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동안 가정 등에 수 만장 무료 배포

◈20년간 태극기 보급운동을 펼친 신보철씨.
″이번 월드컵처럼 보람을 느꼈던 적이 없었습니다. 젊은이들이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거리를 다니는 모습을 볼 때 정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20년 가까이 태극기 보급운동을 펼치며 일명 태극기 할아버지로 불리는 신보철(64·대전시 서구 가수원동)씨는 지난 6월 한달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태극기를 그토록 사랑해본 적이 과연 있었습니까. 그때 그 마음이 계속 이어지질 바랄 뿐입니다″

신씨가 태극기와 인연을 맺게된 것은 군대생활을 하던 19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5·16군사혁명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뜻을 같이했고 매사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같은 해 보국훈장 광복장을 수여 받았다.

″훈장을 받고 뒤풀이로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위원장과 막걸리를 마셨어요. 그때 그분이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야, 신보철 너 군대에 말뚝박아라. 너 같은 놈들이 군대에 남아야 군이 개혁이 된다′라며 직업군인이 될 것을 권하더군요. 그래도 그냥 제대해 사회생활 하겠다고 했더니 그분이 ′그럼 사회에 나가서라도 국가와 민족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박정희 대통령과 했던 약속은 신씨에게 약속의 의미를 넘어 운명처럼 느껴졌다. 군 제대 후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동안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박 대통령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단지 과연 내가 국가를 위해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는 시기였다.

베트남 교민들에게 자비로 태극기 보내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면서 그가 떠올린 것이 바로 태극기 보급운동이다. 국경일이 되어도 주변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가정이 극히 드물었다.

신씨는 1984년부터 태극기 선양운동본부라는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당시 자비를 들여 태극기를 제작하고 각 가정을 방문해 태극기를 게양을 호소하며 다녔다.

″당시 사람들이 저를 이상한 사람쯤으로 생각했어요. 공짜로 태극기를 나눠주고 다니니 받기는 하는데 저 사람 왜 저러고 다니나 의심을 하는 사람도 꽤 많았죠″

20년 가까이 태극기 보급운동을 벌이면서 보람된 일도 많았다.
몇년전 베트남에서 교민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내용은 휴일이면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국가 교민들이 한데 모여 축구경기를 벌이는데 다른 나라 교민들은 전부 자국국기를 흔들며 응원하는데 우리 교민들은 태극기가 없어 응원을 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신씨는 편지를 받고 즉시 수기, 차량용 태극기 등 수 백장의 태극기를 베트남으로 보내 줬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이민간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외국에서 한국인 만나는 것만큼 태극기를 보면 반갑다고 합니다. 베트남 교민들의 경우도 얼마나 태극기가 그리웠겠어요. 나중에 고맙다는 편지를 받았을 때는 제가 하는 일에 대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는 태극기 무료보급과 함께 태극기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태극기의 올바른 이해와 태극기 속에 담겨진 뜻만이 우리 고유 민족정신을 일깨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19년 동안 역사적으로 귀중한 태극기나 태극기의 뜻이 소개된 책들은 전부 모았다. 현재 그가 수집한 태극기와 관련된 수백점의 자료들은 대전 보훈청에 기증되어 전시되고 있다.

두 딸도 태극기 사랑 몸소 실천

또한 지난 1998년에는 건국 50주년을 맞이해 대전시 서구 갈마동 그린공원에 21세기를 상징하는 21m짜리 대형 태극기 깃대를 500여만원을 들여 세웠다.
월드컵 기간 중에도 대형 태극기 2,000여장을 대전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며 태극기 보급에 열을 올렸다.

이밖에도 97년 정부청사가 대전에 이전했을 때 게양했던 태극기, 1999년 12월 31일 20세기를 마감하던 날 정부청사에 내 걸렸던 태극기, 구 서구청사에 게양된 마지막 태극기 등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태극기를 수집하고 있다.

신씨의 태극기 사랑은 두 딸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 두 딸은 현재 태극기 제조업을 하는 사람과 결혼해 태극기 보급과 태극기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최근 그는 또 하나의 태극기 사랑을 준비중에 있다. 현재 태극기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대전 보훈청에 기증해 보관하고 있으나 여력이 된다면 태극기 박물관을 만들에 여러 사람에게 보여 줄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는 열심히 태극기를 모아다 보훈청에 갖다 주는데 관리가 잘 안돼요. 먼지가 뽀얗게 쌓여도 누구 하나 청소하는 사람이 없어요. 또, 분실도 자주 일어나고 해서 여건이 된다면 대전인근의 폐교를 구입해 거기에 태극기 박물관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태극기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인터뷰를 마친 신씨는 태극기 한 꾸러미를 들고 어디론가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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