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영의 5.6월 이야기

◈이해찬 국무총리.

드디어 총리가 임명되었다. 대다수 동료 의원들의 따스한 지지와 격려의 의미를 새기며 참여정부 제2기의 내각을 이끌게 될 이해찬 총리를 우리는 믿음으로 맞는다. 여론의 폭풍에 흔들리지 않고 소폭의 개각으로 임진역장(臨陣驛將)의 우(愚 )를 범하지 않는 (상황에 따라 변수도 있겠지만) 노 대통령의 지적 의지를 우리는 헤아려야 한다. 마치 석상(石像)인양 여야가 한치의 물러남도 없이 한 달 내내 대치하고 있던 원내 상임위 구성이 타결되었다.

박쥐의 두 얼굴로 자전지계(自全之計)의 당리당략에 자과부지(自過不知)였던 그들이기는 했지만 허울좋은 한미동맹의 제단에 민족의 희생양으로 받쳐진 김선일의 죽음앞에 어찌 정치인들의 각오(覺寤)가 없을 수 있겠는가

오늘 (6월 30일) 그의 고향 부산에서 인류의 죄를 보속하사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의 장례가 치러질 것이란다.



그토록 귀국하고 싶었던 원한에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돌아다보고 또 돌아다보며 손을 흔드는 그의 모습이 눈에 밟혀 시도 때도 없이 욱하고 치미는 통증의 덩어리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곤한다.

어쩌면 누군가 달려와 멈추시오 자신을 죽음에서 탈출시켜 줄 지도 모른다는 일루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죽음에 임했을 그의 최후의 순간을 생각하면 아무데고 뛰쳐나가 박치기를 하고 땅을 치고 미칠것만 같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내 자신을 달래야 할 구실을 찾다가 문득 5월로 거슬러 올라간 한국문인협회의 선상(船上) 세미나를 떠올리게 되었다. 흥분을 가라 앉치고 슬픔도 잠시 멈추고 독자 여러분과 함께 군산으로 가 보겠다.

5월 14-15 양일 일정으로 계간 소설 창간기념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현장을 탐방 그의 작품세계를 주제로 한 세미나였다. 주제 발표자는 학자로서의 인격과 심지가 곧아 많은 지식인이 따르고 있는 문학평론가 구중서 교수였고 한국문인협회가 주최 문인협회 소설분과가 주관 군산시청 한국문인협회 군산지부가 후원 담배판매 중앙회가 협찬을 했다.

14일은 유별난 날이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결심 판결을 선언한 날이었다. 이미 판결의 귀추를 짐작하고 있었으면서도 서울과 군산 사이의 관광버스 안에서 두근거렸던 소심증은 이제 추억으로 남아있다.
◈채만식 기념관에서.(사진-강호삼 소설가 겸 사진작가)

깔끔하고 번듯하고 정성을 다한 소장품과 채만식의 체취와 문학의 향기 그의 작품성을 일목요연하게 전시 시각화 하므로서 충청도와 전라도가 맞닿은 군산에서 태어난 우리 고장의 위대한 소설가에 대한 예우를 최대로 발휘한 채만식 문학관은 군산 시민의 자랑이요 한국문인협회 군산지부 및 군산출신 문인들의 긍지가 아닐 수 없다.

13:00시 군산항에서 유람선 승선 선유도를 향한 뱃길 선상에서 세미나가 개최되는 것이다. 시원한 바다 바람과 파도와 갈매기와 잠들어 있는 원경의 섬들 누구일까. 기발하고 낭만적이고 멋진 아이디어를 기획한.....

구중서의 세미나 발표문 중에서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우리 고장의 부분을 발췌 전재한다.



선유도를 유람하고 군산항으로 회항 시장 초대 만찬이 있었다. 시장이 한 쪽 다리를 절며 만찬장에 입장하니 장내가 술렁인다.

시장의 환영사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영화계에 선풍을 일으킨 실미도의 정보를 국회에서 (그가 의원일 때) 처음으로 터뜨렸고 그로하여 정보당국에 걸리게 되었고 그 때 입은 손상이 그의 신체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단다. 그러한 내막을 이미 알고 있는 문인들로 하여 소곤거리는 애정의 술렁임이었다.

만찬 후 밤길을 달려 영광군에 당도 법성포에서 숙박 새벽에 숙소 정원 바로 턱밑애까지 펼쳐진 고은 모래밭을 거니는 기분은 참으로 사치했다. 불갑사 원불교 성지를 돌고 서울로 돌아왔다.
◈문인협회 이사장 신세훈(왼쪽) 부 이사장 김지연(가운데), 소설가 민지원씨.
(사진-강호삼 소설가 겸 사진작가)


영광 법성포 굴비 특품 사업단에서 보여준 노인 대접은 인상깊은 감동이었다. 모두가 그 곳에서 영광 굴비를 사기에 여념이 없었을 때 노 작가 한 분이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아 굴비를 바라다 보기만 했던 모양이다. 그것을 눈치 챈 사업단 책임자가 버스에 올라와 굴비 한 두룹을 선물했던 것이다.

어느 해이든가 시인 신세훈은 내게 “..... 제가 문협을 이끌게 된다면 작가회의(실천문학)와도 협력하여 공조의 관계를 유지하게끔 최선을 다 할 생각입니다.” 라고 했다. 그는 2001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2004년 1월 재선되어 한국 문인협회 제2기 신세훈 사단 지도부가 구성되었다. 그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설사 문단사회에 잡음이 있다해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폭으로 페이지를 늘린 문협 기관지를 놓고 선거용이니 뭐니 시비가 있었지만 내 견해는 전혀 달랐다.

문협 전 회원에게 균등한 발표의 기회를 주고저 배려한 원고 청탁이었고 그 작품들을 수용해야 하겠으니 숱이 두터울 수 밖에.... 그것은 국민들의 복지를 강구한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도 같은 맥락이기도 했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소수 엘리트 문단사회의 아성을 허물는 개혁의 제 일성이라는 점이다. 문협은 회원의 평등한 행복을 위해 고민중이고 계간지 발간은 그 고민의 산물이다. 곧 거기에 상생의 으미가 있는 것이다. 김선일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한 상생의 의미가 정계에 확산되어야 하겠다.

김제영 여사(77)는 충남 조치원에 거주하는 원로 소설가이자 미술칼럼리스트이다. 1946년 이화여고를 졸업하고, 196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석려'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민국일보 문화부기자, 무용한국 편집고문, 음악저널 편집고문, 미술21 편집고문, 미술세계 객원편집인 등 왕성한 활동을 하였고, 현재는 아트코리아와 음악저널에서 고정필진으로 활약하고 있다. 소설작품집 '거지발싸개 같은 것'(1981), '라흐마니 노프의 피아노 협주곡'(1990)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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