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대전'만드는 충남경찰청교통정보센터

"가수원4거리, 벌써부터 밀리기 시작하네요. 재뜰 4거리, 통행량은 많지 않지만 공사구간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문화육교에서 충대병원 앞까지 신호 두번 혹은 세번까지도 힘들어 여유를 가지고 운전하셔야겠습니다 "

이른 아침 출근길, 버스나 택시에서 들려오는 생생한 교통정보를 들으면 '오늘 하루도 시작됐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교통정보'하면 가장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 우선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리포터들의 현장감 넘치는 목소리다.

대전시내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조목조목 짚어주는 리포터들의 실시간 중계는 충남경찰청 교통정보센터에서 이루어진다. 도로교통의 안전을 책임지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들을 찾았다.
◈충남경찰청 교통정보센터의 김미영(MBC/왼쪽), 남윤경(TBN) 리포터.

도청 옆 충남경찰청사 부속 건물로 자리잡고 있는 교통정보센터 4층에는 TBN,MBC,KBS,TJB의 각 방송부스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마침 TBN 남윤경 리포터와 MBC 김미영 리포터가 방송을 끝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방송사마다 2-3명의 리포터들이 새벽 6시부터 밤 9시-10시까지 방송을 이끌어갑니다. 소속사는 다르지만 늘 같은 일을 하며 한 곳에서 일하다보니 서로 자매들처럼 친근하게 지내지요. 20대 중후반으로 나이도 서로 비슷하고요."

이지적이고 차분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남윤경 리포터(27)는 기상청과 TBN본부를 거쳐 두달 전 충남경찰청 교통정보센터에 들어온 3년차 리포터. 교통전문방송인 TBN에서는 타 방송사의 두 배가 넘는 하루 25번의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여성스럽고 꼼꼼한 성격에 후배 리포터들이 유난히 따른다.

지난 2002년 10월부터 대전MBC의 교통방송을 맡고 있는 김미영 리포터(26)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정감있는 목소리가 포인트. 아침 첫 방송부터 정오까지의 방송을 맡고 있는 김 리포터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대전으로 집까지 옮길만큼 이 일에 열정을 갖고 있다. 전문적인 '교통 리포터'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하루종일 대기상태..."화장실도 못 가요"

이들이 거의 하루종일 생활하는 방송실은 책상과 의자, 마이크가 설치돼 있는 1평 남짓한 공간. 벽에 붙은 작은 칠판에는 시골 5일장 서는 날짜에서부터 도로공사, 경찰청 등 각종 도로교통관련 전화번호가 빽빽하게 쓰여있다. 맞은편 벽에는 대전시내 주요 지역의 도로와 육교, 큰 교차로 등이 표시된 큼지막한 지도들도 붙어있다.

"(김미영)옥천이 고향인 탓에 처음에는 지리를 몰라 엄청 고생했어요. 길 외우느라 종점에서 버스를 타고 반대쪽까지 가 본 적도 있고요. 1년이 지나고 나니 머릿속에 대전시내 주 도로와 육교 등이 저절로 그려질 정도는 됐지요"
◈리포터들은 마이크와 라디오, 책상과 의자가 전부인 1평 남짓한 방송부스에서 하루를 보낸다.

대개 아침 6시∼7시 사이 출근과 동시에 라디오를 켜고 상황실 모니터를 한번 '훑은' 뒤 첫 방송 멘트를 작성한다. 운전과 날씨는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날그날의 날씨에 따라 멘트작성도 달라진다. 책상에는 자주 쓰는 어구들이 정리된 쪽지가 붙어있고 틈틈이 운전상식을 소개하기 위해 도로교통 관련 서적들도 가져다두었다.

"한 두시간에 한번씩 방송을 해야하기 때문에 늘 모니터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어요. 눈.비라도 내려서 시시각각 도로상황이 돌변하는 순간에는 화장실도 못갈 정도니까요.(남) 대형사고가 터지거나 하면 원고 정리할 시간도 없이 화면을 보고 순간적으로 중계를 해야 합니다. 때문에 순발력과 재치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방송 없을 때는 연습도 많이 합니다(김)"

이른 새벽부터 나와 하루종일 방송실을 지켜야 하는 이들에게 목 관리는 필수. 방송실 내부가 조금이라도 건조하면 목소리가 갈라지기 때문에 각자 사비를 털어 냉온수기까지 들여놓았다. 한쪽에는 이른 새벽 빈 속에 나올 때를 대비해 컵라면과 커피 등 '비상식'도 비치해 두었다.

도로교통상황실 50개 CCTV.. "대전도심은 우리 손바닥 안'

"길어야 1분 30초 남짓한 방송이지만 청취자들의 귀에 거슬리지 않는 좋은 목소리를 들려드려야 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좁은 방송실 안에 자꾸만 살림이 느네요(웃음) 하지만 저희들 이름 기억해주시고 운전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말씀을 들으면 그보다 더 보람있을 때가 없습니다."

방송을 통해 청취자들과 만나는 리포터들이 교통정보센터의 꽃이라면 이들이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전할 수 있도록 대전시내 곳곳의 도로상황을 관리하고 이끌어가는 상황실 직원들은 보이지 않는 수훈자들이다.
◈충남경찰청 교통정보센터 상황실에는 대전시내 곳곳을 비추는 50여개 CCTV가 설치돼 손바닥 들여다보듯 교통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교통정보센터 방송실에서 내다보이는 CCTV화면의 모든 관리는 3층의 교통정보센터 상황실의 담당 경관들이 맡고있다. 이곳에서는 대전시내 중요 교차로의 상황을 수시로 파악하고 사고가 발생하거나 정체가 될 경우 순찰차를 내보내 이를 해소한다. 또 시위통제, 교통관리, 돌발상황 제어 등 교통 관련한 모든 업무와 지시가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는 곳이다.

"시민들로부터 걸려오는 교통정보를 수집하고 제보를 받아 무전으로 순찰차를 출동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항시 요원이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24시간 동안 3교대 근무를 하지요"

교통정보센터 상황실을 관리하는 김윤영 경사(41)는 상황판 한 가운데의 대형 모니터를 통해 대전 전 지역의 교통상황을 보여주었다. 각 구역마다 표시돼 있는 작은 점을 컴퓨터 마우스로 클릭하면 각 부분이 확대되면서 특정 지역의 사고 상황이나 교통 흐름 등이 자세히 들여다 보였다.

"교통규칙만 지켜주시면 운전이 즐겁지요"

특히 360도 회전하는 교통감시 카메라 덕에 도로 양방향의 소통상태를 살필 수도 있고 교통사고 발생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점은 교통사고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남자들만 바글바글한 경찰청에서는 리포터분들이 홍일점 아닙니까. 무뚝뚝한 분위기 속에서 한번씩 마주치면 웃으며 인사 할 수 있고요. 무엇보다도 대전시내 교통소통을 위해 서로 정보연락도 해주고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긴밀하게 돕는 관계니까 다 같은 가족이지요"
◈교통정보센터 상황실에서 하루 3교대로 근무하는 김윤영 경사.

김경사는 "무엇보다 대전시민들의 안전운행과 도로의 원활한 소통, 사고발생 시 신속한 처리 등이 저희들의 할 일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운전자분들께서도 교통규칙과 안전수칙만 제대로 지켜주시면 안전하고 즐거운 운전이 되실 겁니다"라며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이야기하는 사이 어느새 다음 방송시간이 다가온다. 리포터들은 4층으로 올라가 마이크 앞에 앉아 호출을 기다리고 상황실 직원들도 조금 전과 다름없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니터 상황으로 시선이 고정된다.

"..이시각 도로상황은 어떨까요. 교통정보센터 불러봅니다~ "
" 네! 마음은 급하지만 조금 여유를 가져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도 역시 대전도심 밀림과 풀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물 흐르듯 즐겁게 달리는 도로 위에 이들의 땀방울이 배어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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