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활용 시민 아이디어 공모 필요


꿈의 구연 2002 월드컵이 200여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대전시와 사회단체 등이 대회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2년 5월31일부터 6월30일까지 한달간 펼쳐질 월드컵은 각 대륙별 예선을 거친 32개국이 본선에 진출해 최고의 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루게 된다.

총64경기가 열리는 본선대회는 공동 주최국인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32경기씩 개최되며 8개조로 나눈 조별 리그를 통해 16강을 결정하고 토너먼트로 최종 승자를 가린다.
개막전 및 3, 4위전은 한국에서 열리며 결승전은 일본에서 갖는다.

대전에서는 내년 6월12일과 14일의 예선 2경기와 6월18일 16강전 1경기 등 총 3경기가 열린다.



대전시는 내년 월드컵이 지역 축구발전의 기반을 구축하고 대·내외적으로 대전시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15,000명의 고용창출 효과 등 경제적인 파급효과도 커 지역발전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전시는 월드컵 경기장을 새로 신축하고 각 교통, 숙박, 문화행사 등 분야별로 체계적인 행사 준비에 들어가는 등 총력체제를 갖추고 있다.

대전시 유성구 노은동에 위치한 대전월드컵 경기장은 부지면적 172,378㎡에 40,407석 규모의 축구전용구장으로 건설돼 오는 13일 개장식을 갖는다.

총 공사비 1,250억원을 투입, 지난98년 12월 착공한 노은 월드컵 경기장은 반개폐식 지붕구조와 함께 최첨단 방송·통신시설, 전광판, 음향·조명시설 등을 갖추고 있는 최고의 구장으로 건설됐다.
또한 보조경기장 1면과 1,753대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 등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최첨단 시설로 지어진 월드컵 경기장은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교통 문제.
대전시는 대전에서 열리는 3경기에 모두 12만명이 관람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중 50%는 외국인으로 예측하고 있다.
경기당 40,000명이 찾는다고 가정할 때 최소한 5천대 이상의 차량이 동시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경기장 진·출입에 걸리는 시간은 2-3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이 시간 동안 주변 도로는 대형주차장으로 변할 것이 뻔하다. 주변도로 정체는 외곽도로 혼잡으로 이어져 시외곽으로 빠지는 차량의 혼잡도 우려된다.
유성 IC-충남대, 공주방면-유성IC 구간 도로는 현재에도 이 지역을 통과하는 데만 20여분이 소요되는 상습 정체구간이다.
또 월드컵 경기장이 호남고속도로 유성 인터체인지와 근접함으로써 경기장 진·출입시 정체로 인한 고속도로의 혼잡도 예상된다.

대전시는 이를 대비해 유성 IC의 관문을 늘려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한편 주변도로에 대한 확장공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셔틀버스 운행과 차량 부제 운행 등을 통해 자가용 통행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지만 경기장 접근을 위한 주변도로 혼잡은 불가피 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13일 열리는 경기장 개장식을 월드컵을 대비한 교통대책의 시험무대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 교통문제 전문가는 "월드컵 경기장 접근도로가 언뜻 보기에는 몇 개의 도로로 분산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1개의 도로로 접근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13일 열리는 개장식을 시험무대로 삼아 현실적인 차량운행 감소 대책이나 종합적인 소통대책을 서둘지 않으면 최악의 교통대란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기장 사후 활용방안도 해결돼야할 과제다.

대규모 시설인 월드컵 경기장의 사후 활용은 성공적인 대회 개최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다.
계획적이지 못한 활용방안은 최고의 시설을 애물단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활용계획은 시민의 스포츠 레저 및 쇼핑공간으로 만든다는 것.

대전시의 구상에 따르면 월드컵 경기장에 스포츠 박물관, 스포츠 정보센터, 체력측정실, 유스호스텔 등의 공익적인 시설과 함께 골프연습장, 게임센터, 할인매장, 전문식당가, 수영장, 헬스장, 콜라텍 등의 시설로 수익성도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운영방안으로는 ▲전체시설에 대한 20년 장기 민간임대 ▲경기장-부대시설 분할 임대 ▲시설공단 등 위탁운영 등 3가지 방안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으나 일괄 장기임대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활용방안은 수동적인 방안이어서 공격적인 활용계획으로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월드컵 경기장의 유지·보수에 소요될 예산은 대략 3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예산을 시설임대료나 경기장 활용비용으로 충당한다는 계산이지만 문화·레저공간으로서의 경기장 접근성과 유동인구 등을 따져 볼 때 수익시설의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경기장 활용도도 프로축구 대전시티즌의 전용구장으로 사용한다 할 지라도 경기가 열리는 날은 고작 20일에 불과해 경기장 임대료는 수입의 극히 일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이 수익성이 떨어지게 되면 만년 적자를 벗어 날수 없게 돼 결국 수익성과 공공성 모두를 추구하지 못한 채 '제2의 엑스포과학공원'같은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스포츠-문화예술-레저가 공존하는 종합 스포츠문화타운으로 정립시켜 공공성과 수익성을 함께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프로축구나 국제경기 등을 적극 유치해 경기장 활용도를 높이고 대중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최상의 공연이나 이벤트 등을 계속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유동인구와 경기장 가동 일을 늘려 가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것.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일괄 장기 임대의 경우 민간 운영주체가 수익성에 치중하다보면 경기장 시설의 단기 노후화를 촉진시킬 수 있으며 월드컵의 상징성과 지역특성이 배제되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참여하는 독립법인을 만들어 수익성과 공공성을 유지하는 운영체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방안도 전체적인 시설물에 대한 일관성 있는 통제와 프로축구단 등 유관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체제 유지가 용이하다는 등의 장점이 있는 반면 대전시로서는 새로운 투자를 해야하는 부담과 수익성 증대 노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시상금을 내건 시민 아이디어 공모 및 여론수렴과 다각적인 운영계획안 수립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섭 충남대 교수는 "월드컵의 개최 만큼이나 경기장의 사후 활용방안 수립이 중요하다"며 "시민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관심을 유발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 공모 창구를 설치하는 것도 바람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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