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아픔 알아주었으면…″ 허탈한 웃음
방울토마토 무료로 따가게 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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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의 한 방울토마토 재배 농가가 지난 16일부터 하루 2시간 동안 방울토마토를 마음껏 따갈 수 있게 1,900평에 달하는 방울토마토 농장을 일반에 개방했다.
방울토마토 한 모초 당 4∼8Kg이 수확되는 것을 감안하면 12,000주에서 최소 5t이 넘는 엄청난 양이다.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 한아름 농장 최근학씨(52, 충남 서산시 대산읍 기은1리)는 요즘 속이 새 까맣게 타 들어간다. 실한 열매들이 가지가 휘어지도록 달려 있지만 영양 공급을 끊고 고사시켜야만 하기 때문이다.
″4Kg 한 상자에 2천원이예요. 2천원... 올해가 가장 작황이 좋았는데...″
햇빛에 검게 그을린 최씨의 얼굴에는 허탈한 웃음만 스쳤다. 지난 2월 중순 방울토마토를 심어 5개월간 애지중지 길렀지만 지난달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방울토마토 값은 어디가 바닥인지도 모르게 곤두박질 쳤다.
현재 서울 가락동 농산물 시장에서 방울토마토 4Kg 한 상자가 특품이 2,000원, 상품이 1,500원, 중품이 1,0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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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진액이 두껍게 앉아 녹색으로 변해버린 그의 손끝이 이를 증명했다.
인부들을 고용해 수확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본다. 토마토를 담는 상자의 가격이 900원, 운송비 250원, 하차비 90원, 판매 금액의 4%에 해당하는 경매 수수료 등 기본 유통비용만도 1,000원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하루 25,000원에서 30,000원씩의 주어야 고용할 수 있는 아주머니들의 인건비를 제하면 남는 것이 없다.
홈페이지(www.hanarem.com)를 통해 인터넷 판매도 하고 있지만 2,500원에서 5,000원까지 하는 택배비를 감당하지 못해 대형 주문이 아니면 이 조차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가격이 왜 떨어졌냐고요? 그걸 알면 속이나 편하겠네요. 이유를 모르겠어. 이유를...″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4Kg 한 상자당 10,000원을 호가했었다. 지난해 6월초에는 18,000원의 시세를 보이는 등 올해와는 다른 양상이었기에 계절적 요인으로 돌리기도 힘들다.
단지 올 5월말까지 4Kg 한 상자 당 10,000원이 넘는 좋은 시세를 보이던 것이 6월 월드컵이 시작한 이후로 곤두박질 치기 시작해 월드컵 증후군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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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지난 5개월 동안 내 자식들보다 더 곱게 키운 녀석들인데. 며칠 고민 끝에 어제부터 양액 공급을 끊었어요. 조금씩 잎이 시들어가고는 있지만 아직 싱싱해요.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딸 수 있어요″라고 말하며 아직도 싱싱한 방울토마토를 보듬었다.
당도가 높고 황금색을 띠어 상품성이 높은 ′미니 골드′를 처음 재배해 이를 포기해야 하는 최씨의 아픈 마음을 아는지 따가운 햇살을 받은 미니 골드는 더 탐스러워 보였다.
정상적인 유통 단계를 거쳐 소비자의 입을 들어가는 시간보다 오히려 모초에 매달려 있는 일주일 동안이 더 싱싱하다는 설명이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것이 아닌 특수 배지와 양액 공급만으로 재배를 하기 때문에 물과 영양분이 섞인 양액의 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방울토마토의 생명줄을 끊는 것과 마찬가지.
비닐 하우스 재배로 한번 심으면 1년 내내 수확이 가능하지만 지금의 시점에서는 익은 방울토마토를 딸 여력조차 없기 때문에 다 뽑아내고 다시 심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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