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청 신건섭씨, 91년부터 부인과 시작

대전시청 신건섭씨. 그는 "새벽에 신문을 돌리다 보면 집사람과 서로 좋은 말만 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전시청 공무원이 17년째 신문을 돌린다.” 그럴 리가? 사실이다. 시청 농업유통과 신건섭씨(49. 6급)는 지난 91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꼬박 17년째 신문을 돌리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 젖먹이를 재워놓고 나가던 막내아들이 올해 고3이 됐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그리고 그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대전시청 한 공무원으로부터 이런 신 주사의 얘기를 듣고 곧바로 만났다. 첫 모습이 젊어 보였다. 그러나 나이를 묻고 깜짝 놀랐다. 30대 후반처럼 보인 신 주사는 마흔 아홉이라고 했다. 우선 눈에 봐도 건강하다는 느낌은 들었다.

신문배달 왜?...집사람 뒤따라간 게 17년째 계속

신문배달은 왜 시작 했을까? 신 주사는 91년에 집사람이 먼저 했다고 했다. 처음에는 ‘뭣 하려 하느냐’며 말렸다. 그러나 열흘 정도 계속 배달 나가는 집 사람을 보고 뒤따라 나가게 된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남들은 저보고 독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독해 보이지 않지요? 책임감이라 봅니다.”

하루 일과는 새벽 3시40분에 일어난다. 10분간 준비를 하고 4시에 중구 태평동 삼부아파트에 도착한다. 신문 배달을 처음 시작할 때는 중구 태평동 공무원 임대아파트에 살아서 삼부아파트가 무대가 됐다. 지금 서구 갈마동으로 이사를 왔지만 처음 했던 지역으로 간다. 삼부아파트 3단지와 5단지 신문은 모두 신 주사 부부가 돌린다.

신건섭씨 가족. 결혼 20주년인 2005년 경남 통영으로 여행갔을때 찍은 것이라고 한다. 좌측부터 큰딸 민경, 신 주사, 부인 김영숙씨, 아들 영재. 신씨는 "가족이 나의 삶에 가장 큰 힘"이라고 말했다.
신 주사는 “컴퓨터 자판기를 안보고 두드리듯, 신문도 마찬가지”라면서 신문과 아파트 동 호수 연결을 설명했다. ‘몇 동 몇 호는 어느 신문’이 척척 나온다. 그냥 던지면 된다. 이렇게 800여부를 돌리고 나면 6시20분이 된다. 집에 돌아와 씻고, 식사하고, 오전 8시07분 통근차를 타고 시청으로 출근한다. 집 사람도 다시 대형마트(이 마트)로 출근해서 오후 7시까지 일을 한다. 억척부부다.

얼마나 버나? 월 120만원 “우리 집에는 큰 돈입니다”

돈은 얼마나 받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신 주사는 “120만원 정도 받는다”고 했다. “정말 안 오른다”고 푸념도 했다. 처음 신문배달을 시작한 91년도에 60만원을 받았다. 13년 지나면서 지금 120만원을 받고 있다. “이것도 이 신문 저 신문 다 돌려서 이정도이고, 한 두 신문 돌리면 40~50만원 정도 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 주사는 “120만원이면 정말 큰 돈”이라고 말했다. “누가 돈 주나요?” 그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었다. 신 주사는 15년 전 친구 빚보증을 섰다가 졸지에 4천만 원을 떠 앉은 일이 있다. “집 사람 한 테는 정말 미안했지만, 그 때 신문배달 안했으면 있는 집 다 날렸을 거다”고 말했다. 당시 신 주사 집은 압류상태로 그야말로 위태위태했었다.

어떤 변화? 아플 겨를이 없다. 젊게 봐주는 것도 이 때문

17년간의 신문배달, 그에게 어떤 변화가 있을까? 그리고 좋은 점이라면? 우선 아플 겨를이 없다. 또 아파서도 안 된다. 내가 배달 않으면 8백여 명의 신문 독자들은 짜증을 낼 것이다. 그게 마음에 걸린다. 몸은 정말 건강해 졌다. 그는 “남들이 젊게 봐주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담배는 안 피운다. 대신 술은 마신다. 저녁 11시 전까지다. 밤 11시에 잠을 자야 다음날 아침에 일어날 수 있다. 주위에서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봐 주는 점도 그에게는 득이다. 열심히 사는 사람, 부지런한 사람으로 통한다.

아이들 교육에도 좋다고 했다. “아빠 엄마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돈에 대한 소중함, 매사에 열심히 하려는 자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가끔 늦잠을 잤을 때는 아이들이 일어나 도와주기도 했다.

좋은 점? 집사람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큰 소득

집 사람과 싸우지 않는 것은 가장 큰 장점이다. “신문을 배달하다 보니 이야기를 많이 나누 게 되요. 그리고 새벽에 둘이서 나가다 보니 서로 좋은 말을 하게 됩니다. 가정이 화목해 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웃에 대한 배려의 마음도 갖게 됐다. 아침에 만나는 우유배달 아줌마, 경비 아저씨, 교회에 나가는 아주머니들, 모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저마다 사연이 있겠지만, 열심히 산다는 게 공통점이다.

신 주사는 가끔 아이들에게 이메일로 편지를 썼다. 자녀에 대한 사랑, 그리고 부지런한 아버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의 사랑이 묻어나 있어 몇 개 올린다. 영재가 작은 아들이고, 민경이가 큰 딸이다.

“영재야, 노력하면 안되는 게 없단다”

“아빠 엄마도 새벽3시반이면 일어나 신문을 하러 매일 나가지만, 영재 너도 방학이 끝나 개학을 하였으니 학교가 끝난 후 학원에 가려면 바쁘겠구나. 학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하고, 돈 주고 하는 건데, 남보다 더 열심히 해서 빨리빨리 배우도록 하거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도 길렀으면 한다. 2001년 2.5 아빠가”

“영재야, 아빠한테 요새 두 번 혼났지. 잘못했으면 혼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영재야, 한 가지만 습관을 들였으면 한다. 책보는 습관인데, 하루에 한 시간 이상 공부와 관련된 책을 읽기를 바란다. 너도 이제는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데 지금부터 책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단다. 너를 사랑하는 아빠가”

“민경아, 세상은 준비하는 자의 것이란다”

“민경아, 사람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로 써보지도 못한다는 잠재력을 너는 최대한 끄집어내서 창의력도 높이고 지식과 지혜도 높이거라. 세상은 준비하는 자의 것이란다. 2000년 10.10일 아빠.”

“(전략)민경아, 다 괜찮다. 내가 생각해 보니까 실패를 하는 자만이 진정한 승리의 기쁨을 알 수 있는 것이고, 예부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영어 수학에 특히 신경을 쓰거라. 성공한 자는 남모르는 고통과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너의 꿈을 위해 열심히 하거라. 귀염둥이 아빠 딸 민경이 안뇽...2000.7.13”

손 전화 011-9808-9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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