 말았다. 지금은 집에서 쉬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S군은 경찰 진술서에서 “정신적 육체적 고통으로 인해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학생이 학생을 때리는 학교에서 생활을 할 수 없다. 죽고 싶은 마음”이라고 적었다.

S군을 때린 J군은 폭력행위 등에 관한 위반으로, 나머지 10명의 아이들 역시 공범으로 처벌을 받게 됐다. 어린 학생들의 치기 어린 행동이 한 학생이 학교를 떠나고 또래 아이들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게 만들었다. 또 자신들 역시 폭력과 동조에 대한 응당의 대가를 치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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