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잉여금 지원 예정에도 시유지 없어 ‘난감’

인조잔디 구장이 단 하나도 없는 대전시에 적어도 3면 이상의 인조잔디 전용 연습장이 자동으로 생길 것 같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인조잔디 타설 공사액만 지원이 돼 3만평 이상의 땅이 필요한 대전시로서는 ‘주는 떡’도 받아먹지 못할 상황이다. 난감한 상황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월드컵 잉여금 125억원 지원을 두고도 대전시가 마땅한 부지가 없어 주는 떡도 못 먹을 처지에 놓였다.

월드컵 잉여금 650억원으로 풋볼센터, 파크 건립

월드컵조직위원회는 지난해 해체하면서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월드컵 잉여금 1690억원을 넘기면서 이 가운데 650억원을 축구 인프라 구축에 쓰기로 했다.

이 예산으로는 전국 3개 권역별로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 수준의 ‘풋볼 센터’ 3개와 ‘풋볼 파크’ 14개가 세워진다. 중부권, 영남, 호남권 등 3개 지역에 생길 예정인 풋볼 센터는 천연잔디 구장 2개, 인조잔디구장 3개, 숙박시설 등을 갖추고 각종 축구대회 유치는 물론 유소년 아카데미, 축구지도자와 심판 육성 등의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풋볼 파크는 이보다 규모가 작아 인조잔디 구장 3개면만 갖추는 조건이다.

이렇게 17개 시설은 9월말까지 자치단체별로 지원서를 받아 전국 16개 자치단체에 장소를 확정해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3개의 풋볼센터는 16개 시.도가 경쟁하는 방법이고 여기에서 떨어지면 14개 풋볼센터 가운데 하나를 유치할 수 있게 된다. 각 자치단체는 적어도 3면의 인조잔디 구장을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대전시로서는 입안에 들어온 떡을 뱉어야 할 판이다. 풋볼 센터는 최소 3만평, 풋볼 파크는 5만평 이상의 부지를 확보해야 하지만 이를 수용할 마땅한 시유지가 없는 상황이다.

풋볼 센터는 1개소를 만드는데 125억원이 지원되고 풋볼 파크는 19억 6천만원씩이 지원되기 때문에 부지까지 매입하는 데는 턱 없이 모자란 금액으로 대전시가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

강원도 4개나 있는 인조잔디구장 대전은 ‘0’

프로축구 관계자는 물론 일반 축구인, 유소년 축구, 학교 축구 관계자들에게 인조잔디 구장 확충은 축구발전과 문화 인프라 구축이 숙원 사업이지만 대전은 정식 규격의 인조잔디 구장이 단 한군데도 없다.
◈인조잔디 구장. 출처 : 네이버.

이로 인해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맨땅에서 연습과 경기를 하는 실정이다. 지난달 대통령금배대회에서 창단 2년 2개월만에 우승을 한 유성생명고등학교가 맨땅 학교 운동장에서 연습해 전국을 재패했다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려운 확률을 뚫었다는 말을 할 정도로 지역의 축구 인프라는 형편 없는 수준이다.

수원시가 월드컵 경기장에 FIFA로부터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공인 받은 인조잔디 구장을 포함해 3개의 인조잔디 구장과 2개의 천연 잔디 구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비단 수원시 뿐만 아니라 도세나 인구 면에서 대전에 훨씬 못 미치는 강원도의 경우 춘천, 양구, 인제, 영월 등에 인조잔디 구장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 축구단까지 대전시로서는 낯부끄럽기 그지 없는 일이다.

대전시는 그나마 지난해 월드컵 조직위원회로부터 받은 월드컵 잉여금 가운데 30억원가운데(20억원은 대전시티즌 지원) 10억원을 인조잔디 구장 1개소를 만들 계획이다. 공설 운동장이나 축구부가 있는 대학교(한남대, 배재대), 고등학교(유성생명고, 충남기계공고, 동신고)에 만들 예정으로 입지 선정을 위해 지역 체육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모으고 있는 상태다.

대전시 의지와 구체적인 계획 ‘절실’

정부에서 16개 자치단체에 건립액을 지원하는 풋볼 센터나 파크를 유치할 마땅한 공간이 없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시유지가 아닌 곳에 최소 3만평, 최대 5만평의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 백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는 난색만 표명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이 될 수 있다는 것.

부산시가 기장에 풋볼센터 유치를 위해 진즉에 사업계획을 발표한 것과 대조가 된다. 부산시는 지난달 1일, 총 사업비 427억 4천만원을 투입해 인조잔디구장 5면, 천연구장 7면, 미니구장 4면 및 부대시설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영남권에 1개소 설치되는 풋볼 센터를 적극 유치하겠다는 계산으로 잔뜩 숨을 죽이고 있는 대전시의 행보와 대조된다.

더욱이 사통팔달의 대전으로서는 125억원의 지원을 받아 이번기회에 풋볼 센터를 건립해 명실 공히 ‘축구 특별시’로 거듭나야 하며 여기에 2009년 전국체전 개최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거액의 사업비 지원이라는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축구인들, "인조구장 반드시 만들어야" 한 목소리

대전시티즌 박문우 이사는 “인조잔디 구장이 생기면 시티즌은 물론 유소년 축구 육성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며 “현재 시티즌 선수들도 경기장이 없어 이곳 저곳 잔디구장을 빌려 쓰는 상황이고 어린 선수들도 맨땅에서 연습해 좋은 기량이 나올 수 없고 부상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또 “인조잔디 구장은 한번 만들어 놓으면 프로, 아마추어를 불문하고 모두 쓸 수 있기 때문에 축구 인프라가 없는 대전으로서는 가장 필요한 시설”이라며 “축구 특별시 대전의 위상 제고와 2009년 있을 전국 체전 준비를 위해서라도 시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 체육회 이창섭 사무처장은 “축구 인프라 구축이나 유소년 축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인조잔디 구장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하지만 인조잔디 타설비만 지원이 돼 시유지가 아닌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이 사무처장은 이어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시유지 뿐만 아니라 민간업자에게 부지를 제공받고 운영권을 주는 방법 등,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무조건 예산을 받아내기 보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성생명고등학교 축구부 이학송 코치는 “학교 운동장을 연습장이라 부르지 않고 연병장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운동을 했었다”며 “학생들이 마음 놓고 슬라이딩을 하고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축구센터를 유치해야 하나 마땅한 시유지가 없어 부지를 매입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럴 경우 250억원정도가 소요된다"며 "풋볼 센터는 유치가 사실상 어렵고 풋볼 파크를 유치할 경우도 한군데가 아닌 3면을 3군데로 분산 시켜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른 지역의 경우 땅 값이 싸지만 대전은 외곽지역이라도 평당 최소 50만원에 달해 부지매입비만 풋볼 파크는 100억원, 풋볼 센터는 200억원 이상이 필요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연출 될 것"이라며 "사실상 풋볼 센터 유치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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