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노숙자에 매일 무료급식

 (르뽀) 호산나공동체 일일 체험


좋은 일 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대전시 대흥동 성모병원 정문 옆에 위치한 초록색 호산나 공동체를 찾은 시각은 29일 오전 11시 30분. 1층에는 노숙자를 위한 휴게실과 급식소가 있었고 아주머니 세명과 도우미 두명이 오늘 분 도시락 준비에 몹시 분주했다.

"낮 12시에 저희들 먼저 점심식사를 하고 1시30분부터 도시락 배달을 해요. 도시락은 거동이 불편한 영세노인들에게 배달됩니다. 혼자 사시면서 생활보조비도 받지 못하는 정말 어렵고 몸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전달합니다. 그분들 정말 도시락을 소중하게 받습니다. 대개 반씩 나눠서 식사를 하세요. 하나로 두끼를 해결하시는 거죠."

건물 3층에서 만난 호산나 공동체 대표 이종익씨(52)의 말이다.
그는 설계회사인 도원엔지니어링 사장이면서 호산나 공동체를 이끌어 가고 있다. 호산나 공동체는 대덕장로교회를 비롯한 대전지역 교회소속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작년 3월 20일부터 매주 5일 독거노인과 노숙자를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해오고 있다.

"사람이 넉넉할 땐 주변을 잘 안 돌아보나 봐요. 저 역시 그랬죠. 모든 게 풍부했고 우리 주변에 이렇게 어려운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을 안 했답니다. 교도소에서 지낸 시간이 저를 수양시킨 거죠. 500여일 그곳에 있으면서 몸에 기적을 느꼈어요. 4개월이 되던 겨울 급성위궤양과 다리마비로 몹시 힘든 나날을 보냈죠. 피를 쏟고 발등부터 정강이 허벅지로 이어지는 마비에 힘이 들었습니다. 교회는 다니고 있었지만 그땐 그렇게 믿음이 강하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자는데 그분(예수)의 음성이 들리더군요. ′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해라′'병든 저에 몸을 고쳐주세요' 그 다음날 몸에 열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고 열은 머리 위에서 터지더군요. 굉장한 진동도 느꼈어요. 그 뒤로 몸이 개운해지더군요. 그때 나가면 남은 인생을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쓰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호산나 공동체는 그렇게 탄생됐다. 영진건설 부사장으로 있다가 회사부도로 경제사범이 된 이씨는 함께 수감된 동료 2명과 출소한 뒤 소외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고 약속을 했다.

호산나 공동체는 거동이 불편한 극빈 독거 노인들에게 매일 126개의 점심 도시락을 배달하고 오후5시부터 역시 노숙자를 위해 급식을 하고 있다. 취사가 가능한 10여명에게는 매월 첫째 주에 쌀과 반찬을 공급해 준다.

  "혼자 죽어가는 노인볼 때 가슴아파"

1시30분 도시락을 싸서 그들을 따랐다. 운전을 하는 이종구 호산나 사무국장(59)과 한분의 행정간사 그리고 자원봉사자인 초등학교 6학년 임효준군(13)이 동행이었다.
임군은 TV프로의 어려운 이웃을 보고 가슴아파 하던 중 우연히 호산나 무료 급식차를 보고 자원봉사를 왔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시작해 벌써 6개월이 됐다는 임군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이곳을 찾는다.

도시락 배달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골목골목을 돌고 여기 저기 공사하는 곳을 피해 다니자면 여간한 운전기술로는 어림도 없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운전자 이종구씨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처음 시작할 땐 6시간이 걸렸답니다. 30년 대전에서 살아 왠 만한 곳은 다 알지만 골목 외우기가 쉽지 않더군요. 지금은 시간이 3시간으로 단축됐어요"

가는 곳마다 반갑게 맞아 주는 할머니, 할아버지. 무엇보다 사람의 정에 굶주린 사람들이다. 대전시 중구 문창동에서 거주하는 거동이 불편한 김순임(83) 할머니.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찾아주는 사람이 없어. 나 죽으면 한달이고 두달이고 아무도 모를거 아네요. 이젠 여러분들이 이렇게 매주 찾아와 주시니 죽어도 걱정이 없겠네요"
꼭 잡은 두손을 오래도록 놓지 않는다. 오랜만에 찾아온 손녀를 생각했을까.

같은 시간대에 가다보니 늘 나와서 기다리시는 분들도 많다. 정확한 배꼽시계 같다.
"저는 괜찮아요. 저보다 더 어렵고 불편한 분들에게 갖다주세요"
이런 분들을 만날 때면 가슴이 미어진다는 이종구사무국장의 말에 오히려 기자의 가슴이 미어진다.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어제는 반갑게 도시락을 받아 주신 분들이 '도시락 가져왔어요' 하는 소리에도 인기척이 없을 때에요. 방문을 열어보면 싸늘한 시체로 변해있죠. 그렇게 돌아가신 분들이 10명 남짓 됩니다"

중구를 관할하는 사랑의 도시락 배달은 대흥동을 시작으로 문화동, 부사동, 문창동, 석교동을 거쳐 용두동을 마지막으로 총126명에게 전달됐다. 그때 시각은 오후 4시30분.

 독지가 후원 손길 절실

도시락 배달이 끝나면 호산나 급식소는 또다시 분주해진다.
노숙자들을 위한 저녁준비 때문이다. 휴게실 한켠에서는 벌써부터 웅성거리면서 모이기 시작한다.

오후 5시.
기다랗게 줄은 섰지만 서로 들어 갈려고 밀치고 날리다. 매일 와서 먹는 저녁이지만 배고픔 앞에는 질서는 뒷전인 모양이다.
"처음에는 더했어요. 서로들 먼저 들어가겠다고 싸우고, 조금이라도 불쌍해 보이려고 헝클어진 머리에 씻지도 않고 말도 못했습니다. 매주 금요일에 자체적으로 또는 교회목사나 사회 인사를 초청해 노숙자들의 감성 지도와 사회성 회복에 노력한 결과 지금은 많이 좋아졌답니다."

급식을 받는 사람들은 음식값으로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넣는다.
동전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비록 노숙자이지만 떳떳하게 돈을 내고 먹었다는 것과 하루 급식인원을 체크하는 데 쓰이고 있다.
호산나 공동체가 앞으로 할 일이 많다. '가난은 국가도 못 막는다'는 말처럼 호산나 같은 봉사단체가 많이 생겨 굶주린 사람없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시발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게 종사자들의 의지다.

호산나의 노숙자들이 공짜 밥 만 먹는 건 아니다. 필요에 따라 일도 하게된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과 연결하여 자활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대전시 주변에 버섯재배 같은 시설농장을 지어서 노숙자들의 자활을 돕고 싶어요. 농촌일손 돕기는 한계성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 농장을 지어서 숙식도 해결하고 그들에게 얼마간의 목돈도 마련되게끔 하고 싶어요. 1억원이면 될 것 같은데... 지금은 30%정도 확보했답니다. 버섯은 영농비도 많이 안 들고 농약도 비료도 하지 않는 좋은 식품이랍니다."

호산나 공동체는 자원봉사자를 포함하여 10명 남짓의 인원으로 꾸려가고 있다. 250명분의 밥을 준비하고 126인분의 도시락을 2∼3명이 배달하다보니 여간 힘겹지 않다. 그래서 봉사의 손길과 독지가의 조건없는 후원을 여전히 필요로 하고 있다.
의술의 발달로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노년층은 늘어가는 만큼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없는 노인도 증가하고 있다. 사회의 손길이 돌보아야 할 인구가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아직은 봉사와 후원이 우리 사회에 일반화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대흥동에 자리잡은 호산나 공동체는 봉사를 실천하고 불우 이웃을 돌보는 '사랑의 샘터'였다.

문의:호산나공동체(222-4149),후원금은 신한은행 755-02-006850, 우체국 312256-01-000936, 농협 453064-52-093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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