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충남지부 역사교사모임, 공개서한 발송

박종순 예산군수의 박대통령의 일본군 생활에 대한 비호발언에 대해 전교조 충남지부 역사교사모임이 공개서한을 발송, 주목을 받고 있다.
박종순 예산군수.

이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충남역사교사모임 소속의 역사 교사들은 충의사 현판 문제에 대한 군수님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복원에 대해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또한 박 군수의 “박정희 군생활 별 문제 안된다”는 발언에 대해 “적어도 군수라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찬양할 것과 비판할 것을 명확하게 구분할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며 “박정희가 일본군 사관학교에 자원 입대한 것을 ‘친일파’라고 비난하는 것이 무리라고 한다면, 반대로 그것을 미화하는 것 역시 역사 인식의 부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윤봉길과 박정희의 생애'라는 주제로 객관적 입장에서 토론 수업을 할 수 있는 공동 수업안을 마련했다”면서 “우리 사회에 여전히 그 뿌리를 내리고 존재하는 한승조·지만원·조갑제와 같은 친일적 인사의 뿌리를 파악하게 해주는 하나의 단서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교조 충남지부 ‘역사교사모임’의 정회원은 50여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7일 예산여고를 시작으로 충의사 현판 복원 문제에 대한 토론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은 공개서한 전문]

충의사 현판 문제와 관련하여 박종순 예산 군수께 드리는 말씀

군수님! 충남역사교사모임 소속의 역사 교사들은 충의사 현판 문제에 대한 군수님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양수철씨가 개인적으로 충의사 현판을 철거한 것은 분명 현행법 위반이어서 사법처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가 그렇게 행동했던 명분에 대해서는 상당한 역사적 정당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과 군수님의 언행으로 보아, 군수님께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 또한 역사적인 것이고, '忠義祠'라는 현판을 썼던 그 마음은 순수하게 윤봉길 의사의 숭고한 업적을 기리고자 했던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복원해야 한다. 또한 그 현판이 국가 재산이기 때문에 마땅히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교단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에서 볼 때 군수님의 생각이 전혀 일리가 없다고 보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러한 논리보다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훨씬 더 역사적 정당성과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현판을 교체함이 마땅하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1. 독립투사를 기리는 사당의 현판이 일본군 출신의 글씨라면 어울리지 않으며, 역사적 가치가 떨어진다. 마땅히 김구 선생 같이 독립투쟁에 헌신했던 분의 글씨가 어울린다.

2. 지금까지 박정희의 글씨 현판을 걸었던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제는 어차피 현판이 철거되었으니, 국가적 차원에서 논의하여 독립투사의 사당에 걸 맞는 의미의 글씨로 바꾸어야 한다.

3. 박정희의 글씨로 달 수 밖에 없었던 필연적 연유가 있었다면 모르되, 대통령 재임 시절에 권력자로서 전국 곳곳에 마음대로 자신의 글씨로 현판을 달게 함으로써 '역사적 업적'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사례를 그대로 인정하여 길이 남게 한다면, 차후 역사에서도 힘있는 권력자들이 억지로 '역사적 업적'을 남설할 가능성이 크다.

4.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의식은 1970년대의 의식과 많은 차이가 나고, 과거에 이루어 놓았던 성과와 업적에 대해 재평가하는 시대에 와 있다. 그러므로 "충의사에 박정희의 글씨 현판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견해가 "그대로 복원해야 한다"는 견해와 대립하고 있다면, 이 문제를 장기적으로 논의하고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군수님께서 말씀하셨다는 언론 보도 내용을 보고 우리는 너무나 놀랐습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군수님께서는, 충의사 현판 문제를 신중하게 다루어줄 것을 요구하러 찾아간 예산 지역의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 전교조충남지부의 대표단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발언을 하셨습니다.

"일본 군인이라고 해서 친일분자라고 보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제에 들어가 별 짓 다한 사람 많다. 그러나 박대통령은 젊은 군인으로서 성공해보려는 꿈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군대가 없는 상황에서 ... 문제가 안 된다고 본다" (오마이뉴스와 디트뉴스24의 3월 23일자 보도문) 우리가 그 자리에 참석했던 분들에게 문의한 결과 군수님의 발언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군수님의 발언에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o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군수라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찬양할 것과 비판할 것을 명확하게 구분할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

o 박정희가 일본군 사관학교에 자원 입대하여 해방될 때까지 일본군 장교로 있었던 사실은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결코 미화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o 박정희가 일본군 사관학교에 자원 입대한 것을 "친일파"라고 비난하는 것이 무리라고 한다면, 반대로 그것을 미화하는 것 역시 역사 인식의 부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o 일제 치하에서 적극적으로 독립 투쟁에 나서지 못했다고 해서 '친일파"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1940년대 당시에 중국에서 광복군이 결성되어 일제와 싸우고 있었고, 엄청난 고난 속에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몸바치고 있던 독립투사들의 활동이 국내외에서 계속되고 있던 상황에서, 적어도 일본제국주의의 편에 서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인은 자숙하고 반성했어야 하며, 현재의 우리는 그러한 뛰어난 능력을 지녔던 인재가 자진해서 그렇게 행동했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역사의 귀감으로 삼아야 하는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군수님께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본군 사관학교에 자원 입대했던 사실에 대해 적어도 "유감스러운 사실이다"는 표현 정도를 하시는 것이 적절하다고 권유드립니다! 더불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른 시국에서, 박정희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셔서 충의사 현판 문제도 신중하고 슬기롭게 해결 방안을 마련하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알려드릴 일은 충남역사교사모임과 전교조충남지부가 '윤봉길과 박정희의 생애'라는 주제로 객관적 입장에서 토론 수업을 할 수 있는 공동 수업안을 마련하였습니다. 우리는 이 수업을 각 학교에서 시행함으로써,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과 비판력, 판단력을 기를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고자 합니다. 내용을 확인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수업안은 박정희에 대한 극단적 찬양과 비판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인정되고 확인된 사실들을 바탕으로 학습자료를 제작하였습니다.

그러므로 학생들은 중립적 시각에서 토론을 통하여 역사의 진실에 접근하게 될 것이며, 역사에서 올바른 선택과 판단·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 수업은 요즘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독도 및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에 관한 수업의 일환이 될 것이며, 우리 사회에 여전히 그 뿌리를 내리고 존재하는 한승조·지만원·조갑제와 같은 친일적 인사의 뿌리를 파악하게 해주는 하나의 단서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군수님의 현명하신 판단과 결정을 기대합니다!

충남역사교사모임의 역사 교사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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