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만들어 놓고 밤새 변태영업

도심 유흥가는 밤만 되면 수많은 네온사인이 밝혀지며 화려한 환락의 밤을 만든다. 반짝대는 네온사인들의 불빛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낯익은 불빛도 눈에 띈다. 아들과 손잡고 가보았던 동네 어귀 이발소를 알리는 3색 회전등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3색 회전등이 술에 취한 남성들을 퇴폐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하는 유혹의 등불로 변했다.


회사원 이모씨(35)는 얼마 전 직장 회식 후 우연히 이발소를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해야 했다.

이씨는 밤 9시경 직원들과의 회식자리가 끝난 후 택시를 타기 위해 큰길로 걸어 나오던 중 이발소를 상징하는 3색 회전등 불빛을 보고 머리를 깎아야 겠다는 생각에 이발소 앞에 멈춰섰다.
이발을 하기에는 다소 늦은 시간이었지만 평소 퇴근시간이 늦어 쉽게 짬을 낼 수도 없던 터라 ′지금 이 시간까지 영업을 하는 이발소가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으로 지하에 위치한 이발소 계단을 내려갔다.

이발소로 내려가면서 마치 정육점을 연상케 하는 야릇한 분홍색 불빛이 다소 어색한 느낌도 들었지만 이씨는 빨리 머리를 깎고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발소에 들어선 이씨는 눈앞에 펼쳐진 모습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출입문 앞 이외에는 불빛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어두컴컴한 내부,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듯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종업원의 야한 옷차림이 이씨를 짐짓 머뭇거리게 했다.
실내가 깜깜해서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대충 5-6개의 방이 있는 듯 했고 그곳에는 모두 내부를 볼 수 없도록 차단되어 있었다.

여관 옮겨 놓은 듯한 매춘 시설 갖춰

어색해하는 이씨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여종업원은 야릇한 미소를 지며 ″어서오세요, 마사지 받으실 거죠. 신발 벗고 들어오세요″라고 반갑게 맞았다.
이씨가 ″아니요, 이발하러 왔는데요″라고 말하자 여종업원은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지금은 이발을 하실 수 없는데 원하신다면 이발사를 불러드릴게요″라고 대답하고 어디론가 급히 전화를 했다.
의자에 앉아 10여분쯤 기다렸을까, 40대 초반 가량으로 보이는 남자 1명이 들어와 이발기구를 챙겨들고 이씨 옆으로 다가왔다.
이발사는 아무 말 없이 바쁜 손놀림으로 머리를 깎아 내려갔으며, 2∼3명의 손님이 더 있는 듯 하얀 커튼이 쳐진 내실 쪽에서 '탁탁, 똑딱똑딱' 하는 안마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이발이 끝나자 한동안 보이지 않던 여종업원은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면도와 안마를 위해 커튼이 쳐진 내실로 들어갈 것을 권유했다.
잠시 고민한 이씨는 안마로 나른한 몸을 풀어보자는 생각에 여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내실로 들어갔다.
간단한 면도가 끝난 후 이씨는 1시간30여분 동안 허리찜질을 시작으로 온몸에 오일을 바른 뒤 각종 지압과 안마를 받을 수 있었다.
안마 중간 중간 이씨의 민감한 부분(?)을 자극하며 여종업원은 은근히 2차를 권유하기도 했다.
안마 서비스까지 가격은 5만원이며, 2차로 연결될 때는 3만원이 추가된다는 게 여종업원의 설명이었다.

″2차까지 가는 손님이 많으냐″고 이씨가 묻자 이발소 여종업원은″거의 대부분″이라며 ″경찰관들의 위압적인 감시 분위기를 풍기는 사창가와는 달리 이발소들은 상가 건물이나 한적한 골목에 자리잡은 경우가 많아 총각들도 비교적 거리낌없이 드나든다″고 귀띔까지 했다.

만만치 않은 비용과 불결한 생각이 들어 안마만 받겠다고 말하며 이씨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여종업원은 ″오일 마사지를 했으니 샤워하고 가라″며 한쪽 구석에 마련된 샤워실로 안내했다.
샤워실로 안내된 이씨는 여관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이발소의 완벽한 매춘시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며, 더 이상 머물지 않고 싶다는 찜찜한 기분이 들어 서둘러 이발소를 나와 버렸다.

이씨는 ″이발소라 해서 머리를 깎는 곳으로만 알았는데 이제는 새로운 매춘장소가 되버린 것 같다″며 ″이제는 이발소도 마음놓고 갈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자유업종 완화 후 퇴폐영업 기승

이발소가 안마행위를 빙자해 손님들에게 윤락을 유도하는 등 매춘의 온상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이발소가 신고제에서 자유업종으로 시설규정이 완화된 이후 밀실과 단속 감시용 카메라(CCTV) 등 상상을 초월하는 시설을 갖추고 각종 불법 퇴폐영업을 일삼고 있다.

이발소가 이처럼 새로운 매춘장소로 변모한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최근 몇년전부터 미용실에게 시장을 점령당하기 시작한 이발소들은 안마라는 새로운 영업행위를 앞세워 고객유치에 나섰던 것.
이후 밀실을 만드는 등 이발소들의 변태영업은 도를 넘어서 공공연한 매춘 장소로까지 발전하게 됐다.
더욱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발소가 신고제에서 자유업종으로 시설규정이 대폭 완화되면서
밀실, 샤워실 등 윤락행위가 이뤄질 개연성이 짙은 시설을 갖춘 업소들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대전시에 등록된 이발소는 총 911개.
자유업종 전환 이후 수적인 증가는 없었지만 ′마음놓고 갈 수 있는 이발소가 없다′는 이씨의 말처럼 상당수의 이발소가 퇴폐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윤락 알선 등 이발소의 변태영업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법규상의 허점 때문.
현행 법규로는 이발사 면허증만 있으면 밀실, 샤워실 등 퇴폐 조장 시설의 설치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영업을 할 수 있어 변태영업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발사 면허증 불법 대여도 성행하고 있다. 업소들은 이발이 영업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면허증을 빌려 허가를 받은 후 변태영업을 하다가 필요할 때만 이발사를 호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대전의 모 아파트단지 상가에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이용업이 완전 자유화되면서 퇴폐이발소 중에는 이발사를 두지 않고 면허증만 빌려서 영업을 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며 ″간혹 이발을 원하는 손님이 오면 사전 약속된 이발사를 호출하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강화·남성들 인식전환 절실

경찰은 이발소의 퇴폐영업을 인지하고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사전에 정보가 유출되거나 업소들이 감시용 카메라 등을 설치해 단속을 피하고 있어 적발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발소의 퇴폐영업에 대한 제보 등이 많아 합동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감시용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적발에 어려움이 많다″며 ″퇴폐영업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발소의 시설기준을 강화하고 신고제로 환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 정부가 이용업을 다시 신고제로 전환하고 시설기준을 강화하는 등 규제의 고삐를 조일 방침이어서 이발소의 퇴폐영업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황규회 대전시 공중위생 담당자는 ″신고제 전환 및 시설기준 강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이용업 관련 법률이 지난 8월 국회에서 통과됐다″며 ″그동안 공공연히 불법 퇴폐영업을 일삼아 왔던 상당수의 퇴폐이발소들이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요가 있는 한 관련 법규가 강화됐다고 해도 이발소들의 퇴폐영업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예상이다.
야릇한 성적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이발소를 찾는 남성들이 여전하기 때문에 이발소들의 불법 퇴폐행위는 오히려 더 음성적으로 만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덕구 신탄진동에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강모씨는 ″′왜 면도사를 두지 않느냐′며 은근히 서비스(?) 받기를 원하는 손님들이 있다″며 ″시설기준이 강화된 만큼 밀실, 샤워실 등은 사라지겠지만 퇴폐적인 성적 서비스를 받기 원하는 고객들이 있는 한 퇴폐행위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락 문화에 편승해 윤락을 알선하는 등의 퇴폐영업이 계속되고 은밀한 서비스(?)의 장소로 생각하는 남성들의 이탈심리가 근절되지 않는 한 아이들과 손잡고 찾을 수 있는 예전 같은 이발소는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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