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무서운 줄 알았다...총선출마 후회는 않는다

◈4.15총선에서 낙선한 이영규 변호사는 요즘 선거때보다 더 열심히 동네 인사를 다녀 주민들의 눈에 띄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인사는 사람된 도리 아니냐"면서 "나는 대전을 떠나지 않는다"고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4.15 총선에서의 낙선. 소위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간다는 낙선자들 속에서 이영규 변호사(46)는 오히려 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고 있다. 이 변호사는 소위 잘나간다는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검사를 그만 두고 대전 서 갑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차점으로 떨어졌다.

이 변호사는 21일 오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자 마자 "망한 집안입니다"고 자신의 사무실을 소개하면서 쑥쓰러움을 벗어나려 노력했다. "찾아오는 손님도 없다"며 이게 낙선자의 사무실이라고 말하는 이 변호사는 그러나 "기는 죽지만 기 죽을 것 없잖은가. 여섯 명 떨어지고 한 명 당선되는 것은 시작할 때부터 정해 져 있는 일이었는데"하면서 솔직한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인터뷰 도중에 "대전을 뜨지 않는다"는 대목에는 힘을 줘 얘기했으며 "인사 다니는 것은 사람 도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4년 뒤에 출마한다 안한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다. 두 달 전에 있은 일도 모르면서 어떻게 4년 뒤의 일을 알 수 있겠는가"고 말해 최근 자신의 움직임을 둘러싼 억측을 일축했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가장 씩씩해 보인다.

"뭣 할 것 없잖은가. 기죽을 것 없다. 여섯 명 떨어지고 한 명 당선되는 거는 원래 정해져있었던 것 아닌가."

-떨어지고 나서 심경은 어땠나.

"참담했다. 멍하니 정신이 없었다."
◈이 변호사 사무실 벽에는 낙선 인사를 하는 플래카드가 하나 더 추가돼 있다.

- 될 것을 생각했나.

"출마하는 본인은 모두 될 것을 생각한다. 아마 꼴찌한 사람도 될 것으로 생각할 거다. 그렇지 않으면 안나온다. 내가 부부장 검사를 그만두고 나올 때는 될 것 생각하고 나오지, 연습하러 나오지는 않았다."

- 선거결과에 대해 분석한다면.

"우선 본인의 능력 부족이 첫 번째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행정수도, 세 번째는 탄핵이라 본다. 세 가지가 종합적으로 겹치니까 더블스코어 차이가 나는 것이다. 탄핵과 행정수도가 없었으면 해 볼만했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고 내가 이겼다고 장담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박병석 의원님이 많이 다져놓고 조직을 관리해 왔으니까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행정수도 와 탄핵이라는 이슈가 엄청난 것은 분명하다. 동구 임영호 구청장 같은 분이 떨어진다는 것은 그 효과가 엄청났다는 것을 입증한다."

- 요즘 낙선인사를 다니던데.

"일부에서 그런 얘기를 하더라. 지어낸 얘기겠지만 '저 사람 선거운동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아니다. 두 달 동안 정국이 무지하게 변했다. 1월 하순에 내가 검사를 그만두고 나왔는데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안나왔을 것 아닌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뭣하러 나오나. 두 달 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데 4년 뒤 변화를 어떻게 알고 지금부터 선거운동을 하겠는가.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떨어졌다고 도와준 사람들에게 인사 한마디 없는 것은 정치를 계속하든 그만하든 도리가 아니다. 나에게 후원해 준 교사나 동사무소 직원들, 5만원 10만원 냈는데 그분들한테 전화는 해 줘야 하고, 또 서천 고향사람들 도와주신 분들 찾아가서 인사는 해야지 않은가. '그놈 인간은 됐다' 이런 얘기 나와야 하지 않은가. 인사는 인간적인 도리가 아닌가 싶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할 것이다."

- 낙선사례 플래카드는 몇 개 걸었나.

"20개 정도 된다. 못 찾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인사다."

- 주로 어디어디 다니는가.

"선거기간동안 다녔던 데를 다시 한번 다니고 있다. 선거를 해보니까 가는 곳이 정해져 있더라. 개인 집은 못 가게 돼 있으니까 결국 시장이나 상가를 찾게 된다."

- 언제까지 인사를 다닐 계획인가.

"지난 16일부터 다니고 있다. 이번 주에는 (23일까지) 다 끝날 것 같다. 문을 닫은 데는 또 가서 인사할 수 는 없고."

- 인사를 다녀보면 주민들이 뭐라고 얘기하나.

"아깝게 됐다. 지지했는데 안돼서 아쉽다는 말을 많이 해 준다. 안 찍어 준 사람들은 미안하니까 외면하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다음에 나오면 찍어준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다음 생각할 때는 아니다고 본다."

- 변호사 사무실은 어디에 낼 것인가.

"아직 결정을 못했다. 다만 대전에 개소하는 것은 확실하다. 대전 안 뜬다. 집도 안 뜨고, 사무실도 안 뜨고, 대전에서 뼈를 묻겠다."

- 서울지검에서 부부장 검사를 지냈는데, 그러면 서울에서 변호사 개업을 해야 소위 돈을 벌지 않는가.

"서울에서 개업하면 돈은 벌을 것이다. 소위 전관예우 등으로 6개월 동안 왕창 번다고들 한다. 영업적으로는 엄청난 손실이다. 그렇지만 도의적으로 정치한다고 나와서 반짝 두 달간 있다가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영업상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대전에서 뼈를 묻겠다."

- 대전에 있는 다는 것은 4년 뒤에 출마한다는 것으로 해석 할 수도 있는데.

"지난번에 집을 이사했다. 선거 끝났다고 도망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지금으로서는 한다 안한다 얘기할 수 없지 않은가. 4년 뒤에 바람으로 선거가 된다면 하나마나다. 개인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는 정상적인 정국 구도가 돼야 하는데 옛날 자민련 바람 불듯 ,바람으로 되는 것은 하나마나이다. 그렇게되면 누구는 4년 동안 놀고 내가 4년 동안 죽도록 선거운동을 해도 안되게 돼 있다."

-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고 붙여 놔서 뭔가 생각이 있는 게 아닌가 할 수도 있다.

"직원들이 만든 문구인데 지역 민들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해석해 달라."

- 선거에서 떨어지고 나서 부인은 뭐라 하던가.

"(웃음) 내가 왜 못 말렸나는 표정이었다."

- 서구 갑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짦은 선거기간운동 도와 줘서 감사하다. 선거 결과는 국민의 뜻이니까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지지해 준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하고 싶다."

- 박병석 당선자에게 한 말씀.

"축하 난을 보내 드렸다. 그리고 길에서 만났다. 축하한다고 인사 드렸다."

이 변호사는 인터뷰 말미에"국회의원 한 번 출마하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 있는데 이번에 다행히 돈 선거가 없어서 망하지는 않고 약간 출혈은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빨리 인사 끝내고 생업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총선 출마 정말 힘들었다"면서 "검사를 계속했다면 경험해 보지 못한 좋은 경험을 했다. 또 국민 무서운 줄 알았다"면서 "검사로 있었으며 그걸 실감할 수 있겠나. 좋은 경험이었다. 검사를 다시 하면 열심히 잘할 수 있겠는데, 다시 할 수는 없고,,,"하면서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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