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에 관한 언론의 두 얼굴

언제부턴가 나는 나에게 맞는 옷을 금방 사기가 어려워졌다. 그 이유는 언제부턴가 나의 몸매 사이즈가 의류회사가 정한 보통 기성복을 입는 여성들의 최대 사이즈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금전적인 도움을 얻고자 어머니와 함께 옷을 사기 위해 동행을 하는 날은 살을 좀 빼라는 어머니의 끝없는 잔소리와 억울한 부끄러움을 함께 느끼는 우울한 날이 되곤 한다.

'.. 나의 몸은 비정상인가. 내가 입을 수 있는 옷이 없음은 나의 잘못인가. 내가 살을 빼면 되는 일인가. 이런 스트레스마저 안받을려면 빼야지…'하는 자괴감에 빠져 다이어트를 결심하다가도 억울한 생각이 자꾸 치밀어 오른다.
◈'몸매관리법'을 강연하기 위해 대학 강단에 선 몸짱아줌마를 기사화한 모 언론의 보도사진.

사이즈가 다양하지 못함은 사람들의 다양한 몸매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닌가. 왜 옷가게 앞의 마네킹은 날씬하기만 하고 그런 몸매에 어울리는 옷만 나올까. 옷을 고를 권리마저 살이 좀 붙었다는 이유로 박탈당해도 되는 거야? 하나의 치수 이하로 여성의 몸매를 규정하다니…이런 것이 곧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거라구!!'라고 마음속으로 외친다.

하지만 나의 이런 논리적이고(?) 타당한 불만엔 아랑곳하지 않고 이미 전국의 여성과 남성은 웰빙 그리고 '짱' 유행에 동참하고 있다. 잘먹고 잘살자는 뜻의 well-being은 우리의 몸과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을 상품에 대한 끝없는 소비욕구로 분출시키고 있으며 이는 곧 '짱'중에서도 특히 '몸짱'에 다다르는 길로 인도하고 있다. 예전엔 은근히 밝히던 이쁜 몸매에 대한 집착이 이젠 '-짱'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부여에 쓰이는 단어를 이용해 인간에 대한 차별적인 말들을 아예 대놓고 말한다. 너도 나도 몸짱이 되자, 아니 되어야 한다라고.

성차별 비판기사와 함께 실리는 '몸짱 아줌마'스토리

무엇이 일반대중의 정서를 사회적 차별의 질서로 만들어 가는 것일까? 지금 당신이 선채로 제자리 한바퀴만 돌면 우리가 매일 무수하게 순간순간 접하는 광고와 매체들은 우리의 의식,무의식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신문에 반영되는 웰빙과 몸짱의 바람은 그 도가 지나치다 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여민회에서 자원활동을 한지 3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는 나는 하루에 6종류의 신문을 계속 스크랩해오고 있다. 이렇게 6가지 신문을 훑어보며 여성과 인권에 관한 신문기사를 모으다가 각 신문에 대한 모니터링까지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하지만 몇몇 중앙지 특히 조선일보, 중앙일보에서는 신문지상의 사회면에 실려 있는 청년실업과 신빈곤층의 문제,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 등 기사 글의 바로 아래 혹은 뒷면에는 명품 광고와 다이어트 광고가 넘쳐나고 매주 주말엔 '웰빙= 명품, 몸짱'이라는 식의 광고에 가까운 섹션기사가 항상 부록처럼 껴서오곤 한다.

신문 앞면에선 여성에 대한 성적차별과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 기사와 칼럼을 싣지만 웰빙이라는 제목의 섹션신문에는 몸짱아줌마와 함께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 살빼는 운동 사진을 보여주고 온통 여성의 몸을 대상으로 한 명품 광고 투성이로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잘살기' 위해서는 몸매도 가꾸어야 하고 이를 위해 명품 화장품을 바르고 특별 관리된 고가의 건강 식품을 먹고 헬스클럽에서 몸매 관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외모 뿐만이 아닌 끊임없이 소비심리까지 부추기는 유행 광고와 기사는 '잘 살기'힘든 현실 속의 우리를 이중으로 소외를 시키고 있다.

매일 아침 현관문 앞에서 세상과 나를 연결시켜주는 신문. 그 신문에는 '잘 산다는 것'은 내 몸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인식하고 몸을 소비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회를 거부할 줄 아는 주체적인 삶의 용기를 보태주길 바란다.


* 글쓴이 임혜정씨는 대전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대전여민회 청소년 연수생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성노동과 인권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청소년센터 홍보업무를 맡아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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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대전여민회 5·6월 회지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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