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도·농 어린이 교환 체험학습

◈도, 농 어린이 교환 체험학습에 참여하고 있는 한별(사진 좌)이와 송이(사진 우)가 침대위에서 장난을 치고 있다.
″바이킹은 무서워서 못 타구요. 재미있는 범퍼카 만 신나게 탔어요″

태어나서 두 번째로 대전에 와봤다는 한별(12·당진 우강초 5년)이는 TV에서만 보아왔던 동물들과 놀이기구를 직접 보고 탈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검게 그을린 시골 어린이 21명이 대전을 찾아 도시와 농촌간의 벽을 허무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대전 구즉 농협(조합장 최완)과 당진 우강 농협(조합장 지승복)이 도시 농촌 교류사업의 일환으로 두 농협관내에 있는 초등학생 21명씩을 선발해 학생들이 체험하지 못했던 도시와 농촌의 현장 체험 학습을 22일과 23일 이틀간에 걸쳐 실시했다.

″아까 우리가 탄 버스가 월드컵 경기장 옆을 통해 왔는데 너무 멋있었어요. 또, 거기서 우리 축구국가대표 선수들이 뛴 장소라고 생각하니 꼭 한번 들어가 보고 싶기도 하구요. 대전친구들이 부러워요″

이들이 대전에서 맨 먼저 찾은 곳은 동물원.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아이들은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호랑이는 무섭기도 했고 한여름 더위에 하품을 하고 있는 북극곰은 신기하기만 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해 보이는 바이킹은 아이들에게 단연 인기.
다른 친구들에 비해 덩치가 큰 민영(12·당진 우강초 5)는 바이킹을 타고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무섭지만 재미있어요. 우리 고향에는 이런 게 없는데 대전에는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장소가 많아 대전 친구들이 부러워요.″

◈바이킹을 타며 즐거워하고 있는 아이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아이들이 뛰어 노는데는 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가 오는 가운데도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즐거움만 있었다.

한별이와 짝이 된 송이(12·대전 보덕초 5년)는 벌써부터 한별이 챙겨주기에 정신이 없다.

″이따가 집에 가면 엄마한테 맛있는 것도 많이 해달라고 할래요. 동네 친구들도 소개 시켜 주고 재미있게 놀 거예요″

송이는 아직 어린 나이지만 멀리서 찾아온 꼬마 손님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모양이다.

저녁 6시 30분 동물원에서 신나게 놀던 아이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체 각자의 집에 도착했다.
한별이도 짝인 송이의 집을 찾았다. 송이 엄마 변선(40·대전 유성구 송강동)씨는 멀리서 찾아온 꼬마 손님을 맞이 준비에 부산하기만 하다.

″뭘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멀리서 온 손님인데 소홀히 대접할 수 도 없고. 그냥 내 친자식처럼 똑같이 대해 주는 게 한별이도 제일 편하겠죠″

송이 엄마의 시골손님 맞이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현재 중학교 1학년인 송이 언니 새미(14·송강중 1년)도 2년 전 도·농 어린이 교환프로그램으로 참석했기 때문이다.

"농협에서 하는 행사라서 더 믿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어요. 또, 농협에서 아이들 뿐만 아니라 우리 주부들을 위한 행사도 많이 실시하기 때문에 농협에 실시하는 행사라면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송이 엄마는 고심 끝에 내놓은 메뉴가 돈까스였다. 우선은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았고 시골에서는 쉽게 맛 볼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한별이도 하루종일 돌아다녀 입맛이 돌았던지 하나도 남김없이 깨끗하게 그릇을 비웠다.

저녁식사를 마친 한별이와 송이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워 둘만의 이야기꽃을 피웠다.

한별이가 먼저 동네에서 조개 잡던 얘기, 지난 6월 여름수련회 갔다온 얘기, 동네 마을 입구에 있는 오래된 나무이야기 등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송이도 여름방학 때 가족들과 수영장 다녀온 이야기, 동네 친구들 이야기 등 뭐가 그리 신나는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저녁 7시 30분 한별이와 송이는 구즉 농협 강당을 찾았다. 농협에서 준비한 레크리에이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농협 강당에는 이미 많은 아이들이 도착해 있었다. 아이들은 만난지 이제 10시간도 되지 않았지만 서먹서먹한 모습은 간데 없고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허물없이 놀고 있었다.

한별이와 송이도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박수 놀이와 촛불행진 등 뜻 깊은 시간을 가지며 도시와 농촌간 보이지 않는 벽을 서서히 허물며 첫날밤을 보내고 있었다.

한편 이번 도·농 어린이 교류 사업을 기획한 구즉 농협 김학수상무(50)는 ″97년도부터 도, 농 어린이 교류 사업을 실시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잊혀져 가는 농촌의 모습을 기억하고 도시와 농촌아이들간의 이해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습니다″라며 ″농협에서는 앞으로 도시와 농촌간의 거리를 좁히고 고향의 향기가 풍기는 사업을 계속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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