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홈페이지 구축, 간판교체..'몸부림'

◈운영난으로 인해 경영이 불투명해진 대전극장을 중심으로 일대 상권을 살려보려는 상인들의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대전극장 측은 자포자기한 분위기가 역력해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대전극장(좌)과 최근 경매에 부쳐졌다 여관으로 리모델링되고 있는 구)서라벌 극장.

수십 년 전통의 대전극장이 최근 운영난으로 경영이 불투명해지면서 인근 상권까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상인들이 직접 나서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등 '대전극장통'을 다시 살려보자는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변화의 초점이 되고 있는 대전극장 측은 폐쇄위기를 앞둔 상황에서도 입주빌딩의 실질 소유주인 대림산업 측과 극장의 사활에 대한 논의에서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다 임직원들조차 회생가능성을 자포자기한 분위기가 짙어 상인들의 노력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다.

1일 오후 찾아간 대전극장은 요즘 한창 흥행중인 영화 '트로이'가 상영 중이었다. 스펙타클한 영상과 초호화캐스팅, 흥미로운 줄거리 등 소위 블록버스터의 요소를 두루두루 갖춘 영화임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관람객의 발길이 예상됐지만 다음 영화를 기다리는 대기인들은 불과 여고생 몇 명과 대학생 커플 뿐으로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대개 관람객들에게 영화예고편이나 뮤직비디오를 상영하는 TV모니터들은 발길이 거의 없는 손님을 의식한 탓인지 전원이 아예 꺼져 있고 에스컬레이터도 작동이 되지 않았다. 1층 빌딩 입구는 셔터가 내려진 가게들이 줄지어 있어 다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풍기고 있다.
◈한때 대전의 문화중심가에 있었던 은행동 대전극장이 최근에는 관리비와 월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정체에 머물러 있다. 사진은 오후시간 상영관 앞 대기실로 썰렁함이 느껴진다.

현재 대전극장이 입점해 있는 코아빌딩은 지하4층 지상 10층 규모의 대형빌딩으로 대전극장 상영관과 관리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지하층들과 지상6, 7층을 제외하고는 1층부터 5층까지는 텅텅 비어 있는 상태이며 8, 9, 10층 역시 비어있거나 상가가 입점해 있더라도 폐업 직전의 상태다.

'대전극장통'이라는 거리명이 붙을 정도로 한 때 최고의 명성을 날렸던 대전극장이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전후로 롯데시네마와 CGV 등 대형멀티플렉스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만 해도 모 통신업체와의 제휴카드를 전국 광역시 가운데 최초로 실시해 1주일에 한편 무료관람이 가능한 'Na카드' 돌풍을 일으키며 최대의 호황기를 누렸던 대전극장이었지만 최신식 시설에 편리한 주차시설, 다양한 부대시설을 무기로 한 거대 멀티플렉스의 물결을 넘지 못했다.

거기다 대전극장이 입주해 있는 코아빌딩 사업자가 부도를 맞으면서 빌딩이 경매에 부쳐졌고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대림건설 측이 이를 인수해 현재로서는 실질 소유주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극장의 쇠락으로 관람객의 발길이 점차 뜸해지면서 초기에 고가로 분양했던 수십 곳의 점포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고 최근 2-3년 사이에는 대전극장만을 남기고 빌딩은 텅 비게 됐다.

때문에 거대한 건물을 놓고 활성화문제에 대한 분양자들과 대림측, 대전극장, 인근 상인들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1층에서 5층의 경우 대림과 분양자들이 지분을 반반씩 가지고 있는데다 분양자 한 두명이 반발할 경우 활용방안의 결정이 힘든 상황인 탓에 2년 째 활용방안 마련을 놓고 옥신각신 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극장이 입주해있는 코아빌딩은 대전극장 상영관으로 쓰이는 6,7층을 제외하고는 1층부터 10층까지가 텅 비어 있다.

대전극장 직원들은 극장의 회생에 대해 어느정도 자포자기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대형 멀티플렉스에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과 인근 상권의 매력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전극장 사무실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극장말고는 상가형성이 되어 있지 않아 손님들을 끌어 올 가능성이 없고 상인들도 옛 부흥기 때만을 생각하고 저가임대를 내주지 않기 때문에 가게들이 비어있다"며 "잘될땐 직원만 20명에 아르바이트생까지 두었을 정도지만 현재는 8명 가량이 감축돼 아르바이트도 없어 자잘한 업무까지 손수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직원도 "계약조건과 시설이 일반 건물과 다른데다 대림 측에서도 관리비나 월세도 안 들어오는 상황에서 극장을 비워달라고 하려면 시설비를 내줘야 한다.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림측과 벌써 수십차례 극장과 빌딩 회생에 대해 제안을 했지만 현재는 되는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가시화되는 것도 있고 사업계획서를 놓고 절충중이지만 최악의 경우 문닫게 된다면 문닫아야지 백화점과 동네슈퍼 격인데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 털어놨다.

자포자기한 극장 측과는 달리 인근 상인들은 자체적으로 방안을 내놓고 대전극장통 살리기에 발벗고 나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최근 대전극장통을 차없는 거리로 만드는 등 뜸했던 발길을 끌어모으기 위한 노력이 진행중이다.

대형멀티플렉스와 정면대결이 힘든 만큼 서구에 집중돼 있는 멀티플렉스 이용이 힘들거나 중장년층 등 잉여 관람객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차별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다.

인근 상인들이 보는 대전극장통의 가장 큰 약점은 부대시설이 전혀 없다는 것으로 신선하고 보다 독특한 아이디어들로 옛 향수와 정취를 그리워하는 이들과 새로운 것을 원하는 이들을 끌어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멀티플렉스와 정면대결보다는 잉여관람객들을 어떻게 유치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데 시설이 너무 낙후됐기 때문에 대림이나 투자자들이 투자를 섣불리 할 수 없다"
"대전역 인근 아카데미극장의 경우 리모델링을 통해 젊은이들의 휴식공간과 먹거리, 볼거리 등을 만들어 괜찮은 수입을 얻고 있지 않나. 대전극장통도 가능성이 있다"
"극장 측 휴대용 의자등도 활용하면 작은 공연장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각 대학 학생회장들과 만남을 주선해 동아리 공연등을 유치하고 무료로 앰프를 빌려주자"
"오시는 분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도록 입간판을 통일시켜 재설치하고 스피커를 장착해 가요나 팝을 내보내 활기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좋겠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할인쿠폰을 지급하는 등 거리 활성화를 위한 상인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논의 이외에도 이들은 대전극장통의 각종 상점정보와 다양한 이벤트를 홍보하할 수 있는 '대전극장통'홈페이지를 구축 중이며 대전극장에서 영화 관람시 인근 식당이나 주점 등에서 10% 할인권을 지급하는 제안에는 상인들 모두 동의한 상태다.

현재 대전극장통 상가번영회 회원들은 이같은 논의를 구체화시키거나 현재 진행중에 있으며 조만간 대전극장 대표와의 간담회를 주선해 극장 측의 향후 대책에 대한 구체 의사를 묻는다는 계획이다.

상가번영회 김영태 회장은 "우리의 주장은 대림에서 무사안일하게 하지 말고 함께 사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다. 대자본에 지역자본이 눌리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나. 이미 서구나 둔산은 포화상태이며 다시금 옛 향수와 정취를 느끼려는 욕구가 있다. 원도심 활성화와 대흥동 재개발 사업에 발맞춰 최대 관심사가 아닌가"라며 지역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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