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식 교사 수급 교육 질 저하 뻔해

 시위현장서 만난 김현호 공주교대생


"이젠 정말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6일 오후 2시 충남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만난 김현호(공주교대 국어교육과 1년)군이 처음 던진 말이다.

지난 10월 10일부터 시작된 동맹휴업으로 수업을 못 한지 한 달이 다되어 간다.
"대학생활 시작한지 이제 얼마 안됐는데 이런 시련을 겪게 되니 무척 속상하죠. 하지만 옳지 않은걸 그냥 보아 넘길 수는 없잖아요. 아이들에게 올바른 교육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네요"라며 학교대신 시위장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저는 초등학교를 전남 여수의 조그만 섬에 위치한 소경초등학교분교를 졸업했어요. 비록 학교는 작고 인원은 적었지만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 벽이 없었어요. 선생님들도 우리를 때론 친구처럼, 때론 가족처럼 너무 다정하게 대해 주었어요. 그래서 나도 커서 꼭 선생님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김군에게 있어서 선생이라는 직업은 어려서부터 동경의 대상이자 자신의 꿈이었다.

"1학기 때는 솔직히 수업 받는 게 싫었던 적이 많았어요. 피아노, 미술, 체육 등의 수업을 받아야 되니 내가 대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착각이 들 때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수업들을 받고 싶어요. 왜 그 수업을 받아야 하는지, 왜 우리가 중등교사들과 다른지를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중등 교사들이 들으면 오해할지도 모르지만 초등교사들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지식만을 전달해주는 전달자가 아닙니다. 아이들의 인격형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죠.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교육부 편의대로 법을 바꿔가며 땜질 식으로 뽑으면 우리나라 교육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보통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을 만나보면 집행부의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소속된 집단이 시위를 나온다니까 쫓아 나오는 들러리들이 많다. 하지만 이날 시위에 참석한 공주교대생들은 자신들이 왜 이곳에 와서 시위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명분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일부 시민들 중에는 우리가 이렇게 시위를 하고 동맹휴업을 하니까 무슨 밥그릇 싸움하고 있는 걸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절대로 그런 밥그릇 차원의 문제가 아녜요. 제가 있는 국어교육과 학년정원이 현재 35명입니다. 수업을 받다보면 인원이 많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컴퓨터 수업을 받거나 실습교육을 받을 때는 더 절실히 느끼게 되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편입생을 300-400명씩 받는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죠. 차라리 교대를 하나 신설해서 교육을 시킨다면 아무 말 안 하겠어요. 교육여건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람만 더 뽑는다는 건 교육의 질 저하라는 결론 밖에 나올 수 없잖아요."
김군은 곱지 않은 시선들로 시위장면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시민들을 보고 안타까운 심정을 내 비쳤다.

집 떠나 객지생활을 하고있는 김군에게 개강 후 집에는 몇 번이나 내려갔냐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글쎄요. 1학기 때는 한 달에 한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려갔죠. 2학기가 시작되고는 부모님 얼굴 본적이 없어요. 전화통화만 가끔 하는데 부모님들이 너무 걱정을 많이 하세요. 그리고 처음에는 제가 시위에 참여하는걸 이해 못했는데 제가 전후사정을 얘기하니 몸조심하라는 말씀만 하세요"라며 금새 표정이 어두워진다.

김군과의 대화는 1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김군 뿐만 아니라 시위에 참여한 700여명의 학생들이 강의실대신 추운 거리로 나와 신문지 한장 바닥에 깔고 앉아 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무리 결정된 정책이지만 당초 계획대로 실시해도 제대로 시행되기 어려운 것을 시일을 앞당겨 계속 밀어붙인다면 그 피해는 모두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2일 학급당 학생수 감축(현재 35.9명에서 2003년 35명 이내)등 교육여건 개선사업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초등 교원 수급 대책'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내년에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 2,500명이 교육대 3학년에 학사 편입하여 2년간 교육을 받고 2004년 3월 경기도 등 6개 도 지역의 초등 담임교사로 임용된다.
또 명예퇴직 한 전직 교사 등도 내년에 3,573명, 2003년 7,698명 등 총 11,271명이 기간제(주로 1년 단위 계약)초등 담임교사로 채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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