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대표적 문화 중심지로 승화

 갑천문화 꽃피우자(2)


대전지역 도심외곽을 가로지르는 갑천이 대전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아 가며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갑천 주변을 엑스포과학공원, 대덕연구단지, 대덕밸리, 둔산 문예공원 등과 연계, 대전 문화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더욱 가꿔 나가야 한다는 여론이다.

갑천은 대둔산에서 발원해서 신탄진 금강 본류로 합류하기까지 총 연장 62.6㎞의 물줄기를 자랑한다.

대전을 지나는 하천은 만인산에서 발원한 대전천이 월봉산에서 시작한 유등천과 삼천동에서 만나고 이 유등천이 다시 둔산대교 부근에서 갑천과 합류해 금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따라서 갑천은 대전의 3대 하천을 모두 포용하는 대전지역 최대 하천이다.

갑천은 예로부터 대전의 구심체가 될 것으로 예견됐었다.
18세기 실학자 청담 이중환(1690-1756)은 그의 저서 '택리지'에서 갑천을 다음과 묘사했다.

「골짜기 물이 온 들판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흘러가는데 이 냇물 이름이 갑천이다. 갑천 동쪽은 회덕현이고 서쪽은 유성촌과 진잠현이다.

사방을 산으로 막아 들판 가운데를 둘러쌓는데 평평한 둔덕이 뱀처럼 뻗었고 아름다운 산기슭이 맑고도 빼어나다.

강경이 멀지않고 앞에 큰 시장이 있어 해협의 이로운 점도 있으니 대를 이어 영원히 살만한 곳이다.」

또 어떤 풍수지리학자는 대전 갑천에 대해 '물과 산이 어우러져 대전의 기운을 모으게 하는 곳'이라고 평가한 바도 있다.

93 대전엑스포 이후 휴식공간 각광

이런 예견은 지난 93년 대전엑스포이후 갑천 둔치가 대전시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휴식공간으로 변화하면서 맞아 떨어졌다.

현재 만년교에서 엑스포과학공원 앞까지 길게 펼쳐진 갑천 둔치에는 하루 5천-6천여명의 시민이 찾을 정도로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건강을 위해 아침, 저녁으로 둔치를 뛰는 사람들 모습뿐만 아니라 둔치에 돗자리를 깔고 가족들이 함께 모여 무더위를 피하는 모습, 한낮 땡볕 아래서도 한가롭게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의 여유 등은 흔하게 보이는 광경이다.

그렇다면 엑스포 이전에는 관심 밖이었던 갑천 둔치가 어떻게 최고의 시민 휴식처로 변했을까?
한마디로 도시의 흐름과 치수정책의 성공이 맞물린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대전은 둔산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구 도심으로 불리는 대전역과 충남도청 사이의 중앙로가 지역경제나 도시 발전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도시의 팽창과 다원화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둔산 신도시 개발이 불가피했고 자연스럽게 도시의 중심이 둔산으로 이동될 수밖에 없었다.

둔산 개발과 때를 같이해 93년 대전엑스포가 열리면서 갑천 둔치가 본격 조성됐고 아파트 빌딩 숲에서 살게된 둔산 입주민들에게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갑천 둔치가 손쉽게 찾을 수 있는 휴식처가 됐던 것이다.

수질 개선 등 치수정책 성공

여기에다 과학두뇌의 집산지인 대덕연구단지와 엑스포과학공원 등 볼거리가 갑천변을 따라 위치하게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이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맑은 물과 푸른 잔디 등 도심에서는 만날 수 없는 환경을 만든 치수 정책도 시민들의 발길을 불러모았다.
갑천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종 오물이 떠다니고 악취가 풍기는 형편없는 하천이었던 게 사실. 하지만 하수종말처리장 건설 등으로 생활하수와 오염물질 유입을 차단시키는 등 지속적인 수질 개선 노력 덕택으로 갑천은 죽은 하천의 오명을 벗어 던지고 2급수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7월현재 갑천의 수질 상태는 pH(수소이온농도, 허용치:6.5-8.5) 7.7,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9.3mg/ℓ,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8.8mg/ℓ를 기록하고 있어 10년전인 92년(pH 7.2, BOD 26.6mg/ℓ, COD 18.6mg/ℓ)보다 월등하게 나아졌다.

대전시 관계자는 "갑천은 지속적인 수질 개선 투자에 힘입어 도심하천으로서는 최상의 수질인 2급수를 유지하고 있다"며 "흑석리와 신탄진에 하수종말처리장이 건설되는 2005년에는 대전 도시구역 내 생활하수를 100% 처리할 수 있게돼 갑천 수질은 최상을 견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특한 문화창출 위한 다각적 노력을

수질 개선과 함께 넓게 펼쳐진 잔디포와 체육시설 등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면서 시민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마음껏 뛰어 놀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대전의 명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또한 앞으로 수상스키 등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유희시설이 들어서고 대전 문화·예술의 중심이 될 둔산문예공원 조성사업이 완료되면 과학과 문화·예술, 여유와 즐거움이 공유하는 문화의 집산지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시민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은 갑천이 과학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지는 갑천만의 독특한 문화를 탄생시킬 수 있게 하려면 갑천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는 물론 대전 속의 대덕연구단지 정착, 엑스포과학공원 활성화, 독특한 문화단지 조성 등 시민과 정책 당국의 총체적이고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이석호 기자 · ilbolee@dtnews24.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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