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서갑 김양호후보

◈김양호씨.

전쟁 같은 4.15 총선이 끝났다. 그러나 후보자로 활동한 나에게 선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역구 후보 활동 및 전체 선거 결과에 대한 간략한 소감을 피력하고자 한다.

민주노동당 원내진출의 의미

이번 선거는 열린우리당의 압승, 한나라당의 약진, 민주당 및 자민련의 참패 뿐 아니라 50여 년만에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이라는 결과를 얻은, 한국 정당사를 바꾸는 역사적인 선거였다. 이는 낡고 부패한 기존 보수정당에 대한 거대한 비판과 실망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결과였다.

선거 기간에 느낀 내외적인 문제점

이러한 역사적인 선거 결과에도 불구하고, 지역구 후보로 활동하며 느낀 내외적인 문제점은 많았다.

먼저 내부적인 문제를 따져보자.

첫째, 내부적으로 선거 준비 기간이 짧았다. 지난 2월 13일 민주노동당 서구지구당(준) 총선 후보 선출로 시작된 50여일 간의 선거 운동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기존정당의 후보들의 경우, 길게는 2-3년, 짧아도 1년 전부터 선거 준비를 했는데, 그에 비해 우리의 준비 기간은 너무 짧았다. 이러한 원인을 솔직히 고백하자면 총선 후보 조직(?)에 실패한 민주노동당의 내부 실력 부족에 있다. 기존 보수정당은 둘째치고, 우리 당의 다른 지역만 보더라도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였으나 유독 대전 지역은 ‘후보 만들기’에 진땀을 흘렸다.

둘째, 선거 운동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잘 아는 대로 민주노동당은 전국 어느 곳이든 선거운동원을 당원과 무급 자원봉사자로 꾸린다. 서구갑의 경우, 특별한 민주노총 사업장이 없어 전임자 파견에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선거 운동은 전임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학생당원과 직장인 당원들이 헌신적으로 결합해 선거운동을 전개했고 다른 후보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운동을 벌였지만, 여전히 조금 더 많은 수의 전임자가 있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 민주 노동당 출정식때 모습.

다음으로 외적 조건을 따져보자.

첫째, 선거법 상의 문제가 있다. 개정된 선거법에서 돈 선거를 봉쇄한 점은 적극 찬성한다. 그러나 선거법이 선거종료 40여일을 앞둔 시점에서 뒤늦게 통과되는 바람에 예비후보 활동을 전혀 할 수 없었다. 이는 정치신인 모두를 겨냥한 ‘현역의원들의 선거운동 방해전략’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예비후보 활동 기간도 없는 상태에서 선거법이 지나치게 ‘후보중심’으로 한정되어 ‘명함’이외에는 후보를 알릴 도구, 기회가 없었던 점도 문제이다.

둘째, 방송합동연설회 및 후보 초청의 형평성의 문제다. 법적으로 반드시 실시해야할 방송연설회가 서구갑만 유일하게 선거운동 종료 12시간 전에 이루어졌다. 4월 8일에서 14일로 연기된 것이다. 특정후보를 제외하고 모든 후보가 강력히 항의했으나 일정 조정은 안 됐다. 연기 사유와 일정 변경이 안 되는 이유를 선관위와 방송사는 아직까지 설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특정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되고 유권자 알권리를 침해하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된 이 문제는 향후 법개정이 이루어 져야 한다. 방송연설은 선거일 최소 3일전에 개최되어야 하고 방송시간도 직장인들이 시청이 가능한 저녁 시간대로 고정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은 이번 총선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탄핵문제다. 탄핵으로 인해 정책 선거는 사라지고 탄핵이라는 ‘감성’이 지배한 선거였다. 탄핵 전 유권자들의 핵심적인 사안은 두 가지였다. ‘불법대선자금 사건’과 민생을 외면한 ‘싸움 국회’였다. 그래서 탄핵 전에는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후보가 유권자를 만날 수 없을 정도로 시민들은 거칠게 표현했다. 보수정당의 후보자 명함이 그 자리에서 버려지거나 찢겨지고, 후보자는 상가 출입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민심은 “보수정당 No"였다. 그런데 대통령 탄핵 사건이 발생하자 분위기는 완전히 역전되었다. 선거는 이미 열린우리당 승리로 끝났다. 어떤 지역에서는 열린우리당 후보의 이름도 모른 채 지지율이 1등이었다. 열린우리당 후보가 현역 국회의원인 경우 ‘표정관리’가 그네들의 유일한 선거 전술이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점은, 우리 민주노동당에서 3백여명의 연구진과 각계각층의 현장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제시한 진보정책(공약)으로 보수정당들과 진검 승부, 곧 정책 대결을 벌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게 감성적으로 치닫자 나는 후보 지지보다 민주노동당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으로 선거 전략을 바꿨다. 운동 방식도 맨투맨 전략으로 점심 및 저녁 시간을 이용하여 식당가를 순회하며 집요한 설득전을 전개했다. 이후 중앙 방송에서 TV 토론, 광고가 진행되면서 민주노동당 지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 기간은 힘들면서도 희망이 보이는 의미 있는 기간이었다.

긍정적인 부분

첫째, 앞에서 선거 운동원의 수가 부족했다고 했지만, 완전한 자발성에 기초한 당원들의 헌신적인 선거 운동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이는 다른 당의 경우,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우리 민주노동당만의 자랑거리이다.

둘째, 우리 민주노동당의 정책이다. 민주노동당의 정책은 다른 당과 확실하게 구분된다. 노동자, 농민, 도시 서민 편에 서 있다. 비록 이번 선거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장기적으로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 믿는다.

어째든 선거는 끝났다. 선거과정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를 보여준 모든 분들은 각기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 지지와 격려를 기반으로 지금부터 4년을 준비할 예정이다.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된 민주노동당의 17대 의정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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