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회생 염원 담아 힘차게 한 걸음

전남 진도에서 시작된 ′우리 쌀 지키기 100인 100일 걷기(조직위원장 정경식) 운동′ 65일째인 3일, 드디어 이들이 충남 땅을 밟았다.

충북 보은과 옥천을 거쳐 2일 밤 대전에 도착한 이들은 대동복지관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이튿날인 3일 아침 10시 대전역 광장에서의 집회로 이날 여정을 시작했다.

30여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대전충남추진위원회 관계자들도 아침부터 나와 이들과의 일정을 함께 했으며 순수하게 이들과의 동행을 자처한 시민들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5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이들이 발자국을 찍은 길만 해도 벌써 1,100여km. 밀짚모자 아래 햇볕에 까맣게 그을린 얼굴들은 다소 피곤하고 지친 듯한 표정들이었지만 집회가 시작되자 어느새 그랬냐는 듯 소리 높여 구호를 외치고 박수를 치는 모습에서는 뭔지 모를 굳센 힘이 느껴졌다.
◈용두동 철거민들과의 합동선전을 벌이고 있다.

오전 10시를 조금 넘겨 대전역을 출발한 이들은 중앙로를 가로질러 충남도청까지 1개 차로를 이용해 행진했고 어린 학생들은 지나는 행인과 역 주변 상인들에게 전단지를 건네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또한 중구청 앞에서 시위중인 용두동 철거민들과 만나 이들을 위로하며 함께 합동시민선전전도 가졌다.

선전전에서 이들은 ″어젯밤 대동복지회관에서 자면서 달동네 맨 꼭대기에서 대전시내를 죽 내려다보았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조그만 집들을 보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울까 생각하면서 오늘 걷기운동 주제를 ′대전빈민을 위한 하루걷기′로 정했다″며 ″우리 서로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좋은 날이 올 때까지 건강하게 힘내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홍도육교와 오정동, 한남대를 거쳐 오후 4시경 대덕구 대화동 근로자 종합복지회관에 도착한 이들은 환영식과 강연회를 갖고 하루더 머무른뒤 다음 행선지인 공주로 떠날 예정이다.


″쌀을 단순상품으로 보는 인식 전환돼야″

 김재형 우리쌀 지키기 걷기운동 조직위원회 대변인

- 출발에서 지금까지 제일 힘들었던 점은

″날씨를 빼고는 특별히 힘들었던 것은 없었다. 사람들의 관심, 열정, 지지 그런 것들이 많은 힘이 되어주었다.″

- 우리 쌀 지키기 운동 추진의 결정적 취지가 있나

″쌀 시장 개방의 파장은 우리의 흔한 생각보다 훨씬 큰 타격이며 IMF의 배 이상이다. 예전 70년대 ′잘 살아보세′ 구호아래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사이 농촌은 파괴됐다. 그때만 해도 경제가 발전하면 농촌도 잘 살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WTO는 그때와는 달리 뻔히 농촌이 어떻게 될지 보이는 상황이고 또 눈앞에 두고 있다. 거기다 그 충격이 IMF처럼 사회 전반적인 것이 아니라 농촌에 집중된다. 그러다 보니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 참여 층이 다양한데

″사람들에게 이러한 위기를 설득해내야 하는데 논리적인 것 가지고는 공감을 잘 하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의 가슴을 두드리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운동을 추진했다. 그러고 보니 오히려 5살 10살 애들도 있고.. 완전 10대 운동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애들이 먼저 가슴에서 느끼는 것 같다. 조직위원회 홈페이지를 봐도 어른보다 애들이 진심으로 글을 쓴다. 이것처럼 지금상황에서는 그럴 수밖에(가슴으로 이야기해야 하기) 없기 때문에 어린애들까지 데리고 100일 걷기를 한다.″

- 쌀 문제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어떤 부분인가

″한국사회에서는 농촌에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도울 만큼 도왔지만 농민들이 열심히 안해서 (농촌이) 어렵다고 말하고 자유무역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그것을 높이면 되지 않느냐는 사회적 여론이 이미 형성되어 있는 상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농산물의 경우 구조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다. 다른 나라는 경쟁력이 아니라 그 나라에서 농업이 유지돼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에 나라에서도 지원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단순한 상품 개념으로 본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 농촌 내에서의 갈등도 있는데
″그것은 쌀 수입 개방이 가져올 결과다. 가격면에서 싼 쌀은 더 싸게, 비싼 쌀은 더 비싸게, 결국 두가지만 살아남는다. 아주 대규모에 한가마 7, 8만원정도로 값싸게 생산하거나 또 하나는 한가마에 40, 50 만원씩해도 부담 없이 사먹는 사람들을 상대로 고급 쌀을 생산하는 것이다. 하지만 양쪽이 다 숫자가 적다. 결국 이러다 보면 극소수의 농민을 제외하고는 다 농촌을 떠나게 되어 있고 그게 지금의 현실이며 우려되는 부분이다.″

- 걷기운동의 효과를 얼마나 기대하는가

″모든 운동은 크게 두 가지다.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운동과 성과를 떠난 운동이 있다. 한 예로 80년 5월 광주에서 마지막까지 도청에 남은 사람들이 내가 도청을, 광주를 지킬 수 있다고 마음먹은 사람은 없다. 자신이 그 자리에 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운동에 있어서도 기본적인 마음은 비슷하다. 농민으로서,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서 내가 어디에 서야 되나 하는 생각이다. 또한 일정정도는 자기 내면의 고백이고 자기 양심의 소리니까 거기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사람들이 변화되고 말고는 우리가 판단할 몫이 아니다.″

- 앞으로 일정은

″코스일정에는 변동이 없고 10월 13일 서울 도착해 ′온 국민 하루 걷기′를 할 것이다. 그게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큰 숙제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과정 매일 매일이 사실 축제다. 걷다보면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또 여러 사람들이 현장에서 많이 동참하기도 하고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어 힘이 된다.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






전농 충남도연맹, 대전지역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대전경실련, 대전여민회, 대전여성환경포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대전충남녹색연합, 민주노총대전본부, 대전충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대전충남민교협, 대전충남생명의숲가꾸기국민운동,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흥사단, 유성민주시민연합, 주부교실대전지부, 대전YMCA) 대전 YWCA, 평화의 마을, 민주노동당대전시지부, 가톨릭환경회의, 한 살림, 빈들장로교회, 대전 NCC 사회환경위원회, 충남농민목회자협의회, 충청지역노점상연합, 전교조충남지부, 민주노총충남본부, 전국농협노조충남본부, 온빛교회, 대전민들레의료생협, 한밭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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