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 많이 해라″등 두드리며 격려

 수능 시험장 밖 부모들 표정


"우리 딸이 원하는 대학에 꼭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수험생을 둔 학부모라면 누구나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
제1고사장인 충남고등학교 특별학생 학부모 대기실에서 만난 이군재씨(여·48·대전시 대덕구 장동)는 누구보다 마음이 초조했다. 애지중지하는 딸 조정운양(20)이 청각장애인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딸 시험공부는 많이 못했어요. 제대로 듣지도 못하는데 공부를 했으면 얼마나 했겠어요. 그래도 대전원명학교에서는 1, 2등 했어요. 정상인보다는 실력이 많이 떨어지겠지만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꼭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정운이는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조리학과를 가고 싶어하고 있다. 대전에는 대전보건대학에 조리학과가 있어 특별전형에 자격증이 2개 이상이면 가능하다고 나와있어 몸도 성치 않으면서 한식, 양식 조리사자격증을 획득했다.

어느 정도 자격은 갖췄지만 딸을 걱정하는 것은 여느 부모와 다를 리 없다.
대전보건대학 입시 전형에서 특수학교의 내신을 일반학교와 동일하게 적용하게 될지 아니면 차등을 두어 적용할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신을 일반학교로 적용한다면 우리 애는 틀림없이 원하는 학교에 들어 갈 수 있죠. 그런데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어려울 것 같아 아이가 상처를 입지 않을 까 걱정이에요"

마음에 상처를 걱정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년을 넘게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좌절하기 십상이다. 잘 듣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정상인들도 힘든 조리사 자격증을 두개나 따냈으니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만하다.

"시험이 끝나는 시간까지 조용히 앉아 기도나 해야죠. 우리 애 시험 잘 보게 해달라고..."라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제1고사장을 나와 제19고사장인 대덕고로 향했다.
다른 고사장과는 달리 교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교문 앞에는 수험생의 아버지인 듯한 사람이 도시락을 들고 서성거리고 있었다.

"아이가 아침에 서두르다 물통만 가져가고 도시락을 놓고 가서 전해주러 왔습니다."
김태희(예지고 3년)양의 아버지 김정필(48·대전시 서구 삼천동)씨는 딸에게 줄 도시락을 들고 전해줄 방법이 없어 애태우고 있었다.

"글쎄 집에서 TV를 통해서 볼 때는 정문에서 학부모들이 모여 기도도 드리고 엿도 붙이고 하던데 이렇게 직접 나와보니 풍속이 많이 달라 졌나봐요. 점심시간까지 기다려도 도시락을 전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교문을 지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쑥스러운지 겸연쩍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 동안 수험생을 뒷바라지에 고생이 많았겠다는 말을 건네자 "부모야 무슨 고생을 했겠어요. 신경 많이 써주지 못 한 게 자꾸 걸리네요. 오늘 시험 끝나고 나오면 수고했다고 어깨라도 두드려 줘야 겠어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시험장 관계자에게 도시락을 전해주고도 정문을 좀처럼 떠나지 못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오자 보온도시락을 들고 나타나는 수험생 부모들이 하나, 둘 눈에 띄었다. 추운 날 시험 보는 자식을 위해 뜨거운 밥을 해 가지고 나오는 부모들을 바라보며 부모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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