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극장 쇠락에 인근 상권까지 '흔들'

대전시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 끝쪽에 위치한 대전극장이 대형멀티플렉스에 밀려 차츰 쇠락해 '잊혀진 거리'가 되면서 인근 상점들까지 줄줄이 문을 닫는 등 원도심 상권에 심각한 여파를 미치고 있다.

위기에 몰린 주변 상인들은 대전극장 건물주 측에 건물 활성화 대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건물주인 대림산업 측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다 조만간 극장을 아예 폐장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주민들과의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대전시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 대전극장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 일대 상권이 급격히 쇠락하면서 활성화를 위한 상인들의 목소리가 높다.

대전극장과 서라벌 극장이 접해있는 일명 '대전극장통'은 일제시대때부터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중장년층 대전토박이들에게는 젊은 시절의 추억과 향수가 서린 대전의 명소로 인식돼 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년 사이 대전시내에 10개 내외 상영관을 갖춘 대형멀티플렉스 극장이 서구지역을 중심으로 속속 생겨나면서 관람객들의 발길은 차츰 줄어들었고 한때 하루 만 명 이상이 몰렸던 곳이 최근에는 주말에도 발길이 뜸할 만큼 '한물 간' 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대전극장이 임대료를 내고 입주해 있는 코아빌딩은 지하4층 지상 10층의 대형 건물로 현재는 극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텅 비어 있다. 인접해 있던 서라벌 극장 역시 최근 문을 닫고 현재는 여관을 짓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이같은 대전극장통의 쇠락은 인근 식당과 유흥업소 등 인접한 상권에까지 심각한 여파를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도 최근 대전극장 앞을 빽빽하게 차지하고 있는 상점들 가운데 상당수가 개점휴업상태이며 아예 셔터를 내린 채 상점임대 공고를 내붙인 곳도 허다하다.

때문에 대전극장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숙원사업이었던 '차 없는 거리'를 중구청과의 조율 끝에 이끌어내고 가게 인테리어를 새롭게 하는 등 분위기 쇄신을 위해 발벗고 나섰던 상인들은 그동안의 노력들이 허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극장통 한복판에 대형 빌딩을 세워놓고 텅텅 빈 채로 방만하게 운영하는 것은 기업윤리에 어긋난다며 건물 활성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를 맡았던 대림측에서는 건물 임대해 활용해 봤자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임을 감안해 소액주주들을 해산시키고 조만간 극장을 폐쇄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인들은 최근 모였다 하면 이 문제를 안주삼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 공동묘지도 아니고 거대한 빌딩을 지어놓고 놀려버리면 인근 상점들은 어떡하란 말이냐. 가뜩이나 어려운 판국에 극장마저 없어져버리면 극장통 죽는 것은 시간문제다"
"일제시대 전부터 이곳 대흥초등학교과 대전중, 대전고를 중심으로 대흥동에 거주하는 자체가 '부촌'의 인식이 강했지만 대전엑스포 이후 아파트 문화가 들어서고 둔산 신도심이 건설되면서 그때부터 중구는 죽었다"
"최근 매출이 3년 전의 5분의 1도 안된다. 예전만 해도 평당 실거래가 1,300만원을 넘었지만 지금은 500만원도 안 되는 실정이라 세를 놓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10여 년 전부터 어려워졌지만 최근 2-3년 사이에 아예 폭삭 내려앉은 꼴이다"

상인들은 소액주주뿐만 아니라 인근상인들의 어려움을 한번에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상가번영회장 김영태씨(50)는 "상인들이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거리 활성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거대 건물을 파행으로 운영하는 대기업의 행태는 기업윤리에도 어긋난다"고 말하고 "인근 상인들을 주축으로 우리들의 뜻을 모아 업체 측에 전달하는 등 구체적인 방법을 동원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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