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ㆍ불시착ㆍ농작물 피해 상존, 대책마련 시급

지난 2003년 8월 28일, 소속 불명의 헬기 불시착(?)으로 주택이 반파되는 피해를 입은 아산시 인주면 냉정리 주민의 억울한 사연이 자칫 해결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돼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관계 당국은 가해 헬기가 미군 소속인지 한국군 소속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을 경우 보상이 이뤄지기가 힘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한미군배상사무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피해를 입힌 헬기가 한국군 소속인지 주한 미군 소속인지 분명치 않아 공군작전사령부의 레이더 기록 자료 확인을 요청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서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만약 소속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을 경우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조속하게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배당신청이 이뤄진다면 현장조사 등, 보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고발생 직후 조사가 이뤄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저공비행, 불시착, 추락... 위험요소 상존

그러나 이번 피해 사례가 원만하게 보상되더라도 주민들의 피해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주민들의 피해 사례를 종합해 보자면 농작물 피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미군 헬기의 저공비행 또는 불시착으로 인해 파밭이 망가지고 깻단이 날라가거나 마당에 널은 고추가 못쓰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동네 아이들이 헬기의 굉음에 놀라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었다.

농사를 짓고 있는 이모씨는 “헬기가 파밭에 추락했지만 미군이 전해준 용지(피해 보상에 관한)가 영어로 써져 있어서 보상신청을 포기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저공비행중인 시누크 헬기가 약 30초 동안 정지비행 후, 방향을 선회해서 피해자 이환헌씨의 주택 뒷편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13일 오후 4시 30분 경 촬영.

한 주부는 “미군 헬기가 하루에도 수 십 차례 마을 주변을 저공비행한다”며 “한 곳에 멈춰서 비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동네 아이들이 놀라서 밖을 못나갈 때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인주면 일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기자가 인주면 냉정리를 방문했던 13일 오후 4시 30분 경에도 피해자 이환헌씨의 주택 맞은편 약 1Km 지점에서 30초 정도 정지비행을 마친 시누크 헬기가 방향을 선회, 굉음과 바람을 일으키며 이씨의 가옥 뒷산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하기도 했다.

또한 2003년에는 인주면 공세리에서 미군 비행기가 실제로 추락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인주면 일대가 미군에 의한 피해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고 봐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인주면 헬기 피해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마련 및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 “실태조사 우선돼야”

아산시민모임 김지훈 사무국장은 “농민들의 피해가 계속 접수되고 있다는 것을 볼때 그 지역은 피해 다발지역라고 볼 수 있다”며 “지금까지 헬기 피해에 대한 실태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한 한-미 관계당국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며 보상차원에서라도 인주면을 중심으로 헬기피해 사례에 대한 조사가 종합적으로 선행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안아산통일연대 설증호 사무국장도 “미군에 의한 주민피해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상황인 것을 볼때 궁극적으로는 불평등한 한미협정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농촌 주민들의 피해 사례를 정확히 조사한 후, 앞으로의 피해에 대해서도 행정처리가 복잡하지 않도록 관련 지자체와 면사무소에서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편 아산시 인주면 전일청 면장은 “피해자 이환헌씨의 주택을 방문해서 피해조사를 실시하겠다”며 “이와 같은 피해 사례가 더 많다면 미군 및 관계당국에 저공비행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면사무소를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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