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바람 가르며 상쾌한 하루 시작

대전시 서구 괴정동에 사는 윤대승씨(28)는 아침 7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고 대문을 나선다.

윤씨의 직장은 중구 안영동에 위치한 대전농산물유통센터. 괴정동 집과의 거리는 대략 7km 정도다.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20분에서 30분 정도가 소요되고 자전거를 이용할 경우에도 40분이면 충분해 시간상으로도 그다지 부담을 갖지 않는다.

특히, 가장교부터 산성동까지 유등천을 따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노라면 세상의 모든 근심걱정들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윤씨가 처음 자전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3월부터이다.
그동안 윤씨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직장동료와 카풀을 했었다. 하지만 카풀을 해주던 동료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본격적인 자전거 출퇴근이 시작됐다.

″처음 몇 번은 버스를 타고 다녔어요. 그런데 제가 워낙 뭘 기다리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거든요. 어떤 때는 버스를 30분 이상이나 기다리는 등 제 성격하고는 버스가 맞지 않는 것 같았어요. 또, 하는 일이 전산 일이다 보니 하루종일 앉아있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꾸 살이 쪄 배가 나와서 지난해 입었던 바지들을 입지 못할 정도가 되더라고요.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전거 출퇴근을 결심했습니다″

안영동까지 7km 40분이면 도착

윤씨의 자전거 출퇴근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유등천에서 불어오는 3월 찬바람은 말 그대로 칼바람처럼 느껴졌다. 몸이야 옷을 두껍게 끼어 입고 달리면 되겠지만 문제는 얼굴이었다. 40분 가량을 힘껏 페달을 밟아 출근해서 거울을 보면 얼굴이 새빨갛게 얼어 있고 정신을 차릴 수 가 없었다.

″아주 추운 날에는 자전거를 두고 퇴근하는 날이 좀 많았어요. 솔직히 아침에 찬바람 맞으며 출근하고 나서 어두운 밤에 또 자전거 타고 퇴근하려면 엄두가 안 나더군요. 또 처음 며칠은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해서 인지 다리와 엉덩이가 좀 아팠거든요″

무더운 여름철이나 비가 내리는 날이면 자전거 타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특히 올 여름에는 많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유등천 둔치가 물에 잠겨 자전거를 타지 못 한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윤씨가 본격적으로 자전거 출퇴근에 재미를 붙인 것은 날이 풀리기 시작한 4월부터이다. 따뜻한 봄바람이 유등천을 따라 불어오고 옷이 젖지 않을 정도로 나는 적당한 땀은 왠지 기분을 좋게 해줬다. 또, 늘어났던 몸무게도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하면서 몰라보게 줄어 학생 때의 몸무게를 유지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전거하고 제 성격하고 잘 맞는 것 같아요. 저는 모든 일에서 요행 같은 것을 바라지 않거든요. 자전거도 마찬가지예요. 자신이 힘껏 자전거를 구르면 그만큼 앞으로 나가고 힘들다고 좀 쉬면 자전거는 금방 넘어져 버리니 요령이 안 통하잖아요″

자전거전용도로 관리 안돼 안타까워

그동안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보아왔던 사람들 모습과는 전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도 자전거 출퇴근을 하는 윤씨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버스로 출, 퇴근할 때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굉장히들 지쳐 보였어요. 아침이건 저녁때 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조느라 정신이 없고, 학생들도 무거운 가방을 둘러메고 무척 힘겨워하는 모습이었어요. 하지만 자전거 출, 퇴근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은 얼굴에 생기가 가득해요. 아침 일찍 운동을 즐기는 아저씨, 개를 끌고 산책 나온 가족들 얼굴에는 항상 건강한 웃음과 여유가 느껴져요. 그런 모습을 보고 출, 퇴근을 하면 저도 덩달아 밝아지는 것 같아요″

이렇게 자전거 예찬론자가 되어버린 윤씨에게도 최근 고민거리가 생겼다. 이유는 최근 들어 하천정비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유등천 둔치에 설치된 자전거 전용도로에 중장비 차량들이 마구 다녀 도로가 많이 파손됐기 때문이다. 또, 소형 오토바이(스쿠터)를 몰고 이곳을 통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왠지 자전거 출퇴근이 불안해 졌기 때문이다.

″요즘은 정말 자전거 타기가 무서워요. 가장교 부근에서도 무슨 공사를 하는지 둔치에 트럭과 레미콘 차가 수시로 드나들고 다른 곳도 사람들이 자동차를 둔치로 몰고 들어와 세워놓곤 해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 절약이나 환경오염 방지 차원에서 자전거 출, 퇴근을 권장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전거 도로가 확보돼야 하는데 있는 자전거 도로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워요″

지하철 공사 등으로 출퇴근 시간이면 주차장처럼 변해버린 대전의 도로. 또 비좁은 버스에서 짐짝 취급당하며 불쾌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현실.
이런 것들은 윤씨에게는 먼 이야기다. 그래서 오늘도 그는 찬바람을 가르며 유등천 길을 힘차게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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