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용두동 주민들 191일째 노숙 생활

◈191일째 중구청 앞에서 노숙 중인 용두동 철거민들.
주거환경 개선 사업, 빼앗긴 집, 그리고 노숙...
용두동 번지를 잃고 대전시 중구청 앞에서 191일째 노숙을 하고 있는 용두동 주민들이 일일 주점을 열었다.
191일. 이미 반년이 넘은 시간이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왔다. 흥청거리던 연말도 지나고 이제는 설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더더욱 멀어져가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24일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대덕구 대화동 근로복지공단 1층 식당에서 용두동 주민들과 철거민공동대책위원회가 여는 ′용두동 주민들을 위한 일일 연대주점′을 찾았다.
다소 이른 오후 2시경 일일주점을 찾았지만 점심시간이 지나고 술을 마시기에도 이른 시간 때문인지 바로 옆 건물 체육 재활원 직원들과 사회단체에서 찾은 10여명 외에는 손님들을 볼 수 없었다. 오후 7시부터 문화 공연 등 공식 행사가 시작되며 노동자들의 일과가 끝나는 6시 이후에 많이 찾을 것이라는 행사관계자를 준비한 민주노동당 관계자의 말이 이어졌다.
김치전을 부치느라 고소한 기름 냄새가 풍기는 주방에는 판매된 티켓의 수 만큼인 1천명 분의 음식을 만드느라 용두동 주민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우리야 좋지. 시민들 관심도 좀 끌고,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도 알리고″

철거민들을 위한 일일 주점 열려

◈일일주점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주민.
중구청 앞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주민들에게 식당용 가스레인지의 사용은 녹녹치 않은 모양이었다. 불 조절이 잘 안 되는지 가스가 없는 모양이라며 음식 장만에 한 걱정이었지만 중구청 앞에서 만났던 다른 어느 때보다 주민들의 얼굴은 한층 밝았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관심은 점점 멀어지고 있어 안타까움은 더 해만 간다.
간혹 대전시청 게시판에 올라오던 주민들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어느새 모습을 감추었고, 주택공사와 대전시, 중구청, 검찰 등을 비난하던 철거민공동대책위원회의 글들도 슬그머니 잦아들었다.

심지어 용두동 주민들이 노숙을 하고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시민들이 있을 정도다. 지난해 여름, 용두동 강제철거와 관련해 카메라가 부서지고 취재기자들이 폭행을 당하는 등 피해를 본 언론들이 한꺼번에 들고 일어나며 지역에서는 가장 큰 이슈로 등장했지만 이제는 언론들의 관심도 사라졌다.

이날 일일 주점을 찾은 외국인노동자와 함께 하는 모임 회원 이모씨(30, 대전시 대덕구 대화동)는 ″한창 언론에서 떠들 때는 시민들이 어느 정도 용두동 주민들에 대한 관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주민들이 노숙을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라며 ″설령 주민들의 딱한 사정을 알고 있는 시민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42가구 중 7가구 보상 및 임시주거시설로

◈다소 이른 시간인지 일일주점을 찾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6개월이 넘게 똘똘 뭉쳐 노숙 투쟁을 하던 주민들에게는 변화가 생겼다. 42명의 주민들이 중구청 앞에서 노숙을 했었지만 얼마 전 7명의 주민들이 보상을 받거나 임시 주거시설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 남은 주민들은 35명. 자신들의 힘이 자꾸 소진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주공에서 자꾸 협박하고 못살게 구니까 보상받고 나간 것이지. 나가고 싶어서 나간 것인가″

하지만 ′제대로 된′보상을 받아내겠다는 주민들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 업무방해죄로 실형을 받은 조야연 주민대표가 집행유예로 풀려나 힘을 더했으며 날씨가 추워지고 시간이 더 지날수록 주민들의 투쟁 의지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주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노숙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문제는 해를 넘기고 노숙을 한지 6개월이 넘도록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
용두동 주민들은 토지 보상가에 따른 아파트 분양, 강제 철거과정에서의 가구 손실금, 노숙으로 인한 생업손실금 요구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주택공사는 이미 보상을 받은 주민들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보상가의 아파트 분양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또, 강제철거를 하면서 7가구만 손해를 봤기 때문에 나머지 28가구에 대한 보상을 할 수 없으며 생업손실금은 지급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주민과 주택공사간의 평행선은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장기간에 걸친 노숙과 주공의 협상과정에서의 갈등으로 협의점을 찾아야할 두 주체에는 지리한 소모전만을 계속하고 있다.

″주공이 이기나 우리가 이기나 어디한번 끝까지 해보자고 혀″

일일 주점을 나서는 기자의 뒤에서 터지는 주민들의 울분 섞인 결연한 목소리가 길게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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