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몹'으로 모인 청소년 100명 '만세'

1일 오후 1시 30분경. 대전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에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월드컵 기간도 아닌데 웬 아리랑이냐”며 의아해 하던 시민들은 10여명의 청소년들이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추는 춤 사위에 어깨를 들썩였다.
◈85돌 삼일절을 기념하는 깜짝 행사 만세 행사가 1일 오후 2시, 대전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를 비롯해 국내외 50여개 지역에서 동시에 일어났다.

시간이 지나며 으능정이 거리에 모인 청소년과 시민들은 100여명으로 늘었다. 그리고 정각 2시. “대한민국 만세” “만세” “만세” 만세 9창이 이어졌다. 85돌 삼일절을 맞아 한 단체에서 주도한 깜짝 모임이었다.

일명 ‘플래시 몹’. 플래시 몹은 지난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선을 보인 일종의 놀이로 불특정 다수가 인터넷이나 이메일, 메신저 등을 이용해 정해진 시각에 특정 장소에 모여 주어진 행동 또는 놀이를 짧은 시간에 하고 곧바로 흩어지는 것으로 최근 N 세대를 특징 짓는 문화 코드로 불리고 있다.

가방이며 옷 속 깊숙이 감춰두었던 태극기를 꺼내든 100여명의 시민들은 손을 높이 쳐 들며 만세를 불렀다. 이들 중에는 쑥스러움에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목청껏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부분은 10대 청소년들이었다. 하지만 40-50대 장년층도 외국인도 섞여 있었다.

이날 대한민국은 “태극기가 휘날리며” 삼일절의 현대적 의미가 재현됐다. 대전 으능정이 거리와 서울 종묘, 천안 국학원, 광주 충장로, 대구 중앙로 등 전국 12곳과 미국, 영국,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등 세계 13개국 50여곳에서 같은 시간에 태극기 물결이 넘실거렸다.
◈인터넷 상에서 네티즌들에게 행사 소식을 전한 '사이버 사발통문.

‘플래시 몹’이라는 게임을 통해 삼일절의 의미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N 세대 젊은이들의 이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날 만세에 참석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누가 행사를 준비했는지 몰랐다. 다만 인터넷 각종 게시판과 입으로 입으로 전해진 것. 말하자면 현대판 ‘사발통문’이 셈이다.

이날 만세를 부른 사람들은 대부분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계층이다. 물론 자발적으로 참석했다. 길을 지나다 합세한 이들도 많았다.

“그냥요 즐겁잖아요. 오랜만에 태극기를 보니 즐거운데요”

상당수는 호기심반 재미반으로 참석한 경우. 하지만 얻어가는 것은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애국심이 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그것이었다. 또 흩어지면 큰 목소리가 나지 않지만 모이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큰 힘과 의미를 갖는 다는 것도 알게 됐다는 것이었다.

“부담 없죠. 무슨 행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싫은 행사에 억지로 끌려가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오늘 삼일절인데 이렇게 만세를 불렀으니 보람된 일을 한 것 같은데요”

이날 행사는 학술단체 국학원( http://www.kookhakwon.org )이 주도했다. 국학원은 고구려 역사지키기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민족역사 지키기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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