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대는 사람 불이익 줄 것"

 지역 인물은 지역에서 키워야

 충남출신 이팔호경찰청장 단독인터뷰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 수년 동안 축적된 실적과 성과가 총 집결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무시한 채 인맥이나 학맥 등을 내세워 순간에 뒤집으려 하는 것은 그야말로 조직의 암적 존재나 마찬가지다.”
단호하고 결연했다. 이미 인사에 관한 한 소신과 철학이 분명히 서 있는 듯 했다.

그는 10여분간 인사에 대한 나름의 정리된 생각을 막힘 없이 말했다.
최근 '디트뉴스 24’ 기자가 이팔호경찰청장을 단독 인터뷰하면서 읽은 그의 표정과 각오다.
지난 18일 오후 1시40분경 경찰청장실에서 만난 이청장은 피곤해 보였다.
“피곤해 보인다”는 기자의 질문에 “일이 많고 피곤하니까 그렇지”라는 말로 대신했다.
이 날도 3시에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업무보고 및 의원들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러나 고향에서 찾아온 기자(이팔호청장의 고향은 충남 보령)를 그는 따뜻하게 반겼다.
여비서에게 “특별히 맛있는 차를 가져오세요”라는 말로 심정을 나타냈다.

충남경찰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대전에서 파출소장을 지냈는가하면 지방경찰청 차장과 지방경찰청장을 지낸 이유도 있다.
고향이 충남인데다 그의 청장 입성에는 충남경찰의 많은 애정과 관심도 힘이 됐다.

“충남지역 경찰관중에서 내가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또 나를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 최근 경찰의 인사철을 앞두고 그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는 “최근 인사철을 앞두고 골치 아프시죠?”라는 질문에 “다 알면서 그래. 내 입장이 돼 봐”라며 어려운 심경을 슬쩍 내 비쳤다.

대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그는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인사에 대한 생각과 최근에 겪었던 일, 그리고 소신과 철학을 거침없이 말했다.

다음은 이청장이 원고도 없이 10분 동안 밝힌 인사에 관한 얘기 전문.

“인사는 수년동안 쌓아 온 실적과 성과가 총결집해서 나타나는 것이지. 승진뿐만 아니라 상위보직에 대한 전보도 마찬가지지. 공직사회에서 인사를 함부로 해선 안돼. 상급자라하더라도 인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야지. 상급자(인사권자)는 부하직원의 정확한 정보와 충분한 자료를 갖고 인사를 해야지. 그걸 못한다면 지휘권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 아닌가. 뚜껑(인사결과)을 열었을 때 상급자는 누구한테나 떳떳해야 하는 법.”
말을 할 수록 이청장의 어투는 더욱 단호해졌다.

“분명히 밝히지만 인사 때만 되면 오가는 청탁은 분명 안 통해 .오히려 불이익을 줘야 돼.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인맥과 학맥 지연을 동원하는가? 자신이 떳떳하고 열심히 했으면 기다려야지. 친분 같은 것 때문에 인사의 룰(Rule)이 깨진다면 지휘관이 책임져야지.”
이청장의 말은 더욱 거침이 없었다.

“조직 내에서는 다 알아. 누가 승진할 것인가 라는 것을…. 열심히 한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승진할 것이라는 것을.”
그는 누차 지휘관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사가 제대로 안되면 조직의 단합이 깨져. 신뢰할 수 없지. 외압 바람 이를 막기 위한 지휘관의 혼신의 노력이 필요하지.”

그는 최근에 겪었던 사례까지 나열했다.
“신분을 밝힐 순 없지만 최근 충청권의 한 서장이 찾아왔더라고.‘서울의 서장으로 근무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야. 그래서 이런 말을 했지. 자네는 내가 내려보낸 전보지침(지방서장에서 서울지역 서장으로의 직접 전보는 안 된다는 내용)도 못봤는가. 내가 생각하는 준칙인데 자네와의 친분 때문에 그걸 깨란 말이야. 그랬더니 조용히 물러가더만. 얘기를 안하니만 못하게 됐지.”

이청장은 기자의 요청이 없음에도 또 다른 사례를 들었다.
“조직내에서 다소 문제가 있던 인물이야. 근데 감사실로 보내달라는 거야. 조직내 문제 있는 사람이 감사실로 가서 근무할 수 있겠어. 그래서 그랬지. 당신은 안 된다고. 그랬더니 보안계로 보내달라는 거야. 역시 안 된다고 했지. 왜 그랬는 줄 알아. 그건 내 권한이 아닌데다 조직내의 순리에 따라야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지.”

그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청탁을 하지마. 이리 저리 손을 쓰거나 나와 인간관계가 두터운 사람을 동원해 정보를 은근히 흘리는 그런 일은 없으면 해.”

이청장은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면 얼굴 화끈한 사람이 꽤 있을것이라며 그동안 유사한 부탁을 꽤 받았음을 시사했다.
이청장의 이같은 메시지는 경고라기보다는 ‘사랑하는 충남경찰에게 보내는 메시지’처럼 받아들여졌다.
이청장은 “김중겸 충남지방경찰청장이 워낙 강직하고 훌륭하신 분이니 잘 하실거야”라는 말도 덧붙였다.

경찰의 인사철을 앞두고 최근 이팔호청장을 좋아한다는 한 지인의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대전 충남지역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중에서 이청장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으며 연결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누구나 안다는 이유로 청탁을 하게 되면 그 분의 입지가 어떻게 되겠는가. 오랜만에 우리 지역에서 청장이 나온 만큼 그 분을 편하게 하기 위해선 이같은 짓은 이제 그만둬야지. 지역인물은 지역에서 키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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