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전역서...유족들 “원인규명, 유골 수습 절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산내학살 희생자 위령제가 4일 유족과 국회의원,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사진은 민족극단 '우금치'가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한 진혼무를 하고 있는 모습.

제5회 산내학살 희생자 위령제가 4일 오전 10시부터 유족과 지역 국회의원, 시민단체 관계자 등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대전역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유족과 관계자들은 산내학살 사건의 실체를 조사할 특별법 제정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특별법 제정으로 하루 빨리 산내학살 현장을 비롯한 민간인 학살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고 유골을 수습해 억울한 원혼들이 편히 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최희진 유족대표는 결의문을 통해 “피비린내 나는 학살이 있은 지 55년, 세상에 알려진지 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누구의 지시에 의해 무슨 이유로, 언제, 어떤 사람들이, 몇 명이 끌려가 희생됐는지 정확한 진상은 감춰진 그대로”라며 “학살의 당사자인 정부가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또 “대전 산내 학살을 비롯해 이 땅에서 일어난 모든 민간인 학살사건과 관련한 통합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되고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이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며 헌화하고 있다.

산내학살 사건은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대전 형무소 재소자 1,800여명을 한국 군경이 산내 낭월리 골령골에서 집단 학살한 사건으로 1992년 월간 ‘말’을 통해 처음 보도됐으며 이후 한국일보 등의 후속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1999년 12월에는 미국 기밀문서에서 해제된 비밀 문건이 발견되며 학살 사건이 공식 확인됐다.

하지만 공식 확인된 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누가 어떤 방법으로 재소자들을 학살했는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명이 없으며 유골 수습을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어 희생자 유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더욱이 유골 수습을 위해 보존의 필요성이 있는 학살 현장에서는 교회 건물이 들어서 있어 유족들을 원통하게 하고 있다.

다행히도 산내학살 등 민간인 학살과 관련한 특별법안이 17대 국회 첫 의원 발의로 제출됐으며 다수당인 열린 우리당이 앞장서고 있어 연내 제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민간인학살 통합 특별법은 지난달 20일 17대 국회 첫 번째 의원발의로 제출됐으며 열린우리당 74명, 한나라당 11명, 민주노동당 10명, 민주당 5명, 무소속 2명 등 모두 102명이 공동 발의했다.
◈최희진 유족대표가 결의문을 읽고 있다.

이 법안은 산내학살 등 6·25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시키며 피해 구제조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대통령직속으로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의 조사권한 강화를 위해 동행 명령장 발부권한 등을 명시하는 동시에 배·보상보다는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은(대덕구) “‘민간인학살 통합특별법’을 17대 국회 1호로 제출해 놓은 상태”라며 “다수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당론으로 채택해 올해 정기 국회 안에 이 법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국회의원 가운데는 선병렬(열, 동구), 권선택(열, 중구), 구논회(열, 서을), 이상민(열, 유성구)이 참석했으며 제주에서는 강창일 의원(열, 북 제주, 과거사 청산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이 참석해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고 유족들에게 특별법 제정에 힘 쓸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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