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관심이 ′시티즌 활성화′밑거름



″C.U @ K 리그″
2002 한일 월드컵은 지난달 29일 터키와의 3·4위 전에서 인상적인 카드섹션을 통해 온 국민들에게 숙제를 던지고 끝났다. 7일 K리그 개막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본다면 일단은 ′K 리그에서 다시 만나자′라는 숙제를 반정도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7일 성남, 부산, 광양, 전주에서 벌어진 K리그 개막전은 4개 구장에서 12만3천여명의 관중 수를 기록하며 역대 최다 관중 수를 기록했던 95년 아디다스컵 개막전 기록인 10만1천여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대전 시티즌과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가 열렸던 광양에서도 2만2천여명의 관중들이 광양 축구전용구장을 가득 메웠다. 14만명이 채 되지 않는 인구에 비하면 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전남 드래곤즈 구단 측도 이번 월드컵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진공청소기 ′김남일 선수와 ′배트맨′김태영 선수의 사인회를 여는 등 관중들의 호응에 답했다.

시티즌, 10일 오후7시 부천 SK와 홈개막전

10일 오후 7시 노은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부천 SK와 대전 시티즌의 대전 홈 개막전이 열린다. 대전에서의 월드컵의 열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는 개막전 성황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벌써 이날 경기의 입장권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고 표를 구하기 위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광양보다 더한 열기가 분명 노은벌에 분출될 것으로 예감되고 있다.

대전을 연고로 하고 있는 대전 시티즌은 97년 3월 공식 창단하며 국내 유일의 ′시민구단′으로 국내 프로리그에 뛰어들었다.
기존 프로 스포츠 구단의 소유 방식과는 달리 동아그룹, 계룡건설, 충청은행, 동양백화점 등 지역 연고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자금을 마련했으나 IMF를 거치면서 계룡건설을 제외한 3개 업체의 도산 및 퇴출로 경영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영난은 성적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대전 시티즌은 창단 이후 5년간 하위권에 맴돌며 대전 시민들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아마와 프로팀이 모두 참가한 FA컵대회에서 왕중왕에 오르면서 명실상부한 명문 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대전 시민들도 시티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월드컵 대전 개최는 대전의 축구 열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특히 예선 두 경기와 우리 대표팀이 4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던 이탈리아와의 16강 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열띤 응원전은 시민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축구 도시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대형 스크린 앞에 모인 붉은 악마들은 남녀노소 구별이 없었다. 축구공을 보고 사력을 다해 달려가는 대표팀 선수들의 몸놀림 하나 하나에 환호성을 질렀고 눈물을 흘렸다. 중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관심이었다.

월드컵 열기 대전시티즌 관심으로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축구에 대한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시민들은 월드컵의 열기를 대전시티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가자고 입을 모은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대전시티즌 서포터클럽 ′퍼플크루′는 월드컵 이후 회원수가 급격히 늘어 현재 2천5백명을 넘어섰다.
특히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을 살리기 위해 시민들이 중심이 된 소액주주 운동, 지역연고 컨소시엄의 확대 및 강화 등을 통한 경영 정상화에 대한 다각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신인 드래프트 제도가 폐지된 마당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전시티즌에게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선결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문제는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다. 그 동안 대전 시티즌은 성적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시민들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외로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시민 구단이라는 이름을 무색케 할 정도였다.
그러나 팀의 부족함을 탓하기 전에 시민 스스로 얼마나 관심을 가졌었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지난 월드컵에서는 왜 모든 일을 팽개치고 대형 스크린 앞에서 목이 쉬도록 응원을 했는지도 곱씹어 봐야 한다.
4천7백만 온 국민이 붉은 옷을 입고 거리에서 목이 쉬도록 대표팀을 응원한 것은 단순히 축구 경기이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 팀′이 경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축구장 찾는 것은 시티즌에 대한 애정 표현

많은 축구인들은 월드컵의 열기를 대전 시티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대전 시티즌은 ′우리 팀′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축구장 찾기 운동'을 펼치는 것도 시민관심을 이끌어내는 좋은 방법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 98년도 프랑스 월드컵이 끝난 후 축구열기의 여세를 몰아 일부에서 '축구장 찾기 운동'을 전개해 좋은 호응을 얻었었다. 그 당시 월드컵에서의 한국팀 성적은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기에는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이었기 때문에 잠깐동안 일었던 붐 정도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월드컵에서 보여줬던 열광적인 응원모습과 4강 진출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은 국민들을 축구의 매력에 묶어 놓기 충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호기를 대전시티즌의 활성화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축구장 찾기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충남대 이창섭 교수는 ″팀의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팀과 선수의 노력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박수를 쳐주어야 한다. 경기장에 한번이라도 더 찾아가 주는 것은 단순히 입장권 수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표현″이라고 말한 뒤 "월드컵에서의 환호와 흥분을 대전시티즌의 활성화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대전시민들을 축구장으로 모이게 하는 범시민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시티즌 유운호 홍보과장은 ″월드컵에서 보여줬던 열기를 대전 시티즌에 쏟아줬으면 좋겠다. 월드컵을 통해 시민들은 축구를 즐기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전제한 뒤 ″대전 시티즌은 전국 유일의 시민구단이다. 이웃 청년이 골키퍼를 보고 있다는 친근함과 애정이 선수들에게는 무엇보다도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경기장을 찾는 시민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축구팀으로서의 대전 시티즌의 가치가 상승하고 그렇게 되면 광고 등 수입 다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경제적 어려움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은구장 '대전시티즌' 연호 함성 가득 차 길

대전 시티즌 서포터 클럽인 퍼플크루 김문석 부회장은 ″시민들이 경기장을 찾아주는 것은 선수들에게 응원 이상이다. 7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인구 14만의 도시에서 2만 여명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것은 충격이었다. 그 날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를 이끌어갔음에도 대전 시티즌이 패한 이유는 바로 광양 관중의 힘이었다. 대전도 이에 못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대전은 지역 연고를 갖고 있는 다른 9개 축구 도시와는 달리 축복 받은 곳이다. 세계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축구 전용경기장이 있다.
연고팀의 이름조차도 ′대전 시민들′이다. 대전시도 전기, 수도 요금과 청소 비용 등 최소 실비만을 받고 경기장을 대전시티즌이 전용할 수 있는 혜택을 줬다.

10일 오후 7시 노은 경기장에서 열리는 부천 SK와의 대전 개막 전은 방송전파를 타지 못한다. 각 방송사들이 시간 편성과 비용의 문제로 중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잘된 기회이다. 직접 경기장을 찾아가 선수들의 검게 그을린 피부와 뜨거운 땀방울을 느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대전 시민들이 노은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대전 시티즌′을 연호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