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구에서 본 영정사진 찍는 모습

◈영정사진을 미리 찍어 놓기 위해 할머니들이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할머니 웃으세요. 안 웃으시면 예쁜 사진 안 나와요. 자~김치~”

31일 오후 3시, 둔산동 향촌 아파트 쪽문에는 고령의 할머니들이 모여 작은 웅성거림을 흘러나왔다.

“이쁘게 찍어줘유~ 나 옥색이 좋으니께 옥색 저고리 입혀주고. 귀걸이는 빼줘. 좀 점잖아 보이고 싶어”

최경란 할머니(75)는 연신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매무새를 고쳤다. 깔끔한 옷을 입고 나올 걸 후회가 된다는 최 할머니를 이동구씨(66)가 안심 시켰다.

“옷도 원하는 색으로 입혀 드리고 머리 모양도 이쁘게 만들어 드릴 테니까 걱정 마세요. 조금만 웃으시면 되요. 너무 웃지는 마시구요”

20년은 됐음직한 묵직한 팬탁스 카메라를 들고 능숙하지 않은 손동작으로 할머니들의 사진을 찍는 이 씨가 하고 있는 것은 영정 사진을 미리 찍어 두는 일. 4만원씩 받고 사진을 찍어 서울에서 수정 작업을 거친 뒤 열흘쯤 뒤에 직접 할머니들에게 배달해 준다.

마지막 사진이기 때문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깨끗한 수정작업을 거친다. 사진이라기 보다는 그림에 가까울 정도. 옷도 원하는 색상에 머리 모양이나 얼굴의 주름이도 감쪽 같이 고쳐준다.
◈사진이라기 보다 그림에 가까운 영정 사진.

이 씨는 자녀들 모르게 영정 사진을 할머니들에게 직접 전달해 주기 위해 약속 시간을 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왜 찍긴... 영정 사진 미리 맨들어 두는 거지~언제 죽을지 모르는디 애들이 영정 사진 준비할라믄 얼매나 힘들겄어. 이거 또 그 때가면 경황없다고 비싸게 받는다고. 미리 미리 찍어둬야지 속도 편혀~”

할머니 자신들의 마지막 사진을 담아 놓으면서도 가격 걱정, 자녀들이 먼저였다.

최봉순 할머니(74)는 애써 “화장대에 놓고 볼 거여. 영정 사진은 무슨~”이라며 영정 사진이라는 점을 부인했지만 사진을 찍는 이씨에게 “영감하고 비슷한 옷 감으로 맞춰줘요~”라고 귀엣말을 전했다.

5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이 영정 사진처럼 오랜 잔상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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