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목소리 대변...지역주의 안주 반응 엇갈려

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19일 정계은퇴에 대해 충청권에서는 '시원섭섭하다'는 반응으로 요약된다.
◈ 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정계은퇴에 대해 충청권에서는 '시원섭섭하다'는 반응으로 요약된다.

40여년 동안 `3김 시대'를 풍미하며 충청권의 정치 세력화를 통해 나름대로 역할을 해 온데 대해 일부에서는 동정을 보내면서도 다른 일각에서는 시대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지역주의에 기댄 채 안주했다는 비판적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유제일 대전대 교수는 "만시지탄이다. 너무 늦어서 효과가 적다"면서 "젊은 사람들도 나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제공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유교수는 "산업화 주역으로서 당시 역할은 나름대로 인정할 수 있다. 또 민주화 과정에서 의회주의 원칙을 지켜보려고 노력한 점은 높이 살만 하다"고 김총재의 일정 역할을 인정하면서 "끊임없는 보수 주장은 다원적인 정치구조 속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결국 지역의 후예를 기르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김연철 한남대 교수는 "이번 선거를 통해 `인물 지향적 지역주의'가 `정책지향적 지역주의'로 변화하면서 자민련의 퇴조를 가져왔다"면서 "따라서 김총재의 퇴진은 필연적이다. 또 앞으로 시대 변화를 수용하지 못할 경우 자민련은 재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오정섭 자민련 대전시지부 사무처장은 "정치 마무리가 매끄럽지 못해 아쉽다. 이번에 어느 정도 의석을 건져 새로운 충청도 토대를 마련하고 일선을 떠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오 처장은 "변화를 가져와야 하니까 이제 JP의 역할은 새로운 주자가 이어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 총재가 당이 진공상태로 돼 서는 곤란하기 때문에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한 후에 은퇴할 것으로 보인다"고 앞으로 일정을 정리했다.

그동안 포스트 JP로 거론돼온 심대평 충남도지사는 "이번 총선에서 표를 많이 얻지 못했다고 해서 자민련 지지 층이 없어진 것은 아닐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면서 "자민련이든 열린우리당이든 당을 떠나 지역을 대변하고 충청을 대표할 정치 세력과 지도자는 필요하다"고 의미 있는 말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김제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한 마디로 때를 놓쳤다. 본인의 말대로 죄를 짓고 시기를 놓친 채 그만두게 된 격"이라고 평가를 절하했다.

그는 또 자민련의 앞으로 행보에 대해 " 사라지지 않겠는가 싶다. 사실 지역주의에만 기댔다 뿐이지 다른 여타의 정체성이 없었던 만큼 JP 은퇴 이후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은 유권자들의 힘을 보여준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시민 조병무씨는 "늦었지만 시대 흐름에 맞는 판단이고 그런 대로 현명한 판단을 했다. 자민련의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해 좀더 일찍 용퇴하고 새바람을 일으켰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이 잃었지만 마지막 용단으로 자민련을 살릴 수 있고 후배들에게 정치적인 활로를 모색해 줄 것으로 개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당사에서 “국민의 선택은 조건 없이 수용한다”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김 총재는 이날 김학원 원내총무 등 17대 총선 당선자들과 만나 “패전한 장수가 무슨 할 말이 있겠냐. 모든 게 나의 부덕한 탓”이라며 “오늘로 총재직을 은퇴하고 정계를 떠난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날 이봉학 사무총장에게 4월중 전당대회 개최를 지시해 자민련 호는 새 출발하게 됐지만 제대로 방향을 잡고 나아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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