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기온 34도, 한 여름 더위...4호 태풍 '콘손'영향

"오늘도 대전이 1등이네 1등"
"아직 장마도 안 왔는데 웬 삼복더위가 벌써 오냐"
"아휴, 오늘은 뭘 입지"

대전이 심상찮다. 6월로 접어들면서 34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더위가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평년보다 한달이나 빨리 찾아온 날씨 덕에 이미 민소매 티셔츠에 반바지는 평상복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6월로 접어들면서 연일 30도를 웃도는 불볕 더위가 찾아오는 등 이상기온을 보이고 있다. 강아지들도 따가운 한낮 열기를 피해 그늘로 찾아들었다.

매일 밤 9시 TV앞에 모여 혹시나 하고 기상청 예보에 기대를 가져 보지만 내일도 역시 32도.. 33도.. '헉헉'

올 여름 수십년 만에 찾아 올 폭염이 예상된다는 기상청 예보가 이미 5월말 발표되면서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초여름의 상쾌함을 맛 볼 새도 없이 연일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낮기온이 32도까지 오른 11일 역시 둔산 아파트촌의 동과 동 사이 그늘마다에는 동네 노인들과 경비원들, 아이를 안고 온 주부들까지 몰리면서 때 아닌 시장바닥이 됐다. 사람들이 모이자 대로변에 자리잡았던 노점상들도 햇볕을 피해 상추며 콩 보따리를 들고 그늘로 찾아든다.

다행스럽게도 습도가 높지 않아 그늘에서는 그럭저럭 견딜만 하지만 대낮에 주차해둔 차량에 오르면 마치 커다란 찜통 속 만두가 된 것 같은 기분이어서 여간 찝찝한 것이 아니다.
◈대전이 대구를 제치고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가 됐다.

대전지방 기상청에 따르면 대전지역의 최근 날씨는 이미 7월 하순 경에 해당하는 기온이라는 분석이다.

올해의 경우 6월 21일 하지를 전후 해 장마가 시작되고 7월 20일 초복, 22일 대서, 30일 중복, 8월 9일이 말복으로 8월 23일 처서가 지나면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계산이지만 이미 장마가 끝난 뒤 딱딱한 벼알을 여물게 할 정도의 불볕더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전이 유독 고온을 기록하는 이유는 두 가지. 우선 한반도 전체가 안정적인 고기압과 기압골의 영향을 주기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로 고기압이 지나면서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가운데 약한 바람과 때에 따른 엷은 안개까지 끼어 평년보다 유난히 덥게 느껴진다.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하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기가 가열돼 뜨겁게 달궈진 상공의 온도가 다시 하강하면서 뜨뜻한 공기가 내려오는데다 잩은 안개는 지상의 복사냉각 작용을 더디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일본 열도를 따라 천천히 진행하는 4호 태풍 '콘손' 때문. 태풍을 둘러싸고 앞쪽 진행방향에 있는 열기가 태풍의 진행방향에 따라 우리나라 쪽으로 밀려오면서 특히 대전과 충청지방의 상공에 열기를 쏟아놓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분수광장을 찾아 물장난을 치며 즐거워하는 어린이들의 모습. 3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는 장마가 시작되는 20일 전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대전지방 기상청 김학송 예보관은 "상공의 공기가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100미터에 1도씩 온도가 떨어지는 것이 정상적인 흐름이지만 현재 북위 40도 부근 대기가 매우 가열돼 있어어 상공의 공기가 내려올 때 뜨뜻한 공기를 밀어내며 지상에서의 복사냉각을 더디게 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 "오키나와에서 일본열도를 따라진행하는 4호 태풍이 앞쪽에 있는 열기를 우리나라로 밀고 오는 과정에서 태풍 바로 전면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열기와 습기를 가지고 오는데 이것이 충청지방에 해당하기 때문에 대전이 평년보다 4-5도 가량 기온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기상청은 대전 여름 기온이 평년값을 찾는 것은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달 이상 빨리 찾아온 여름이 평년의 흐름을 되찾는 것도 앞으로 수년이 지나야 할 정도로 기후변화의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 올해의 특징이다. 무엇보다 장마가 시작되는 6월 20일 전후에는 매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