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충청인] ② ‘나도 한국인’ 펴낸 노수환 검찰수사관

 '외국인들을 위한 알기쉬운 국적법 나도 한국인!'을 펴낸 논산출신 노수환 수사관. (사진: 한겨레신문 4월 5일자 PDF 캡쳐)
 “충청 출신 공직자를 ‘독고다이’ 또는 ‘나 홀로 고위직’ 이라고들 합니다. 이젠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 근무 중인 노수환 수사관(33)은 충남 논산(노성면) 출신이다. 대전 한밭고등학교와 충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7급 공무원(검찰직)에 합격해 지난 2000년 5월 수원지검 특수부를 시작으로 서울지검 형사1부, 법무부 등을 거쳤다.

 충청 출신인 그가 중앙 무대에서 느낀 것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와 만난 노 수사관은 법무부 근무 당시 있었던 한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전체 직원 500명 중 80여명이 충청도 사람이더라고요. ‘이 정도 인원이면 40명은 모이겠지’라고 생각해서 비공식적으로 향우회를 만들기 위해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온 사람은 4명 뿐 이었습니다. 어찌나 실망이 컸던지….”

 노 수사관은 “다른 지역의 경우 바쁜 일로 향우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면 격려금이라도 보내는 데 우리는 그런 일도 없다”며 “(그래서인지) 충청 출신 공직자를 ‘나 홀로 고위직’이라고도 부른다”며 쓴 소리를 내뱉었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삭막한 서울생활에서 느꼈던 서운함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그러면서 노 수사관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능동적인 사람들이 충청도에서 많이 배출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그런 그가 최근 언론을 통해 스타가 됐다. 법무부 근무 시절 느꼈던 외국인들의 국적법 취득 문제를 만화로 알기 쉽게 표현한 <외국인을 위한 알기 쉬운 국적법-나도 한국인!>(굿인포메이션 출판사, 1만3500원)을 펴낸 것이다.

 외국인, 특히 아시아인들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기 위해 책을 내게 됐다는 노 수사관은 현행 국적법에 대해 “독립유공자의 경우 생존 여부 및 호적에 등재된 사실 여부를 묻지 않고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자로 인정한다고 규정해야 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에게 반드시 일국적주의(一國籍主義)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가능하면 고향 사람들과 일하기 위해 만화를 공주대 만화학과 학생들에게 그림을 맡겼다는 노 수사관은 “대전ㆍ충남지역에 저를 불러주신다면 주말을 이용해 국적취득 절차 및 출입국 절차 등에 대해 무료로 상세히 설명을 드릴 계획”이라며 고향 충청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다음은 노수환 검찰수사관 인터뷰 전문]

 - 책을 펴낸 동기가 있다면.

 “파란 눈의 외국인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은 사회분위기가 안타까워 일반인들의 인식을 전환하는데 있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생각으로 책을 펴내게 됐다.
 외국여행을 좋아하는 노 수사관이 캄보디아의 아이들과 찍은 사진.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의 절대 다수는 아시아인이, 또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고자 하는 외국인의 절대 다수 역시 아시아인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버리고 이들을 이웃으로 받아드릴 인도적 필요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의 확보차원에서라도 아시아인에 대한 문호를 더욱 개방해서 도와줄 부분은 적극 도와주고, 외국인의 이민정책을 더 큰 차원에서 검토할 시점이라고 생각해서 책을 펴내게 됐다.

 - 우리나라 국적법 가장 큰 문제점과 꼭 바뀌어야 할 게 있다면.

 “첫째,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했는데, 현행 법률규정상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헌신한 신채호 선생님의 국적에 대해서는 무국적이라는 판단이 나온다. 독립유공자의 경우 생존 여부 및 호적에 등재된 사실 여부를 묻지 않고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자로 인정한다고 규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국적법의 일반원칙 중 일국적주의(一國籍主義) 부분이 국적법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에게 반드시 일국적주의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가하는 의문이 든다. 예를 들어 2002년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명예 국민증’을 발급했다.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자는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국적을 부여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히딩크가 6개월 이내에 그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귀화(국적부여)의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특히 대전지역의 경우 외국인 연구원 등 우수한 외국인이 많지만 이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가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한 명도 없는데, 그 이유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의 경우 반드시 그 외국 국적을 포기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경쟁력의 확보차원에서 소위 말하는 우수한 외국인이 대한민국 국적을 활발히 취득하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일부 외국인에 대해 이중국적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 책의 주된 내용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 외국인은 크게 중국동포 1세의 국적회복과 그 배우자 및 자녀의 귀화 부분이고 다음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배우자로 결혼해서 입국한 외국인 여성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기타 인지에 의한 국적취득, 국적재취득, 국적상실 및 이탈, 국적판정 부분도 자세히 담고 있다”

 - 책을 펴낸 뒤 주위의 반응은.

 (웃음) 우선 인도주의 측면에서 외국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고자 책을 펴내게 된 것이라서 그런지 반응이 뜨거웠던 것 같다. 그리고 <서울>, <경향>, <한겨레> 뿐 만 아니라 <매일경제>에서도 소개해 줬다. 검찰수사관하면 딱딱한 사람으로 일반인들이 인식하는 데, 따스한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것에 대해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다. 제 마음 역시 편하고 솔직히 즐겁다.

 - 거금 4천만원을 책 출판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 아는데.

 “처음 시작할 때 출판비가 가장 걱정이었다. 이 점에 있어서는 우선 공주대학교 만화학과 백준기 교수님과 학생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그래도 상당한 거금을 투자하게 되었는데 출판비의 절반은 제가 부담 한 것이고, 절반은 아버지께서 지원해 주셨다.

 만화를 완성해서 여러 출판사를 찾아갔는데 다들 시장성이 없다고 출간을 안 해줬다. 적자가 날 것을 예상하고도 출간해 주신 ‘굿인포메이션’ 정혜옥 사장님께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

 노 수사관이 최근 펴낸 '나도 한국인' 표지. 그림은 공주대 만화학과 학생들이 수고해 줬다고.
 - 공주대 만화학과 학생들과 함께 작업한 것으로 아는데 에피소드가 있다면.

 “(웃음) 만화작업이 주로 여름에 이뤄진 관계로 저녁 늦게까지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 저는 서울에서 직장생황을 하기 때문에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학생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는데 술도 많이 마시고, 서울출입국사무소, 법무부 과천청사, 법무부 평천별관(국적난민과 소재), 주한중국영사관, 필리핀대사관, 베트남대사관 등을 방문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고자 한 외국인들과 인터뷰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혹시 대전 충남지역 외국인 관련 단체에서 초청한다면.

 “최근 서울권에서 연락이 온 사실이 있는데 어렵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만일 대전 충남지역에 저를 불러주신다면 주말에 방문해서 제가 알고 있는 국적취득 절차 및 출입국 절차 등에 상세히 설명해 드릴 계획이다. 무료로 말이다” 

 - 중앙부처에 있으면서 충청인으로서 느끼는 아쉬움 또는 자부심 등이 있다면.

 “제가 법무부에 근무할 당시 전체 직원이 약 500명이었는데 그 중 80여명이 충청도 사람이었다. ‘이 정도 인원이면 40명은 모이겠지’라고 생각해서 비공식적으로 향우회를 만들고자 백방으로 뛰어다니면서 이메일로 향우회 창립 계획을 보낸 사실이 있는데 답장한 사람은 단 4명뿐이었다. 정말 엄청 실망했다.

 당시 강원도 출신 공무원이 10여명 있었는데 이들은 정말 재미있게 향우회를 하던 모습을 보고 많이 부러웠다. 특히 충청권 출신 공무원 중 고위직인 분들이 더욱 더 소극적인 면이 많아서 후배들에게 원성이 자자한 것도 사실이다. 다른 지역은 바쁜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할 경우 격려금을 지원하는 등 자신의 ‘고향 사랑’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많은데, 묵묵부답인 분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충청권 사람들을 ‘독고다이’ 또는 ‘나홀로 고위직’ 이라고들 한다. 일부 지역의 경우 지방에 거주하는 공무원(주로 도청, 시청 공무원)이 올라오면 서로 챙겨주기 바쁜데(먼 길 오셨습니다. 객지에서 고생이 많지). 앞으로는 충청권 사람들도 서로 웃으면 식사라도 함께 하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젠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 결혼을 할 생각이다. 그리고 충분히 자료와 연구를 통해 외국에 이주한 한국인(중국동포, 재일동포, 러시아동포)의 이주사(史) 및 현지 정책과정에 대해 연구하고,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만한 자료를 모아 출간하고자 한다.

 최근 러시아에서 입국한 동포분들께서 저에게 하신 말씀인데, ‘다시는 한국에 안 온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불과 100여 년 전에는 같은 민족이었는데, 국적이 다르다는 사실로 인해 현재 우리보다 경제적 환경이 어려운 동포를 멸시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끝으로 한 말씀.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충청의 정서는 우암 송시열 선생님의 정치행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다. 즉 조선의 역사는 서인의 역사이고, 서인의 역사는 노론의 역사인 것이다. 그래서 ‘충청도 양반’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아무튼 충청도인은 너무 과묵해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능동적인 사람이 고향에서 많이 배출되었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다. 괜히 주접을 떤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지만 평소 생각한 바를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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