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방초 교사, 언제든지 전화나 문자로 상담하세요

한 통의 편지를 건네받았다. A4 용지 3장 분량이었다. 편지를 건네 준 그 사람은 "자신의 딸아이 담임선생님이 보내 온 이 편지를 읽고 감동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여줬다. "이런 선생님이 있구나, 생각하니 학교에 신뢰가 간다"는 말도 했다.

편지는 '저를 소개합니다'로 시작했다.

2007년 6학년 X반 담임 000입니다.... 저는 92학번입니다.96년 공주교육대를 졸업하고, 2000년 충남대 대학원에서 교육심리학으로 석사를 마쳤습니다. 대전 목동초등학교를 첫 학교로 거기서 6학년을 두 번이나 했습니다. 결혼 후 서울 대치초등학교로 옮겨 거기서 6학년을 또 한번 했네요. 그리고 아이 둘을 낳고 4년의 휴직 기간을 거친 후 작년에 탄방초등학교로 복직을 했습니다.

올해 6학년은 3년이나 해 봤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많이 지났고, ‘3~4년 전의 6학년과는 다르다’는 선생님들 말씀에 어제 학교에 와서 아이들을 보기 전까지는 걱정을 참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저를 향한 호감어린 눈망울을 보는 순간, “아이들은 아이들이구나 . 뛰어놀고, 수다 떨고, 과자파티 좋아하는 그런 어린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1년 동안 아이들을 좀더 발전하고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모님들도 많이 도와주시고,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신다면 아이들과 저에게 행복한 한 해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바르게 가르치겠습니다’.

6학년 x반은 36명 모두가 올바른 어린이로 자라도록 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과 안 되는 규칙을 정해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1)약속 잘 지키기 (2)인사 잘하기. ‘약속 잘 지키기’는 선생님과 학생간의 약속뿐 아니라 평소 생활에서 부모님과 약속, 친구와의 약속을 포함해 자기가 말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인사’는 제가 생각하는 가장 기본적인 예절입니다. 등교시 ‘안녕하세요’, 하교시 ‘사랑합니다’(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할수록 정서에 좋답니다). 급식시 ‘고맙습니다’(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절대 하지 말 것은 (1)거짓말하지 않기 (2)때리기 않기 (3)욕하지 않기. ‘거짓말 하지 않기’는 정직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요즘 아이들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짓말만큼은 하지 않도록 지도하겠습니다. ‘때리지 않기’는 요즘 아이들 키며 몸무게가 성인에 가깝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티격태격 몸싸움을 하면 정말 폭력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자그마한 몸싸움부터 꼬집기나 치거나 등등의 때리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지도 하겠습니다. ‘욕하지 않기’는 요즘 영상매체나 컴퓨터로 인해 아이들 입에서 욕이나 상스런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얼마나 나쁜 말인지도 모르면서 무의식중에 사용하는 아이들도 있구요. 욕설은 예쁜 얼굴도 밉게 만드는 거 아시죠? 우리 교실에서는 예쁘고 고운 말만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세 번째는 ‘부탁드립니다.

학교에서의 교육만으로 아이를 변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제가 우리 반 아이들 데리고 1년간 실천한 교육목표는 “책을 통한 배려깊은 사랑”입니다. 책을 읽으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쉴 시간이 필요합니다. 학원 갔다 와서 학교 숙제와 학원숙제를 힘들게 하고 그리고 나머지 쉬는 시간에 책을 읽을 수는 없지요. 그 시간에는 놀거나 TV를 보는 것입니다. 물론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걱정이 되어서 학습적인 학원을 안 보낼 수는 없지만, 정말 이 1년이 중학교에 가기 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시고, 군더더기 있는 학원을 자제하시고, 책읽기를 열심히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아침독서기간에 책을 준비해 주세요. 책을 꼭 사서 준비해주시라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도서관에서 대여라도 해서 읽을 책을 준비해 주세요.

둘째 아동이 선생님을 신뢰하도록 해 주세요. 전 초등교사로 전문 교육과정을 밟은, 교육에 있어서는 전문인의 길에 서 있습니다. 결코 아이들을 잘못되게 한다거나 개인적인 감정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만약 아이들이 학교에서 혼이 나서 왔다거나, 불만을 이야기할 적에 아이 편을 들어주기 보다는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잘못된 점을 스스로 생각하게 하시고,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담임선생님에 대해 집에서 “너희 선생님은 왜 그러니” 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신다면 아이가 담임을 신뢰하지 못하게 됩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담임인 제가 신뢰받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아이를 맡기셨지만, 혹시라도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의문 나는 점이 있으시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아이에게 불만을 이야기 하지 마시고 저에게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셋째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상담하세요. 학교에 직접 오시는 것을 부담스러워서 꺼리는데, 직접 상담이 힘드시면 전화나 온라인을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편한 연락방법을 선택하시어 아이의 이야기로 소중한 시간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작년에는 문제 메시지를 자주 이용해서 너무 좋았습니다. 사소한 일이나, 안부 인사라도 문자로 하니까 편하더라구요. 문제 메지시도 좋습니다.^^)

1년 이라는 시간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저에게 있어서의 1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아이들과 학부모님께, 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2007년 3월 담임 000 드림

이 편지글을 쓴 교사는 기사화 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악풀'때문에 상처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름을 빼고 기사화하자고 부탁했으나, 특별한 것이 아니라면서 사양했습니다. 고민을 하다 편지를 넘겨준 분과 통화를 했습니다. '순수한 마음에, 감동스러운 선생님의 글을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은 생각이었음'을 설명했습니다.

교사의 이름과 전화 번호와 이메일을 모두 빼기로 했습니다. 다만 학생들에 대한 따듯한 마음, 학부모들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독자들과 나누기로 했습니다. <디트뉴스> 독자여러분들의 넓은 양해 있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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