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과기노조 조사, 절반 비정규직

대덕연구단지의 한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요즘 그만 둘 생각을 하고 있다.

2년전 대학원을 졸업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처음 들어 올 때까지만 해도 정규직으로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청운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그가 받고 있는 임금은 150만원 정도. 4대 보험 가운데 일부는 가입돼 있지도 않다. 나름대로 스스로를 고급인력이라고 생각했던 A씨는 정규직으로 발령이 날 것이라는 희망도 버린 지 오래다. 주변에도 같은 근무여건에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규직으로 고용되기보다는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민주노동당대전시지부와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은 4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비정규 연구원들에 대한 처우실태를 발표했다.

이렇게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절반 수준밖에 미치지 못하는 대우를 받는 정부출연연구기관 비정규직 연구원은 50%에 달한다. 이들은 비정규직 고용이 단지 예산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민주노동당대전시지부와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은 4일 정부출연 연구기관 비정규 연구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월 15일부터 2월 6일까지 정보통신연구진흥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해양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등 10개 기관 395명의 비정규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임금은 128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석사, 박사졸업자들은 각각 157.2만원, 179.6만원으로 나타났으며 석사, 박사과정 학위연수생들은 각각 69.5만원과 76.5만원에 불과했다.

또 전체 응답자 가운데 40.8%는 4대 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고 답했으며 전체의 12%에 해당되는 46명은 4대보험 중 어느 것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70.1%가 비정규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54.7%는 임금수준이 ‘착취’라고 답했다. 비정규직 근무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정규직 취업전 경력을 쌓기 위해서가 35.4%,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연구원에 입사를 위해서가 25.8%로 나타났다.
◈취재를 하고 있는 연구단지 출입 기자들.

‘비정규직은 단지 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 뿐인가’는 질문에 대해서는 80%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답했으며 정부의 이공계 정책에 대해서는 50.3점으로 낙제점을 줘 정부출연기관의 비정규직 근로 체제에 대해 심한 반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이공계 위기방안 극복을 위해서는 ‘평균소득과 처우 개선’에 68.8%, ‘고용불안을 야기시키는 비정규직 등의 요소 제거’ 44.9%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성우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위원장(41)은 “비정규직들이 생각하는 이공계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과학기술자들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못하다는데 있다는 것”이라며 “소수만을 위한 단기적인 정책보다는 근본적이고 안정적인 이공계 안정화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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