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 20명 중 1시간 늦게 절반만 참석

대덕밸리 내 19개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가 18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본관에서 열렸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정도 지연된 오전 11시쯤부터 시작된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는 최근 공직사회에서 불고 있는 ′국정감사 폐지론′이 당연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형식적이고 성의없는 자리였다.

◈정부출연 연구소 국정감사에는 감사위원들이 늦게 도착하거나 절반밖에 참석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19개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감사활동을 단 하루만에 해치운다는 자체도 무리였지만 1시간 가까이 늦게 도착한 소속 의원들의 태도는 국정감사를 단순한 요식행위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더욱이 정무위 소속 20명의 국회의원 중 개회당시 참석한 의원은 절반을 간신히 넘긴 11명에 불과했으며 박주선, 이해찬, 정형근, 안대륜 의원 등 5∼6명의 의원들은 이날 국감장에 아예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1시간 정도 지난 12시경에는 7∼8명으로 줄었으며 오후 3시경에는 단 6명의 의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텅 빈 위원석과는 대조적으로 출연연구기관장들과 간부들은 지나다닐 틈이 없을 정도로 빼곡이 앉아 있는 모습이 측은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질의와 답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어도 참석 의원들의 무성의한 감사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참석한 일부 의원들은 자기PR 발언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서면질의로 대신한다는 말로 끝을 맺는 등 성의있는 국정감사로 보기에는 어려운 점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연구회 제도 폐지해야 마땅"

◈감사 위원들이 대부분 자리를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출연연구소 관계자들은 빼곡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일부 의원들은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정책적 대안까지 제시하는 질의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첫 번째 질의에 나선 김만제(한나라당·대구 수성갑)의원은 "기초, 공공, 산업기술연구회는 국무조정실 소속이지만 예산 때문에 거의 기획예산처에 목을 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3개 연구회는 사라져야할 제도"라고 '연구회 폐지론'을 주장했다.

이의원은 또 "과학기술계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예산 독립이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한다"며 "어렵지만 연구기관들 스스로가 활발하게 권익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실정을 대변하는 질문을 던져 관심을 끌었다.

두 번째 질의에 나선 박병석 의원(대전 서갑)은 "산·학·연 협력단지인 대덕연구단지와 현재 개발중인 대덕테크노밸리, 서남부개발권 등을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특구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의원은 "대덕밸리의 기반인 대덕연구단지는 국가에서 집중 육성한 과학기술의 중심이자 800여개의 첨단 벤처기업이 집적된 산·학·연 협력체의 총본산"이라며 대덕밸리가 경제특구의 적지임을 강조했다.

박의원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천, 광양 등과 함께 대덕밸리를 첨단과학이 특화된 경제특구로 지정, 외국인기업과 연구기관 등의 투자를 이끌어 냄으로써 대덕밸리의 세계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덕밸리 경제특구 지정해야"

◈박병석 의원.
박병석 의원은 또 "최근 정부가 판교에 새로운 벤처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덕밸리는 이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만큼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교벤처단지 건립추진에 대해서는 정명세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등 3개 연구회 이사장들도 모두 한목소리로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3개 연구회 이사장들은 "대덕밸리 등 정부가 인위적으로 이미 조성한 벤처단지가 많이 있는데 판교에 새로운 벤처밸리를 조성하는 것은 집중력 분산"이라며 "수도권에 또 다른 벤처밸리를 조성하는 것은 심도있게 검토되어야 한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질의에 나선 이성헌(한나라당·서울서대문갑)의원은 벤처기업 유착의혹, 청소용역업체 선정 특혜, 노조위원장 해고관련 내용 등 이미 언론에 보도된바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대한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이성헌 의원의 다소 과격한 질의가 연이어 계속되자 다소 당황한 오길록 원장은 "추후 서면으로 제출하겠다"며 서둘러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오후에는 기자들에게 이성헌 의원 질의와 관련한 해명자료까지 배포하는 광경까지 연출됐다.

출연연 여성 연구원비율 8.4% 그쳐

이밖에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여성 연구원 비율이 10%를 밑도는 등 정부의 여성과학자 우대방침은 '헛구호'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재승(민주당·비례대표)의원은 "지난달 말 현재 19개 과학기술계 출연연 연구인력 4,926명 중 여성 연구원은 412명으로 8.4%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3개 연구회의 여성 연구원 채용비율은 평균 10%대이며, 특히 철도기술연구원(0.6%), 해양연구원(1.5%), 에너지기술연구원(2.3%), 지질자원연구원(3.3%), 표준과학연구원(3.4%), 항공우주연구원(3.5%), 생산기술연구원(3.7%) 등 7개 연구원은 여성 연구원 비율이 5%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은 '아직도 과학기술계에는 남녀 차별 관행이 남아 있다'며 '여성의 창의성과 다양한 경험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연구인력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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