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내 아버지는 왜 일찍 돌아가셨는가’ 글 올라

18일 저녁. 대전시공무원직장협의회 홈페이지에는 눈길을 끄는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제목은 ‘내 아버지는 왜 일찍 돌아가셨는가.’ 그리고 이 글은 금세 사라졌다.

대전시청 ‘며느리 괴담’은 이렇게 시작됐다.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글을 잠깐 사이에 사라졌지만 내용은 시청사 곳곳으로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유선을 타고, 시청사 각 층마다 설치된 자판기 앞에서, 3개 층마다 마련된 흡연구역내 연기에 묻혀서 번져 나갔다.
◈어둠속에 묻혀 있는 대전시청사 전경.

“며느리가 어찌 어찌 됐데.”
“정말 시청 모 여직원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네…….”
“안타깝기도 해라”

시청내 여직원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여러 가지 추측과 소문은 소문을 꼬리에 달고 다녔다.

“어떤 부서 Z씨는 경력도 더 오래됐는데 탈락하고 며느리는 10년도 채 안됐데.”
“시아버지가 전화를 했었다네.”
“며느리가 혼자가기 어렵다고 친한 직원을 붙여 줬다는 거야.”
“그러다 보니 당초 40명에서 41명으로 한 명이 늘어났데.”

대전시 공무원 직장협의회 홈페이지에 ‘내 아버지는 왜 일찍 돌아가셨는가’는 글이 올라오기 직전에 대전시는 2004 공무원 직장협의회 배낭여행 연수 실시명단을 발표했다. 유럽 2팀 14명 선발명단에 시청내 고위공직자 며느리 A씨가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그와 절친하다는 B씨도 포함돼 있다.

“명단이 발표되기 전에 B의 입으로부터 선발됐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리고 명단이 발표된 것을 보니 그것이 사실이었고 그 위에 A씨도 있었지요. 딱 들어맞았지요.”
18일 대전시청 내 한 여직원의 귀띔은 섬뜩한 며느리 괴담으로 또다시 시청 내를 돌고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해외배낭연수를 담당한 대전시청 행정지원과를 찾았다.

최청락 행정지원과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고위 공무원의 전화에 대해서도 "무슨 얘기냐"며 반문했다. "수요와 공급이 차이가 나다 보니 이런 해괴한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서 공정하게 선발했다"고 말했다.
◈대전시의회 쪽에서 바라본 대전시청사 야경.

실무를 맡았던 담당 직원은 “나는 (간부공무원)며느리인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선발업무를 끝낸 뒤 나중에 알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것(고위 간부공무원과 며느리 사이) 때문에 이야기가 나오는 거 같은데 선발은 공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40명에서 41명으로 늘어난 것은 "발탁할 요인이 있는 한 공무원을 뒤늦게 발견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서비스 중앙평가에서 대통령표창을 받은 공무원을 심사가 끝난 뒤 발견해서 1명이 추가됐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공무원 해외배낭연수 실시와 관련해 공식적인 보도 자료도 배포했다.
자료에 따르면 2004년도 여름 해외배낭연수는 7개 팀 41명을 선발했다. 연수는 10일 일정으로 유럽과 대양주, 중국, 일본, 동남아지역으로 떠나며 기간은 7월초부터 8월말까지이다.

배낭연수참가에는 5개 지역에 91명이 신청을 했고 해외연수무경험자, 장기근속자, 하위직과 시정발전 유공자에 우선권을 부여하고 면접과 외국어능력평가 등 심사를 거쳤다고 밝혔다.

대전시청 실무공무원은 “평가분야에 대해 각각 가중치가 달라 주관적으로 비교 평가하면 안 된다”면서 “그 직원(고위 간부공무원 며느리 지칭)은 표창도 있었고 영어듣기 평가도 양호했다”고 말했다.

대전시 해당 부서의 이 같은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며느리 괴담을 지금이 한여름임을 아는지, 배낭을 매고 떠난 여행객처럼 계속 번져 돌아다니고 있다.

대전시청 공무원직장협의회 게시판에 올랐다가 사라진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제목: 내 아버지는 왜 일찍 돌아가셨는가.

내용: 아무개 시아버지는 대전시에 있어서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답니다. 저의 아버지는 왜 일찍 돌아가셔서 제가 가고 싶은 배낭여행도 못 가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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